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안녕, 안녕
사진 임자 = 글임자
< 2022년 7월 16일, naroseon(이 나이에 공무원 퇴직)의 블로그 >
17일은 교행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남편의 월급날이다.
7월에는 17일이 일요일이므로 어제, 금요일에 월급이 들어왔다.
들어왔다고 남편으로부터 소문만 들었다.
"이번 달에는 건강보험료 정산해서 뭐 떼고 어쩌고 하니까 얼마 안 될 거야."
"아이고 그래도 그게 어디야. 돈 벌어 오느라 고생했어."
며칠 전 월급 작업을 하며 옆 직원이 이번 달에는 금액이 얼마 안 될 거라며 넌지시 알려줬다는 것이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실수령액을 보통 250만 원 정도 받았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근무했고, 그전 국가직 근무 경력 1년 정도인가 인정받았으며, 7급 승진은 2019년에 나보다는 6개월 더 늦게 해서 받는 월급이 저 정도다.
이번 달(7월)은 230만 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내가 무슨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 월급도 그저 고맙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도 남직원들끼리만 회식이 있다면서 2차 술자리까지 갔었다고 앓는 소리를 하며, 돈 벌기 진짜 힘들다 힘들다 노동요를 부르더니, 육아휴직 끝나고 처음 월급을 받고 나니까 감회가 새로운가 보다.
나도 알지, 돈 벌기 힘들어, 공무원으로 살기도 힘들고. 그래도 직업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맙지.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월급이라기보다는 휴직 수당이니까 금액도 적고 월급이란 느낌이 별로 안 들었다.
아빠들 육아휴직을 권장한단 의미로 엄마보다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면 오히려 육아휴직 수당이 더 많이 나온다는 말에, 첫 3달은 최대 230인가 250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고, 남편도 한 번쯤 휴직을 하길 원했으므로 단행한 육아휴직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왔다.
그래도 소문대로 많지는 않았다. 200만 원이 안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통장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고 남편이 전해준 바에 의하면 말이다.
남편에게 묻지도 않고 담당자가 공무원연금 기여금을 살포시 떼고 입금해 줘서 당황했다.
처음 육아휴직 수당을 받고 남편이 곧장 전화해서 다음 달부터는 기여금을 떼지 말고 일단 다 입금해 달라고 했었다.
당장 외벌이로 살아가야 하니까 기여금이고 뭐고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최대한 많이 받아보려고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계속 떼고 입금해 주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어차피 나중에 내야 할 돈인데 그냥 내."
이러면서 남편 말은 가볍게 흘려듣는 것 같았다, 고 남편이 말했다.
생각해서 떼고 준 것일 수도 있지.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도 '기여금 납부 권하는 사회'가 바로 여기구나.
4월부터는 기여금을 떼고 나니 70만 원 정도만 입금되었다, 고 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잖아, 어차피 나중에 다 내야 할 돈인데 3~40만 원 더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 그냥 놔둬.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그것도 나중에 쌓여서 내려고 하면 또 부담되더라. 나도 옛날에 애들 낳고 복직하고 나서 내려고 하니까 꽤 많아서 진짜 부담됐어."
보통은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일을 처리하던데, 내가 육아휴직을 할 때마다 그곳 담당자는 먼저 전화를 걸어와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고, 2012년 첫째를 낳고 6개월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갔을 때 실제 받은 육아휴직 수당은 45만 원이었기(9급 2호봉) 때문에 기여금을 뗀다는 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 여겼던지,
"기여금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까 휴직 기간 동안에는 일단 공제 안 하는 게 낫겠죠?"
이렇게 말했었다.
너무도 알뜰살뜰한 당신, 이심전심입니다.
남편은 복직을 하면 매달 40만 원씩 나에게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어제 50만 원을 보내 줬다.
최근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를 반영해 주는 센스!
탁월하다.
인플레이션과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인다만.
친정 가족들과 같이 하는 계에 매달 내는 돈이 10만 원, 나랑 아이들 보험료 다 합하면 넉넉잡아 15만 원, 핸드폰 요금이랑 인터넷 이런 비용도 넉넉잡아 10만 원 정도, 난방비가 여름이니까 그나마 적게 나와서 많으면 2만 원.
어라? 남는 게 없겠네?
온전히 매달 꼭 지출해야만 하는 금액이 4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이다.
남편에게 받은 돈은 의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돈이다.
가볍게 인사 한 번 하고 바로 달아난다.
우리 집 생활비는 남편 카드를 사용한다. 요즘은 지역사랑 상품권이 워낙에 잘 돼 있어서 그 상품권 카드에 조금씩 충전을 해가며 쓰고 있다.
남편이 항상 말하듯이 더 이상 돈 나올 데 없는 빤한 공무원 월급이기에 나에게 더 줄 것도 없다고.
