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상이 없고 어느 정도 승진 최저 소요연수가 되면 차근차근 승진을 시켜주겠지만 아주 가끔은 느닷없이 어떻게 저 직원이 벌써?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기는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공무원 승진이 있다.
하나는 정말 뛰어난 능력자의 당연한 승진이오, 다른 하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드는 승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도 저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 직원은 내게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도 내게 저런 말을 했을까.
나중에서야 군청 과장님으로 계신 분이 나의 친척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갑자기 내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슨 얘기 끝에
"그 과장님이 너희 친척이라며?"
이렇게 흘리듯 말하더니 나는 별 뜻 없이 들었는데 그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고는 나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나랑 그분이랑 무슨 상관인데?
아니 다짜고짜 승진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거지?
물론 심각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농담이려니 했지만, 그 당시에는 웃고 넘겼지만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나의 원 플러스 원 생활은 일을 그만두던 그날까지도 연명됐다.
누구는
"그래도 친척이 저렇게 과장님으로 계시니까 좋겠다."
"나중에 좋은 데로만 보내주는 거 아냐?"
"뒤에서 다 일 봐주시는 거 아냐?"
"찬스 써서 여기로 왔지?"
등등의 내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어이없고 황당하고 언짢기까지 했다.
나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공직 생활하는 동안은 청렴결백하게 살고 싶었다.
내 근무환경에 그분이 만에 하나라도 어떤 식으로 관여를 하셨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한 번 가서 고생한 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두 번이나 더 간 걸 생각하면 정말 아무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먼저 어떤 부탁을 했다거나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한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학연, 혈연, 지연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롭고도 싶었다.
정작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위에서 엮어주고 옭아맨다.
편견은 또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다.
당사자인 내가 이유도 없이 받아야 했던, 더군다나 그런 대우를 받을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겪었던 선입견으로 뭉쳐진 무책임한 발언들과 근거 없는 추측들과 '아니면 말고'식의 비상식적인 사고방식들이 폭력으로 다가왔음을 누구 하나 의식이나 했을까.
물론 뉴스를 통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공직사회의 사건들이 종종 뭇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일부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가.
어찌하여 흠집 내지 못해 안달인가 말이다.
물론 대다수의 좋은 직원들은 전혀 그런 기색을 않지만 일부의 직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그 말들에 나는 염증을 느끼다 못해 욕지기가 일었다.
사람들은 다 같은 방식으로 살지는 않는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느끼고 사는 일이 아니었던가?
이를 증명하듯 훗날 나는 아주 천천히 승진했고(출산과 육아 휴직도 있었으므로 2009년 9급으로 임용돼 2013년에 8급을, 2018년에 7급을 달아 ) 다음, 그리고 다다음 기수들에게 뒤져 주위 사람들이 다 안타까워했다.
아빠가 대통령이라도 승진은 공평해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부정, 비리, 이런 것은 아니 될 말이다.
결국 내가 아주 뛰어난 사람은 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어서 조금은 창피하지만 몇 년이나 늦게 임용된 내가 앞선 기수보다 빨리 승진할 일은 결코 없을 거라며 큰소리친 그 말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야 비로소 '언행일치'의 뿌듯함마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