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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Aug 10. 2023

(시) 그 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아련한 추억을 떠올렸던 어느 아줌마의 일상





그 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Scarlett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시간과 자유가 못내 아쉬워

하늘도 올려다보고 숨도 크게 들이마셔 본다.


빗방울 안고 있는 풀잎들도 아깝고

밤안개도 사라질까 조바심이 살짝 난다.


그때도 이렇게 고요한 밤이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드문 한산한 거리였는데.


나에게 키스해 달라며 수줍게 고백하던 그 아이도,

한없이 걸어가며 말을 건냈던 그 사람도,


이 촉촉한 풀내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고요 속 행복했던 그 감정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 이것은  저의 자작시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가 계속 왔었죠.

볼 일을 보다가 늦은 밤,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데

비와 함께 촉촉해진 분위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늦은 밤,

자유롭게 나올 수 없는 주부의 입장이기에,

어린 아이들을 떼놓고 혼자이기가 어려운 엄마이기에,

그 순간이 더 아깝고, 소중했었던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 올려진 풀잎도,

하천 주위를 가득 메꿔주던 밤안개도,

특유의 풀향기가 진하게 풍겨왔던 그 공기도,

올려다 본 하늘 속 은은히 빛났던 별들도..

모두 마음에 들고 너무 좋았는데

정작 저는 이젠 누군가를 편하게 불러낼 수 없는,

밤새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는,

아줌마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때는 정말 누군가와 밤새워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그 분위기를

맘껏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계를 확인하며 귀가 시간이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고

설레이는 마음과는 다르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죠.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을 그나마 달래 준 것은

그 옛날 수줍게 마음을 고백했던 오랜 친구의 모습,

지금처럼 고요한 밤 끝도 없이 걸으며 이야기했던,

가슴 설레었던 처녀시절 추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했다는 것은,

분명 또 다른 즐거움과 감동이 있는 것은 맞지만

또한 내가 누렸던 젊은날의 자유와 낭만을

어느정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죠?

그 아이의 수줍은 고백이 있었기에,

밤늦게 계속 걷고 이야기하던 그 추억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웃으며 집으로 향해 걸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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