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랬구나.
나는 형편껏 사는 사람일 뿐이다.
23. 2. 6. 이대로도 괜찮아요.< 사진 임자 = 글임자 >
"안 되겠어. 카턱 프로필에 공지사항으로 올려놔."
"뭐를?"
"외벌이여도 큰일 안남. 질문 사절. 이렇게 말이야."
"정말 그럴까?"
"전체 공람해 줘."
혼자 벌어서 어떻게 애들을 둘이나 키우고 사냐, 힘들어서 어떡하냐 측은해하질 않나, 언제 가족들이랑 나가서 차라도 마시라며 커피 쿠폰을 보내 주시질 않나(차 한 잔 마실 정도는 있어요. 카페 마실을 즐기지 않아서 안 나갈 뿐이죠.), 그러고 보면 각박하다 삭막하다 해도 아직 우리 사회는 온정 어린 직원들 덕에 살만한 것 같다.(고 애써 말하지만 씁쓸하긴 하다.)
맞벌이 천지인 그곳에 이제 새로 발령받아 온 직원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니라서 그곳 사람들은 마치 남편이 거짓말이라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자꾸만 묻고 또 물었다.
비슷한 내용의 사건을 보고 받은 지 불과 이틀 후에 또 남편이 긴급속보를 전해주었다.
"아직 미혼인 직원이 오늘 또 물어보는 거 있지. 진짜 외벌이로 사는 게 가능하냐고."
쉽게 안 죽는다고, 아직 살아있다고, 별다른 큰 일은 없다고 그렇게 살뜰히 얘기해 주어도 도무지 믿기 힘든가 보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것일까.
"그 직원은 월급 받으면 남는 게 없대. 자긴 혼자 살아도 그런데 나보고 어떻게 사냐고."
"어딘가에 썼으니까 없겠지."
"우리도 월급 받아 보면 남는 게 없었잖아."
"아니지. 남는 게 없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다 쓰니까 없는 거였지. 안 쓰면 남아 있지 왜 안 남아?"
"그렇긴 하네."
"우린 한 사람 월급은 거의 대출 갚는데 쓰고 한 사람 월급은 생활비로 쓰다시피 했었잖아. 월급 받으면 다 필요한 곳에 썼지 흥청망청 쓴 것도 아니잖아?"
"그랬었지. 거기서 또 남으면 대출 더 갚고 그런 식이었지."
"그 직원은 8급이야? 그럼 월급이 얼마 안 될 수도 있겠네. 받은 걸로 여기저기 쓰다 보면 다 쓰고 안남을 수도 있지. 그럼 그런 말 나올 법도 하지."
"아니, 7급이야."
"그래? 그럼 아주 적은 건 아닐 텐데. 아직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쓰는 거면. 근데 월세 같은 거 내거나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으면 250 정도 받아도 안남을 수는 있겠다. 행정공제회에 많이 넣고 있나? 아님 저축 같은 걸 많이 하고 있나 보다.요즘은 물가도많이 올랐잖아 또."
"정말 그런가 보다."
"난 신규자 때 120 정도 받아서 82만 원씩 1년을 적금 들었었는데. 일단 월세로 나가는 돈이 없었고 자가용도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대단해.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특별히 돈 쓸데가 없었잖아 나는. 아무튼 돈은 쓰기 나름이니까. 적으면 적은 대로, 형편껏 분수에 맞게 살면 되는 거지 뭐."
하도 직원들이 어떻게 4인 가족이 외벌이로 사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길래 특약 처방을 내려주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
단호한 태도를 보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는 이유가 밝혀졌다.
"우리가 처음부터 외벌이인 줄 알고 그러나 봐. 자기가 일했었던 걸 모르니까. 그 얘긴 안 했거든."
"뭐야? 그러니까 자꾸 그러지. 나 같아도 신기해하겠다. 애초부터 외벌이였으면."
내 근무 지역이 남편의 근무지역과 겹치기도 했고 가깝기도 하고, 남편의 동료 배우자가 나도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더는 긴 말 하고 싶지도 않고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간의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브리핑 자료라도 만들어야 할거나?
'부인은 과거 일한 경력 있음. 올해로 외벌이 1주년임. 이와 관련하여 더 이상 질문 사절!'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충분히 예감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질문지를 들이밀 것이다,어쩌면.
"근데 일은 왜 그만둔 거야? 왜?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