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혹시 '직장 내 갑질'이라고 아세요?

귀하의 현명한 선택을 바랍니다.

by 글임자
2023. 5. 11. 새겨들으셔야 할 것입니다.

< 사진 임자 = 글임자 >


친애하지도 않는, 팀장님!

5일 간의 출장 중 연속 4일을 열심히 회식에 임하셨다면서요?

목요일 밤엔 10시가 다 되어가도록 직원들을 붙잡아 두고 밤을 환히 밝히셨다죠?

저녁 먹으면서 한 잔, 술집에 가서 한잔, 숙소에 가서 또.

그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3차'라고 한다죠 아마?

그렇게 미친 듯이 술 안 마시면 징역이라도 보낸답디까?

아니면 벌금 수 천만 원이라도 부과한답디까?

쉴 틈도 없이 마구 부어라 마셔라 하며 들이미셨다죠?

하지만, 불콰해지며 만취하는 사람은 팀장님 한 명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몇 달간 겪어 보아서 아실 테지만 그 사람은 술 하고는 안 친해요.

안타깝게도 팀장님과는 정 반대 성향의 직원이죠.


듣기로는 술을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분이시라던데, 그렇다면 그렇게 사랑하는 술, 혼자 숙소에 가셔서 문 걸어 잠그고 실컷 드실 일이지 왜 자꾸 싫다는 사람 억지로 먹이시는 건가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떻게 일주일에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나요?

직렬이 아마도 '만취직'이신가 보죠?

몰라봐서 죄송해요, 제가 작년에 공직생활을 끝내고 직장생활도 하지 않다 보니 그런 직렬이 신설된 줄 전혀 몰랐어요.

꿈에도 몰랐네요.

제가 이렇게 세상 물정에 어둡답니다, 호호호.

제가 근무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직렬은 전혀 없었거든요.

있어서도 안될 몹쓸 직렬인 것만은 확실해 보이네요. 아마도 팀장님은 그 직렬에 우수한 성적으로 1등으로 합격하셨겠죠?

아, 팀장님 정도면 특채겠군요.


참, 겸직도 하신다죠?

직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술먹이직', 좀 낯설기는 하네요.

그런데 그거 불법 아닌가요?

공무원은 겸직 금지의 의무가 있잖아요, 엄연히?

저도 들은풍월은 있답니다.


제가 무슨 자격으로, 느닷없이 이렇게 나오는지 의아하시겠지요.

물론 이렇게 제가 팀장님께 이런 호소문을 쓴다는 사실을 알면 남편이 아마 펄쩍 뛸 겁니다.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당장 억지로 술 마시다가 죽어도 '팀장님께 찍혀 직장생활 고단하게 할까 봐' 마지못해 그 사람이 그 술판에 끼는 거라고 언제나 말해 왔거든요.

팀장님은 참 능력자이십니다그려. 말 한마디로 직원을 벌벌 떨게 만드시니 말이죠.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으셨겠어요, 이렇게나 뛰어나신데.


만에 하나 제가 팀장님게 보내는 연서가 남편에게 발각된다 한들 남편이 저를 데리고 갈 곳은 가정 법원밖에 더 있겠어요?

가정이 파탄 나는 일 보다 그 사람은 직장생활이 파탄 날까 더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이게 직장입니까?

무슨 놈의 직장이 이따위인지 모르겠군요.

잠시만요, 저도 라테 한 잔 탈게요.

저때는 안 그랬어요.

직렬의 차이인지 몰라도, 아니죠, 엄연히 직장 환경의, 윗분의 성향의 문제일 뿐이죠.

태어나 이런 데는 처음 봅니다.

눈 다 버렸습니다, 못 볼 꼴을 많이 봤네요, 덕분에.

이거야말로 직장인 학대 아닌가요?

혹시 남편이 어떤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갈 요량으로 조퇴를 하겠다고 하거든 지체 없이 결재해 주시어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정법원은 집에서 아주 가깝거든요.

그런데 이를 어쩐다죠?

'그 사유' 중엔 '직장 상사의 만행'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말이죠.

이런 사유도 하나쯤 추가해 달라고 강력히 추천해 봄 직도 하겠네요.

