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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빚쟁이가 되었습니다.

고통과 위로를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by 한서

행복을 나눌 자유는 어디로 갔을까?


새해가 다가올 즈음, 거리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밤하늘에 터질 불꽃놀이와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의 순간, 사람들은 기대감으로 들뜬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달랐다.


새해맞이 행사를 준비하던 행사대행업체는 난데없이 행사의 전면 취소를 통보받았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런 때에 행사를 하면 안 된다.”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렇게 간단히, 행복을 나누는 자리가 사라졌다.


물론,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슬퍼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슬픔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인이 되는 걸까? 그리고 그 공감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우리의 감정을 재단하는 걸까?


행사를 준비하던 지인은 그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모두가 잠시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 좌절감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행사 준비를 위해 빌린 자금을 갚을 길이 막혀 어처구니없이 빚을 지게 되었고, 그에게는 고통이 찾아왔다.


행복을 나누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사람들은 어쩌다 서로의 행복마저 비난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슬퍼야 한다”는 이상한 사회적 압박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너는 왜 슬퍼하지 않니?’


어떤 일이 벌어지든, 항상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슬픔의 도덕성을 심판하려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거리에서 웃고 있던 사람들에게 “너는 왜 웃고 있니? 다른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는데”라며 비난한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그 비난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슬픔은 강요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그리고 강요된 슬픔은 결코 진정한 공감이 될 수 없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고통을 외쳐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한다. 누군가는 기쁨을 통해 고통을 잊고 싶어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축제를 통해 희망을 찾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행복조차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며 배척당한다면, 그 사회는 얼마나 각박한 곳이 될 것인가.


행사가 왜 나쁜가?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대기업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아마도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압박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진정한 공감이나 위로보다는,

고통을 강요함으로써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행사는 단순히 소비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카운트다운 속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런 작은 행복마저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고통의 공유는 사회적 연대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행복을 나누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일이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공감은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조용히 애도를 표하고, 누군가는 밝게 웃으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둘 다 옳다.

그리고 그 둘은 공존할 수 있다.


슬픔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 행복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고통 속에서도 서로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행복을 나누는 순간은 결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론 - 행복의 자유를 위하여

행복을 나눌 자유는 사라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죄인이 되는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슬픔과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연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모두가 서로의 행복을 축하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왜냐하면,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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