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무원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나는 달갑지 않다.

by 글임자
23. 1. 25. 마치 그림자처럼 언제나

< 사진 임자 = 글임자 >


"A 선생님 알지?"

"당연히 알지. 그때 같이 근무했잖아. 7년 정도 전에. "

"기억하네?"

"그럼. 그때 우리 합격이한테도 잘해줬잖아."

"그랬지. 근데 갑자기 연락이 왔어."

"뜬금없네. 그동안 연락 안 하고 살았잖아?"

"그러게."

"갑자기 나 어디 있냐고 하면서 자기는 지금 어디 근무하냐고 물어보시네."

"매일 집에서 근무한다고 해, 무급으로 4대 보험 혜택도 못 받고. 또 무슨 소리 듣고 궁금해서 연락해 보신 걸까?"

"그럴 수도 있지."

남편과 그분은 오래전에 같은 근무지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였다.


그분이 진작에 퇴직하셨다는 것도 다 듣고 알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남편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난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갑자기, 정말 느닷없다 할 만큼 생각지도 않게 연락이 온 것이다.

"나 일 그만둔 거 알고 어찌 된 건지 궁금해서 연락하셨나?"

(실제로 그런 일로 연락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그랬을까? 나도 갑자기 연락 와서."

"이래서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면 안 좋다니까. 좁아. 진짜 좁아도 너무 좁아."

"답장은 해야겠는데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그냥 사실대로 말해."

"왜 갑자기 자기가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물어보는 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서 얘기 듣고 이미 다 알고 연락해 봤을 수도 있고. 아님 진짜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봤을 수도 있지."

"정말 그런가?"

"나도 모르지. 근데 진짜 안 끝난다. 나 그만둔 지 벌써 1년이 지났어. 근데 아직도 안 끝나네. 참 오래도 간다 진짜."


도둑이 제 발 저린 증상 말기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나는 또 지레 짐작해 버렸다.

지은 죄가 있으니 나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또 나의 의원면직과 관련이 있으려니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남편이 근무지를 옮길 것이 확실시되고 전에 남편과 같이 근무했던 한 직원이 떠보듯이 슬며시 얘기했다는 것이다.

"부인은 그대로 거기 잘 다니고 있지?"

라고, 전혀 천연덕스럽지 않고 어색하게 말이다.

그와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일뿐더러 남편과의 사이가 각별한 것도 아닌데 남의 아내의 안위 따위가 갑자기 왜 궁금하다는 말인가.

그 직원의 아내는 나와 같은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었고 한 사무실, 같은 계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작년에 내가 그만두고 난 후 의원면직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들과 어이없어 짜증스러울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새해를 맞이했으니 직원이라면 절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다.)했다.

그럴 때면 또다시 욕지기가 일 것만 같다.

아무리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나만 또 가만히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아내의 안부를 묻기 전에 그는 먼저, 아니 오로지 제 아내의 안부를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짐짓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본 것 같다고 남편이 그랬다.

내가 잘 다니고 있냐고 물어보는 폼이 너무나 어색해서 말이다.

남편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눈치쯤은 있는 용한 사람이다.

그전에도 한 번인가 물어봤었다고 했던 터라 나는 더 그 상황이 더 뜨악했다.

"거기 좁은 동네인데, 진작 소문 다 났을 텐데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거면 좀 웃긴다. 안 그래?"

나는 가볍게 받아쳤지만 도를 넘은 남들의 오지랖에 언제까지 내가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쩐지 귀가 또 근질근질하더라니.


부부 공무원,

우리에게는 한때였다.

같은 지자체에서 직렬은 다르지만 부부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은 애로 사항 대향연의 날들의 연속이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과 말 좀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남편이 엮이고 내가 엮이고 굴비 엮이듯 탄탄히 엮어졌다.

나나 남편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했다.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지대하신 분들은 언제나 도처에 즐비했으므로 나에게 남편에 대해 묻고 남편에게 나에 대해 묻는 그런 일들에 일일이 대꾸하기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고향에서 근무해서 좋은 점은 좋은 대로 불편한 점은 불편한 대로 숙명이려니 받아들이면서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부부의 생활이란 결코 쉽지 않았다.


슬그머니 남편에게 강력히 제안해 보기도 했다.

"나중에 고향 지역에 근무 신청해서 한 번 가 볼래?"

"아니!"

너무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난 또 어떤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정한 사람, 그는 왜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나.

내가 그동안 너무 잘해 줬나?

그만큼 내 고향이 살기 좋다는 것인가?

그런 거라고 나 혼자만 마음대로 생각하자.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남편의 고향에 가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것 참 고약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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