좋은 아이디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팀장님은 남다르세요.

혹, 증인으로 출두해 주시라는 연락을 받거든 기쁜 마음으로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이제 팀장님도 그 사람이 술 못 마시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거 진작에 파악하셨잖아요?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 상태가 몹시도 안 좋게 나왔는데 붙임 문서로 추가해서 보내드릴까요?

'별송'처리하죠.

그 결과지는 제가 직접 등기로 부치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직접 뵙고 전해드려야 마땅하오나,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제가 무슨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도 아닌데 말이죠.

진정한 워라밸(war-label)을 몸소 실천해 주시는 분,

존경받아 마땅한 분.

팀장님,

제발,

작작하세요!

어머, 저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버렸네요.


그래요. 제발 적당히 좀 하세요.

연세도 있으신데 진심으로 팀장님 건강도 걱정이 됩니다.

남편은 늘 말해 왔어요.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그렇지 업무면에서는 능력이 뛰어나시다고요.

매일같이 그렇게 만취해서 사는데 어떻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네요.

사모님도 계시고 자녀분들도 있잖아요.

댁에서는 매일 술에 절어 살면서 건강도 돌보지 않고 살아도 아무도 상관도 않고 관심도 없나 본데, 저희 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금쪽같은' 남편이고 애들 아빠이자 자랑스러운 가장이랍니다.

저도 저지만 아직 어린 제 아이들을 봐서라도 이제 그만하세요.

기어이 제가 교육감님께 전화라도 드려야 끝이 나겠어요?

바쁘신 분한테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참, 국민 신문고도 있군요.

그 사람은 그래도 팀장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두둔하지만(팀장님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 알고 계셨나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본인이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술을 '억지로 먹이고' 못 마시는데도 할 수 없이 '꾸역꾸역 먹여서 '그 사람은 부대끼면서도 팀장님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하는데 이거이거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닙니까?


술을 마셔서 기분 좋은 사람은 팀장님밖에 없는 것 같던데요? 다른 직원들도 마지못해 그러고 있을 뿐이지 사정은 다들 마찬가지인 것 같던데 알고나 계신가요?

어느 직원은 억지로 받아 마시고 곧바로 다 토해버린다던데요?

무슨 거식증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이게?

그렇게 살아서 뭐해요?

누구 좋자고 매일 그 모양인가요?

남편 말이' 그게 성의를 보이는 거'래요, 일단 받아 마시기는 했으니까 그런 거라나 뭐라나.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네요.

이게 사람 사는 겁니까?

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데, 보아하니 모든 주(酒)권은 팀장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팀장님에게서 나오네요?

그 주권은 전부 미련 없이 팀장님께 위임하겠어요.

다 가지세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건 그것 밖에는 없네요.

다만 그 권리 혼자서만 실컷 누리시길 바라나이다.


그 사람은 그곳으로 발령받은 후부터 간 영양제며 숙취 해소를 돕는 약까지 챙겨 먹으며 죽을 둥 살 둥 그러고 있다는 거 짐작이나 하시나요? 복용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이런 식으로 제약업계의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야 쓰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살아야겠습니까?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지각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왜 그러실까?

목요일에도 밤 10시가 다 되도록 남편과 연락이 안 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회식 중인데(정확히는 누구만 좋아하는 정신 나간 술판이라고 해야겠군요.) 자꾸 집에서 전화 온다고 그것 가지고도 한소리 하셨다죠?

일주일 내내 술판에 빠져 있어도 사모님에게서 전화 한 통 없어서 심통이 나서 그러시는 건가요? 별 걸 다 간섭하시는군요. 저랑 애들이 왜 자꾸 전화를 하는 건데요? 걱정이 돼서 그래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이러다 남편이 죽을 것 같답니다.

정말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직장 내 괴롭힘 내지는 갑질'이라고 한다죠 아마?

아무리 팀장이라도 직원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칠 권리는 없어요.

이참에, 뉴스에 출현하게 해 드려요, 한번?

갑자기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당황하지 마셔요.

세상은 넓고 '폭로'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는 점을 이쯤에서 한 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네요.