주고 싶어도 없다고.
그래도 주고 싶으면 만 원이라도 더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나도 그 월급 받아봤는데 너무 정색하는 거 아니야?
중간중간 정근수당이나 명절 휴가비나 성과급 이런 거라도 나와야 조금 허리가 펴지는 살림이다.
아직까진 그래도 살 만하다.
수지맞는 장사 하자고 벌인 일도 아니니까 형편에 맞게 살림 꾸려나가면 되겠지.
가만 보자, 추석이 언제더라?
추석아 빨리 와라, 얼른, 새벽 첫 기차 KTX 타고.
그나마 친정에서 반찬이며 과일, 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조달해 먹는 처지라 내가 결코 가난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어디까지나 나도 정당하게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해 주니까) 이렇게 뭔가 빠듯해 보이면 남편은 또 아쉬운 미련이 다시 고개를 드는 눈치다.
지난번에 뭐라더라?
6월엔가 나보고,
"자기 그만 안 두고 계속 일 다녔으면 6개월 지나서 그 나머지 육아휴직 수당도 다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러는 거다.
그래, 인형 눈을 얼른 붙여보자.
한 5,000년 동안 매일 붙이면 되겠지?
"나 아니어도 자기가 6개월 후에 자기 몫은 다 받을 거잖아. 뭐가 걱정이야?"
"아니 그냥 그렇다고."
한 번은 또 이랬었다.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너도 나도 정신이 없을 때였는데,
"곧 설인데 조금만 더 버티다가 설 명절 휴가비라도 받고 그만두는 건 어때?"
'증거자료 10'으로 채택한다.
남편 말마따나 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 의원면직 날짜 며칠 후면 설이었다.
보통은 일주일 전에 명절 휴가비를 지급해 주기 때문에 정말 눈 질끈 감고 다녔다면 남편이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그 명절 휴가비 남편 품에 고스란히 안겨줄 수도 있었겠지.
나라고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사정 다 무시하고 살 수 있겠는가.
남편 마음도 알고 내 사정도 딱하다.
지방직 공무원 월급날은 매월 20일이다.
나 월급이라도 주고 내보내려고 그렇게 면직 날짜를 처리해 준 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가련한 백수 신세의 앞날에 넓은 아량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신 건지도 몰라.
나도 1월 20일에 월급은 받았었다.
"곧 토해내라고 할 거야. 다 쓰지 말고 놔둬 봐."
"나도 알아. 한 달 다 일하지도 않았는데 뭐 다 주겠어? 나중에 연락 오겠지 뭐. 말 안 해도 다시 돌려줄 각오하고 있었어."
받은 월급 내놔라 하고 금방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상하네. 왜 연락을 안 하지? 어차피 저거 다 주는 거 아닐 텐데."
"기다려 봐, 아마 다음 월급 처리되기 전에 그때 다시 연락할 거야."
행정실에서 급여 업무 처리 좀 해 봤다고 또 나를 가르치려 든다.
남편 말대로 2월 급여 작업을 하기 전에, 화창한 어느 평일 오후 연락을 받았다.
처음 듣는 앳된 목소리의 담당자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미안한 어조(그녀가 미안해할 일은 전혀 아닌데도)로 이러저러해서 반납금이 발생했으니 문자로 내역과 금액을 보낼 테니까 계좌로 입금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생각보다는 적은 금액이었기에 문자를 받자마자 송금했다.
이제 정말 우리 헤어진 거 맞지?
'대낮에 한 이별, 햇살이 밝아서 괜찮았어.'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금전적인 문제는 확실히 해두는 게 맞지, 정말 이젠 홀가분해졌다.
어제저녁, 두 주일 고생해서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오느라(=돈 버느라) 애쓴 남편이 6시가 되기도 전에 집에 도착했을 때 평소보다는 더 반갑게 맞이했다.
(남편은 7월 1일에 복직했다. 2주 출근하고 월급을 받으니까 월급날이 금방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엄마가 웬일이야? 오늘은 다른 때보다도 얼굴이 엄청 밝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꼭 비틀고 싶은가 보다.
"당연하지 아빠, 오늘은 즐거운 아빠 월급날이잖아."
딸이 더 신나서 대꾸한다.
"그래서 반가워한 거야?"
내가 딸에게 잠깐 눈 흘기는 것도 못 본 모양이다.
그래. 즐겁지, 즐겁고 말고.
합격아, 월급 무상이라고 네가 알기나 하겠니?
처음 입금된 그 금액을 볼 때만 느끼는 찰나의 기쁨,
이내 썰물로 빠져나가버리는 그것.
월급,
너라는 사이버 머니.
입장과 동시에 퇴장해 버리는 신의 없는 브런치 방문자 같은 너.
조만간 맞닥뜨리게 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