교단일기 - 무난하고 조용한 교무실
“최지우(가명) 샘이 박명수(가명) 선생님한테 큰소리쳤어요. 나이 많은 선생님을 너무 몰아붙이더라고요. 박명수 선생님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는데, 지우샘은 대놓고 일 똑바로 하라더군요. 손 위 분을 가르치듯 큰소리치는 모습은 정말 무례했어요. 박명수 선생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쩔쩔 매시더군요. 딱했어요. 가뜩이나 3학년의 무례하고 교활한 홍태식한테 당해 학년 교체까지 당했는데, 이젠 옆자리 여선생한테도 당하니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지우샘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해요. 학교 일이 거기서 거긴데 자기 방식만 고집해요. 함께 일하기 부담스러워요. 교무실에 앉아 있기도 불편해요. 본인 방식만 강조하려면 승진을 하든지. 우리 교무실엔 관리자가 두 명이에요. 본인이 관리자도 아니면서 눈치 보게 한다니까요.”
예비령 5분 안에 2학년과 3학년이 섞인 학생에게 답안지를 나눠주고 인적 사항을 적게 한 후, 시험지를 3학년 다섯 장과 2학년 네 장을 각각 해당 학년에 맞게 전달하는 것은 민첩함과 세심함을 요구한다. 학년을 다르게 나눠주거나 같은 시험지를 두 번 나눠주면, 학생의 항의를 받게 되어 감독관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런 시험장은 시험 후에 꼭 뒷말이 나온다. 미리 시험지를 나눠줄 때부터 시험장을 돌아보며 챙기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예비령부터 시험장을 돌아다니던 최지우 선생은 아직 시험지를 나눠 주지 않거나 허둥거리는 감독관을 발견하고 함께 시험지를 나눠주며 돌아다녔다. 시험지가 무사히 배부되었음을 확인하며 마음을 놓으려는데, 다른 시험장에서 박명수 선생이 시험지의 보기 그림이 잘 안 보인다는 학생에게 보여주라는 안내 종이를 학생들 한 명 한 명 얼굴에 들이대며 필요하냐를 물어보며 다니고 있었다. 시험지의 본문을 읽으며 집중해야 할 시험 초반에 학생의 몰입을 방해하는 감독 모습을 발견한 최지우 선생은 당황하며 박명수 선생의 안내 종이를 빼앗아 칠판에 붙이고, 14번의 그림이 보이지 않으면 감독 선생님께 손을 들고 보여달라고 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왔다. 그 시험장의 정 감독은 임정남(가명) 선생이었고, 박명수 선생은 부감독관이었다. 감독을 끝내고 돌아온 박명수 선생은 최지우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그 둘의 자리는 바로 옆자리였다.
“최 선생! 나한테 할 말 없어요? 학생들 앞에서 아무 말도 없이 안내 종이를 빼앗았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전 잘못을 바로잡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듣기 원하시는 말은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당신이 정 감독이야? 부감독이야? 복도 감독은 복도에나 있을 것이지.”
“그 시험은 제 과목의 시험입니다. 문제 생기면 선생님께서 책임 지실 겁니까?”
“정감독도 가만히 있는데 복도 감독이 왜 종이를 빼앗냐고. 그리고 최 선생은 선배 교사에게 이렇게 해요?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도리어 큰소리쳐요? 그걸 안 하네.”
“여기서 나이가 왜 나옵니까? 전 문제를 바로잡으려 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싫으시면 시험감독 똑바로 하세요.”
최지우 선생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피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냈다. 힘겹게 나머지 시험 감독을 끝내고 교무실에 돌아와 한숨을 쉰다. 불편한 기색이 뚜렷하지만 모니터를 보며 공문 처리를 하고 있는데, 교감으로부터 좀 보자는 업무 메신저 쪽지를 받는다. 두 번째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동료 선생은 자기라면 그런 모습을 봐도 뒤에서 흉은 봤겠지만, 선생님처럼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최지우 선생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