회식,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놈의 술은 상황에 따라서 마실 수도 안마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술 좋아하시는 팀장님의 취향 적극 존중해 마지않습니다. 드시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팀장님이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처럼 술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실 줄도 알아야죠.

에구머니!

제가 버르장머리 없이 팀장님께 감히 훈계를 하려 드는군요. 흘려들으세요. 요즘 젊은 것들이 다 그렇죠 뭐, 호호호.


남편이 무조건 회식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술을 안 마시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시는 거죠?

다만, 남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하겠다는데 그게 잘못인가요?

직원 건강은 망치고 그 가정이 파탄 나는 꼴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시겠어요?

옛날에는 더 했다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런 몰매 맞을 발언은 이제 그만하시죠?

과거 팀장님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팀장님 생각일 뿐이잖아요.

그렇게 좋은 거라면 팀장님 가족에게나 많이 많이 전수하시기 바랍니다.

그 귀한 걸 한낱 아래 직원에게 전수하시다니요?

너무 부담스러워 받을 수가 없네요.

정중히 사양하겠사오니, 넣어 두시어요.

김영란법에 저촉되겠어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는.

어마?

또 제 속마음이 나와버렸네요.

그냥 무시하세요. 혼자 해 본 소리예요, 호호호.


'그나마 공무원이라 이 정도지, 사기업에선 더한다'는 그런 상식 이하의 말씀이랑 거두시어요.

어디 보자,

국민 신문고가 좋을까, 아니면 지상파에 제보를 하는 게 더 좋을까, 고민되는걸요.

참 행복한 고민이죠.

팀장님 덕분에 이런 복에 겨운 고민도 다 해보네요,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듣자 하니 승진을 앞두고 계신다죠?

이런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다가는... 글쎄요...

팀장님이 지은 과보는 결코 피할 수 없고 언젠가는 반드시 받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기를 바랍니다.

힘없는 한낱 7급 공무원의 아내는 4급 승진을 앞두신 분보다 가진 것도 없지마는 세상 무서울 것도 없다는 걸 넌지시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저흰 잘못한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팀장님은 제 발 저릴 일이 많으시겠죠?

이쯤 되면 저도 이판사판 아니겠어요?

제가 입 한 번 뻥~끗 해드려요?

협박하는 거냐고요?

에구머니, 망측해라.

누가 듣겠어요.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제가.

그냥 참고만 하시라~ 이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곧 상반기 근평시기가 다가오는군요.

제가 예전에 근무할 때 6월 중에 하던데, 그곳은 어떤가요?

어쩜, 참으로 시의적절하여라. 제가 슬슬 활동을 개시해도 되겠군요.

어느날 갑자기 인터넷상에서 '핵인싸'가 되어 유명세라도 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쯤에서 그만 하시죠!

그런 욕심까지는 안부리시겠죠 설마?

팀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직원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착각,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위직의 아내도 팀장의 도가 지나치면 방관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정작 당사자인 남편은 가만히 있는데 제가 무어라고 이러쿵저러쿵 하냐고 따지신다면, 단지 그 사람은 '힘없고 약한' 하위직이기 때문이랍니다. 행여라도 제가 사고 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하지만 옆에서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저도 이젠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니 거칠 것이 없군요.

전 같았으면 신분상의 굴레 때문에라도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을 뻔했지 뭐예요.

명목상 '친목활동' 이라고요?

솔직히 그 친목활동 원하는 자 누구 하나 있을까요?

누가 팀장님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기라도 했나요?

그러다 새로운 가족관계라도 만드시게요?

친해져서 뭐 하시게요?

단지 어디까지나 한 직장 생활을 하는 사이일 뿐이라는 걸 아셔야죠.


1차 경고 예고장입니다.

판단은 팀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하나님이 여자의 눈물방울을 세고 계시듯, 저는 팀장님의 만행 하나하나를 다 기록할 것입니다.

전 진심으로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만에 하나, 어떤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는 그곳의 1호가 되어 전 직원에게 그 사례가 공람되고 전국의 공공기관에 널리 알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종종 저보고 '정말 보통이 아니다.'라고 노동요처럼 읊조리곤 한다는 사실을 남몰래 알려드리며 이만 총총.



p.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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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적어서 발송하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