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실 생활 일기

13일 차 [무균실에서 보는 여름]

by 온기

우리 무균실은 다른 무균실에 비해 좋은 편 인 것 같다.

2인실로 써도 될 만큼 방이 크고 시야가 탁 트인 창도 있다.

다만 창문은 없어서 바깥공기를 느낄 수는 없다.

눌은 매일 아침 창 밖을 보면서 말한다.

“저~쪽에 우리 가족들이 있겠지?”

이 얘기를 남편에게 해줬더니 울컥한다.

아무튼 우리는 무균실에서 올여름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보고 있다.

비가 엄청 내리길래 장마의 시작이구나 했는데 다음날은 화창하고,

아침에는 눈 부실정도로 쨍쨍했다가 오후엔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나는 여름이 좋다.

더위를 타지 않아서 불쾌지수가 높지도 않고, 여름 제철음식들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공기는 뜨거운데 가끔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고맙게 느껴지는 그때.

광합성을 잔뜩 해서 초록빛이 가득한 나무들 사이에서 매미가 여름을 데리고 온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나의 여름이다.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또 세 마리로 화음이 쌓일 때마다 나는 더 반갑다.

나는 매미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그들의 열정을 배운다.

나를 향한, 나를 위한 소리는 아니겠지만 감사함을 느낀다.


무균실은 조용하지 않다.

누리 침대 맡에서, 천장에서 공기필터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그리고 약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홀대에는 투약을 도와주는 기계들이 설치돼 있는데 타이머가 설정돼 있거나, 정해진 양의 약이 다 주입되었거나, 아님 라인에 문제가 생겼거나 할 때마다 새가 지저귀는 듯한 알람이 울린다.

심전도 측정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이곳엔 매미소리는 없다.

한창 매미소리를 누리고 있을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밖에는 매미소리가 많이 들려?”

“아니. 아직 한 번도 못 들어 봤는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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