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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Dec 18. 2023

드라마 <나의 아저씨> 몰아본 후,

나의 삶에 빗대어 생각해 보기


(드라마에 대한 설명이나 줄거리는 적지 않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사람과 대사, 그리고 저에 삶을 투영해 본 글이 있을 뿐입니다. 특히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나는 기분이 안 좋거나 뭔가 생활에 변화가 필요할 때는 드라마를 본다. 운동도 하기 싫고 도서관이나 서점, 산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고 식상함이 들 때이다.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으니 나에게는 드라마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넓은 편이다.

 올해 내가 몰아보기를 한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과 '인간 실격' 그리고 이번에 본 '나의 아저씨'이다.



나무위키 참조



주인공 이선균 씨가 마약혐의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 드라마의 포스팅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하면 나는 이 사실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가 느껴가고 배워갈 수 있는 것들에 마음을 열며 제한하지도, 가두지도 않으면서 드라마를 시청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두 주인공들보다 오히려 조연배우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1.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 : 소탈한 보통 사람인 형제들과 동네 형들


박동훈 (이선균)의 형제들과 동네 형들


많은 명대사에도 불과하고 나는 주연들보다 출현진 소개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이 조연분들이 더 마음에 남고 기억이 난다.

 극 중 드라마에서 이 분들은, 한 때 잘 나가다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중년분들, 거의 매일 모여 술을 마시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언제든지 나도 저런 모습이 될 수 있는 인간상이기에 나에게 깊은 여운을 줬는지 모르겠다. 친구의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고, 시시콜콜 다 알고 있으며, 혹은 앞으로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사이들. 눈물을 흘려도, 고함을 쳐도, 신세 한탄을 해도, 기뻐 날뛰더라도, 잘 되어도, 못 되어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고 옆에 같이 있어 줄 것 같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이런 친구가 있을까? 있다고 하더라도 나를 오픈하여 치부(恥部)를 드러낼 수 있을까? 친구가 나의 치부를 안다면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아마도 혼자서 아무도 알지 못할 것 같은 깜깜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 같다. 흘리고 싶지 않아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돌처럼 굳어져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동굴에서 방향을 돌릴 생각을 해 볼지 모르겠다. 내 마음속이 엉망진창 진흙탕인데 누가 조언이나 위로를 건네려고 한다면 함께 있는 장소와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친구란... 다 알 필요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내가 너무 슬플 때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바로 드라마 속 형제와 동네형들처럼 말이다.



2. 외로워도, 슬퍼도 밝고 꿋꿋하게 사는 정희


박동훈(이선균)의 동창으로, 옛 사랑을 그리워하며 혼자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동네 여인


사랑하는 남자가 어느 날, 절에 가서 스님이 되었다. 중년의 여인이 되었어도 그는 항상, 매일 기억이 나는 짙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새벽에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더라도, 가게(술가게)를 끝내고 일부러 동네를 걸으며 어딘가를 향해보더라도, 타인을 대할 때는 밝고 쾌활한 여인이다. 갈 곳 없는 지안(아이유)을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고 누구 하고도 소탈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내면은 깊은 고독이 자신의 마음샘이 버거울 정도로 넘쳐흐른다 하더라도 타인을 대할 때만은 유머와 쾌활함이 넘치는 여자.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쓸쓸하고 공허한 마음에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채우려 하지만 타인들과는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그 시간에 황금빛 아름다운 띠를 엮어낼 수 있는 여자. 그래서 정희라는 인물을 볼 때마다 그녀의 미소가, 대사가, 행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었다.



3. 바람을 폈어도 미워할 수 없는 여자, 동훈의 아내인 강윤희 (배우 이지아)


박동훈(이선균)의 아내로, 변호사이지만 남편의 직장 상사(학교 후배)와 바람을 피게 되고, 결국 아이가 있는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된다.


남편(극 중 박동훈, 이선균 연기)이 외부적으로 아무리 좋은 사람이면 뭐 하나, 가족과 회사에 밀려 정작 아내 본인은 2순위나 3순위라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미모도 출중하고 변호사인 아내 윤희(배우 이지아)는 남편의 학교 후배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도준영과 바람을 피우게 된다. 잘했다고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윤리적 잣대를 들이밀기에 앞서 난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 여자로서 공감되었다.

 남편은 아내보다 회사와 본인 집안이 우선인 사람처럼 내비친다. 하물며 본가는 가난하여 본인이 집을 마련해 주고 행사 때마다 자금을 지원해 준다. 큰형은 사업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되어 신용불량자의 딱지와 함께 형수님과 이혼을 하게 되었고, 동생은 20년 영화감독의 꿈이 막이 내리고 형과 함께 청소일을 하고 있는 노총각이다. 아내가 바쁘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다는 이유로 남편은 매번 동네형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이런 일상의 패턴에서 아내는 회사 대표이자 반듯한 외모를 가진 후배의 유혹을 끊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데이트, 자신에게 몰입해 주는 관심, 다정한 사랑의 표현, 능력 있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 사랑도 진심이라 여겼었기에 당연 이혼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상반된 조건과 관심을 동시에 비교를 해 보게 된다면 어느 여자가 후자의 유혹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희(이지아) 또한 미모의 능력 있는 변호사이니 요즘 같이 이혼이 흔한 사회에서 둘의 결합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매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물론 남자의 인간성이 별로라고 밝혀지기 전의 가정이다.)


윤희(이지아)가 이해되는 또 다른 이유는, 두 사람의 내면의 사랑은 깊다고 하더라도 표현적으로 드러나는 교감과 표현이 너무 메말라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바람을 알기 전에도 둘 사이에는 살가운 대화나 스킨십이 없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남자는 입이 무거운 남자다. 아내에 대해서도 질문이 없다. 어떤 재판을 맡고 있는지, 요즘 무슨 일이 재미있고, 어떤 일이 힘든지... 이게 무슨 부부인가?

 청소만 열심히 해 준다고, 매번 장을 보며

 "뭐 사갈까?"

를 물어보는 것이 아내에게는 얼마만큼 사랑의 마음으로 느껴졌을까?

이지안(아이유)에게는 저 질문이 가장 부럽게 느껴졌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무미건조한 도돌이표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으니 같이 해보자, 언제 어디로 여행을 갈까? 무엇을 먹으러 갈까? 요즘 무엇이 먹고 싶어? 내년에는 계획이 뭐야?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격려해 주는 것이 부부 아닌가? 그렇다면 일상의 대화를 자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남편도 그렇게 시시콜콜 물어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머가 있고 내가 질문을 하면 잘 대답해 준다. 무엇보다 둘만의 술자리를 자주 가지기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그래서 난 마지막의 윤희(이지아)의 대답이 이해가 간다.


지안 (아이유)가

 "아저씨 같은 사람을 옆에 두고도 바람을 피우는 당신이

 너무 미웠고 미치도록 부러웠다."

 이렇게 말하니, 윤희(이지아)는 대답한다.

 "이유를 대자면 100개, 1000개도 말할 수 있어.

 그게 진짜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4. 이 드라마의 좋았던 대사들.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이다.




 이렇게 16회에 걸친 드라마를 3일에 걸쳐 몰아봤었다.

극 중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 만큼, 여러 삶의 모습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눈물 흘리며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에 관해 되묻게 해 주었다.

책 보다 직접적이었고 노골적이었다.

글 보다 사실적이며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난 가끔씩 '드라마 몰아보기'를 해야 하나 보다. 아직 볼 수 있는 명 드라마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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