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모르는 세 며느리
배후에는 세 아들?
2023. 10. 4.<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엄마가 막내네 하루 더 자고 가라고 그러셨어?"
"내가 언제 그런 소리 했다고 그러냐!"
엄마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셨다.
"막내가 그러던데? 엄마가 더 자고 가라고 하셨다고."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다냐? 아이고, 어서 갔으믄 좋겄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며느리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연휴가 길면 좋은 사람도 있지만 그 긴 연휴가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분명히.
예를 들어 우리 엄마와 나?
최근 가장 긴 연휴를 보냈던 이번 추석에 친정에서 목격했다.
"오늘 밤에 올라간다며? 얼른 짐이나 싸.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동생 내외에게 내가 재촉했다.
"오늘 안 갈 건데? 엄마가 하루 더 자고 가라고 하셨어."
이상하다. 엄마가 그럴 분이 아닌데?
너희도 '손주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그 아름다운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테지?
설사, 만에 하나 엄마가 그런 말을 실수로라도, 형식적으로라도 하셨다고 해도 그게 진심이 아니란 사실을 정녕 모르더란 말이냐?
내가 다 힘들다.
추석 전날 엄마의 첫째 며느리와 막내며느리가 도착했다.
둘째 며느리는 10분 거리에 살고 있었으므로 하루에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말이다.
(둘째 며느리는 친정도 그렇게 왔다 갔다 한다.)
부모님만 오붓하게 살고 있던 집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첫째 오빠네 아들 셋에 오빠 부부까지 5명, 막내 동생 내외를 비롯해 그들의 아들 1명, 둘째 오빠 내외와 딸 이렇게 3명 벌써 13명으로 수용인원이 확 늘어났다. 우리 식구는 아직 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오빠들이나 동생네가 추석 날 오후에 떠날 줄 알았다. 연휴도 긴데 가족들끼리 어디 놀러라도 가겠지, 설마 며칠씩이나 친정에서 머물 줄 미처 몰랐다.
그래, 연휴가 6일이니까 추석은 좀 이르다 싶을 수 있다, 인심 한번 써서 추석 다음날, 그러니까 3일째 되는 날에는 일찍 출발할 줄 알았다. 아무리 부모님이 편하게 해 주신다고 해도 다들 제 집이 편하지 않겠어?
그런데, 철없는 동생이 추석 다음날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거다.
"너는 우리 집이니까 편할지 몰라도 OO 엄마는 불편하지. 넌 처가 가서 며칠씩 있으라고 하면 있겠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라. 적어도 처가 가서 넌 밥 하고설거지는 안할 거 아냐?"
다행히 큰 오빠네는 추석 다음 날 밤 늦게 가겠다는 복음을 내게 전했다.
하루종일 부엌에 있다시피한 올케 보기가 민망했다.
시가에서 사흘 이상 머무는 며느리는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사람이나 적으면 몰라.
자그마치 우리까지 합세해 매일 16명이다.(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 집 양반은 빠지고 추석 당일에만 1시간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끝냈다.) 오빠나 동생은 자기들이 밥하고 설거지할 것도 아니면서 뭐 하자고 그렇게 집에 오래 있는 건지, 어쩜 아들들이 그럴까.
아내들 생각도 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라도 먼저 가서 쉬어."
올케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다 했다.
그 며느리가 왜 못 가고 있는데?
원흉은 세상 물정 모르는 내 동생이었다.
올케에게 말했다.
"친정에도 가야지. 얼른 가봐. 부모님 기다리시겠다. 여기 오래 있지 말고 친정도 가고 집에 가서 푹 쉬어. 여기 있으면 일만 계속하잖아. 내가 나머지는 할게. 걱정 말고 얼른 가."
시가에 있는 시간만큼 처가에 있을 시간도 보장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나는 명절이면 엄마에게 며느리들을 얼른 친정에 보내라고 닦달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지체 없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친정에는 미리 오면서 들렀어요, 언니."
올케는(=남동생의 아내) 나를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라니! 언니가 뭐야? 형님이라고 불러야지!"
라고는 절대 잔소리 하지 않는다.
듣기 싫지 않아 굳이 정정하지 않는다.
형님이면 어떻고 언니면 어떠랴?
어? 이게 아닌데?
이미 친정을 들렀으면 핑곗거리가 없잖아?
"그래도 여기 있으면 불편하잖아. 집에 가서 쉬지 그래?"
"OO 아빠가 더 있다 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가자고 하니까."
그래, 며느리는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게 확실하구나, 내 예상이 맞았어.
그런데 동생이 속도 없이 아주 부모님 집에 눌러앉을 생각인가 보다.
내가 뭐라고 오빠들이나 동생에게 집에 가라 마라 하는가 하면 말이다.
부모님이 힘들어하신다.
한창 까불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나이대의 손자들이 사방에서 그 존재를 한껏 드러내고 있어 나도 정신사나웠다.
아빠는 여기 앉으셨다 저기 앉으셨다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밭으로 나가셨다.
엄마는 며느리들이 여럿이어도 손수 이것저것 하시느라 무릎도 안 좋은데 절뚝이며 하루 종일 바빴다.
그래서 내가 나섰던 것이다.
급히 동생을 호출했다.
"엄마랑 아빠 힘들다. 얼른 너희 집 가서 쉬어라. 우리도 쉬어야지."
하지만 동생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그저 집에 오래 머물면 부모님이 마냥 좋아하실 거라고 단단히 착각한 것 같았다.
"나도 어제 설거지했어. 좀 더 있다 갈 거야."
라며 동생은 반발했다.
"너는 밥 안 먹었냐? 먹었으면 당연히 설거지해야지 어디서 유세야!"
같이 먹었으니까 설거지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게 무슨 벼슬이나 되는 줄 알고 동생은 큰소리쳤다.
네 아내가 더했으면 더했지 솔직히 네가 더 했겠어?
급기야 나는 그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왜 네 생각만 해? 부모님 생각은 안 해? 그 정도 있었으면 오래 있었어. 이젠 가도 돼. 나도 힘들다!"
며느리들만 고생하는 게 마음에 걸려 나도 거의 매일 친정에 들락날락하며 설거지라도 할 요량으로 손을 넣고 있었다. 이젠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 며느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면 나도 더 이상 출동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리고 며느리들만 일해야 한다는 그런 정신 나간 법은 세상에 없으므로 시누이로서 당연히 같이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고 이것아, 네가 가야 나도 쉴 수 있다니까!
그리고 자식들 다 가고 나서도 뒷정리하려면 나랑 엄마는 또 쉴 틈 없어, 알기나 해?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게야?
3일 동안 명절 치르고 하루 종일 동동거렸을 아내를 생각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거기서 빠져나가줘야 할 터인데 동생은 제 생각만 하고 아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는 더 자고 가라고 한 적 없다던데? 어서 가라던데?"
쐐기를 박았지만 동생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와중에 조카는 장염이 와서 병원을 다녀왔다.
애도 아픈데 얼른 짐 좀 싸라니까 정말 말 안 듣는다.
하지만, 6살짜리 그 조카가 약을 먹고 회복을 하자 듣고도 믿기 힘든 말을 했다고 한다.
"엄마, 우리 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더 자고 가자."
조카가 더 있자고 조르는 데에야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무려 5일 만에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들들이 다 떠나고 난 후 엄마는 내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다 가고 나니까 시원~~~~ 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