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아빠의 편애
딸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아빠의 영업 비밀
2023. 5. 16. 이제 알았다.< 사진 임자 =글임자 >
-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이웃의 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더니...
"엄마, 저게 벌써 저렇게 컸어?"
"요새 날이 따순께 금방 크제."
"저거 일주일 전에 했잖아? 근데 벌써 돋았다고?"
"모판에다 해서 보온덮개 덮어 놓으믄 금방 크제."
"그래도 그렇게 빨리 클 수가 있나? 진짜 빠르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일주일 전에 마당에 모판을 놓고 올해 지을 벼농사의 재료, 발아된 볍씨를 준비했었다.
새파란 것이, 싱싱한 것이, 한 줌 베어다가 샐러드라도 해 먹고 싶을 만큼 깜찍했다.
날씨가 갑자기 여름날처럼 더워졌다.
친정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부모님 안부를 살피는 것도 아니고 달걀을 꺼내 오는 것도 아니고 사과가 얼마큼 커졌는가를 가늠해 보는 일도 아니었다.
요즘 나는 맨 먼저 마당가에 있는 나의 허브들이 무사한지를 살피는 것이 일이다.
그날도 땡볕에 흙이 바싹 말라 보고 있기만 해도 내 목이 타들어갔다.
얼마나 더울까.
흙 속에서 싹을 틔우기나 했는지 어쨌는지 감감무소식인데 허브 3종 세트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은 벌써 3주째다.
그러니까 4월 30일부터 나 혼자만 '오늘부터 1일' 시작이었다.
싫증이 날 법도 한데 아무 대답 없는 허브들을 마냥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뭐야? 아빠는 맨날 저기 물 주고 계셨네?"
"저렇게 날마다 물을 줘야 잘 크제."
엄마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다 한다는 듯, 그건 너무 뻔한 얘기가 아니냐며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하셨다.
그래. 아빠의 영업 비밀은 바로 저거였어!
애지중지 볍씨를 발아시켜서 모판에 뿌리고 볕 좋은 봄날에 보온덮개를 이불 삼아 일주일 정도 덮어둔 뒤 매일매일 물을 주면서 직사광선을 쬐게 하는 일, 수 십 년 농부로서 다져진 기본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속도 없이 뿌린 대로 다 거두리란 욕심에 이것저것 허브는 몽땅 심어놓고 참을성 없이 왜 이렇게 더디 나오나 애만 타 했었지 않은가.
어쩌다 친정에 들르면 모판 아래에 물기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아빠가 내 것에도 신경을 쓰고 계신지 아닌지를 날카롭게 판단했었다.
이왕 모판에 물 주시는 거 내 허브들에도 살짝 물 뿌려주면 좋았을 것을...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이런 건가?
가족사이라도 엄연히 소유자가 다른 만큼 자신의 것들은 각자 알아서 기르기?
슬그머니 벼 모판 옆에 밀어놓고 와야겠다, 고 다짐을 했건만 서둘러 나오다가 있던 자리 그대로 내 허브들을 두고 왔다.
이렇게 애석할 수가.
"아빠, 이왕 물 주실 거면 내 허브에도 좀 뿌려 주시지. 그거 잠깐 1분이면 끝날 텐데 앞으로 신경 좀 써 주세요. 아무리 모(벼)가 나중에 자라서 식량이 되어 줄 거라지만, 내 허브들은 식용으로는 고사하고 돋을지 안 돋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무 차별하시는 거 아니유? 진짜 서운하네. 아빠가 그럴 줄은 정말 몰랐소!"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랬다가는 애초에 허락도 없이 은근슬쩍 아빠 명의의 마당 한 귀퉁이를 점령해서 무단 허브 재배를 한 것을 꼬투리 잡아 아예 방을 빼라고 아빠가 으름장을 놓기 전에 발끈했던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한다.
내 땅 없는 설움을 한껏 느끼며 정중하게 부탁을 드렸다.
"아빠 나 없어도 하루에 한 번씩 물 좀 주셔."
아쉬운 사람이 약자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뭔가가 있는 것만 같다.
내겐 오랫동안 품어 온 의문이 있다.
아빠가 하시는 일은 뭐든(대개는) 잘 된다.
병충해도 적고 쑥쑥 잘만 자란다. 튼실하기까지 하다.
혹시 나 몰래 성장 촉진제라도 맞히고 계신건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