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공무원이 음주단속에 걸린 까닭은?
나는 맹세코, 남편의 음식에 술을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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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자
Oct 29. 2022
22. 10. 28. 본 사건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혹시,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 중에 술이 들어간 게 있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나만 먹는 음식에 술 넣은 적 없어?"
"내가 술을 왜 넣어?"
아침 9시도 안 되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OOO
남편의 이름 세 글자가 화면에 떴다.
옛날 옛날, 호랑이가 금연하던 시절에 남편 음식에만 뭔가 다른 걸 넣은 적이 있는 나는 뜨끔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음주 측정 검사해 봤는데 높게 나와서 말이야."
다짜고짜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왜 학교에서 음주측정을 해?"
"오늘 애들 체험학습 간다고 했잖아."
이제 이해가 갔다.
지난주에도 학생들 수학여행 가는데 부산을 떨며 아침 일찍 출근한 날이 있었다.
굳이 새벽같이 일어나서 사사건건 내 일에 간섭하다 급기야 아침부터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출근한 날이 있었다.
"애들이 수학여행 가는데 왜 자기가 일찍 출근하는 거야?"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마. 내가 버스 계약 담당자잖아. 일찍 가서 이상은 없는지 검사할 거 하고 해야지. 기사 아저씨들도 혹시 모르니까 음주 측정도 해 봐야 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과연 그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남편이 저토록 흥분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매우 아름답지 못한 소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기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정실의 업무를 모르는 것뿐이다.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담당자도 아니고 행정실에서 일해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 속사정을 알겠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물정은 다 알아도 남의 편의 업무 분장표에 있는 물정만큼은 알고 싶지가
않다.
아침부터 남의 편의 횡포에, 갑작스러운 갑질에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
오늘도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가 보았다.
그래서 또 음주측정기를 썼나 보다.
운전하시는 분은 당연히 그러려니 하겠는데, 직원들도 같이 측정을 하는 건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있기 없기?
게다가 상대는 자그마치 남편이다.
내 질문이 몰고 올 후폭풍 내지는 '세상 물정 타령'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타령, 혼자 잘 간직했다가 인간문화재로 거듭나시기를 바랄
뿐이다
.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던고
?
"아침에 측정해 보니까 'high'로 나오더라?"
"어젯밤에 술 마시고 잤어?"
"아니. 난 혹시 자기가 내 음식에 술 탔나 해서."
"내가 음식에 술을 왜 타?"
"잘 생각해 봐. 진짜 안 탔어?"
사람이 속고만 살아서 그런다.
'웬 술을 내가 타겠냐고. 차라리 약을 타버리고 싶다.'
오해는 마시라.
내가 말하는 약이라 함은 '고된 직장생활에 찌들어 만성피로에 허덕이는 우리 집 가장을 위하야,
그
의 기운을 한껏
북돋아 줄 자양강장제 같은 그런 종류의 약을 말하는 것이다.
'박하수'에라도 밥 말아 주고 싶다.
내가 얼마나 남편을 끔찍이 생각하는데?
정말 끔찍하다 끔찍해, 진심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서.
"진짜 이상하네. 근데 왜 그렇게 나오지? 저번에도 불어 봤는데 그때도 그랬어. 다른 사람들은 안 그래. 나만 그런다니까. 진짜 술 안 탄 거 맞지?"
"바빠서 술 탈 시간도 없어. 진짜 안 탔다니까 왜 그래?"
"그럼 우리 집에서 나만 혼자 주로 먹는 음식이 뭐가 있지?"
집요함을 끝을 달리는 이 남자.
"임자 씨 때문에 내가 지방직 시험에 떨어졌어요."
라며 접근해오던 집착남의 끝판왕 시절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침에 요구르트 먹는 거 그거 말고는 다 똑같지."
'집에 있으면서 그런 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라며 강요 반 제안 반으로 내게 수제 요구르트를 상명하달하다시피 했었다.
역시 '반반 사랑'의 화신답다.
"그럼 그게 문젠가?"
"그거야 모르지. 혹시 오늘 아침에 이 안 닦고 가서 그런 거 아냐?"
"오늘 이 닦았어."
거세게 반발했다.
"하긴 이 안 닦고 불었으면 그 기계 진작 고장 났겠지."
"
이 안 닦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
요구르트가 발효된 거라 그런가?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하다. 할 때마다 그렇게 나온 거 보면 아무래도 몸속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무슨 문제?"
"아니,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뭔가가 있다거나 하는 그런 거 말이야. 난 잘 모르겠다. 나중에 병원 가서 물어봐."
"의사가 어떻게 알아?"
그러는 댁은 아시고?
의사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알까?
검사를 해 보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해서 한 말이었다.
최소한 우리 둘 보다야 나을 거라 확신한다.
"둘이 백날 얘기해 봤자 결론 안나. 그냥 병원 가서 확인해 봐."
"뭘 이런 걸 가지고 뭘 병원에 가?"
이런 거 가지고 병원 안 가면 뭘 가지고 병원 갈 건데?
"그럼 병원 안 가고, 어디 법원이라도 갈래? 가서 판사님한테 판결 내려 달라고 하게?"
만약 가게 된다면 법원 중에서도
중년부부가 사이좋게 갈 곳은 '가정법원'이 될 것이다.
소 제기의 내용은 물론 달라질 것이다.
철없을 적 내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그곳.
내 말은 듣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나한테 전화했나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병일까?
저런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술 한 방울도 안 마시고 갔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음주단속에 걸리다니.
최근 공무원의 음주 관련 징계가 강화되면서 남편도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니다.
가만 보면 여전히 (남편이 근무하는 그곳) 공직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다,라고 종종 생각해 왔다.
이슬방울 한 방울도 맛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당한 남편의 넋두리에 역시나 술 뚜껑도 만져본 적 없는 아내의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그 와중에도 생각했다.
날도 추워지는데 이제 요구르트 대신 뜨끈한 '박하수'에 밥 말아줘야겠다고.
어쩌면 좋아? 자나 깨나 남편 생각뿐인 세상 물정 모르는 나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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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나도 해봤다, 부부공무원
06
정근수당과 명절휴가비와 그 밖의
07
쇼윈도 부부의 외출, 내가 그럴 줄 몰랐네.
08
감히 '남의 편'에게 '힘들다'라고 말했다가...
09
설마설마했는데,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걸까?
10
그날 아침, 공무원이 음주단속에 걸린 까닭은?
나도 해봤다, 부부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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