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tm 탄생기 (응애~)
“우리.. 네이밍을 다시 해야 할 거 같아요”
제품 제작의 고난을 무사히 넘긴 평화로운 어느 날, 청천병력같은 소식! 왜 그런가 하니 ‘tum(틈)’을 활용한 상표가 이미 등록이 되어 있고, 상표를 등록할 때 같은 산업군 내에서 타 브랜드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는 등록이 불가했어요.
전에 네이밍할 때 우스갯 소리로 ‘우리 네이밍 다시하면 정말 웃기겠다, 그쵸?’라는 농담을 했었는데, 그 말 때문이었을까요? 정말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허허) 그리고 실제로 그때 저희는 웃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어요. 힘겹게 네이밍을 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이미 Teum(틈)으로 로고며 BI며 브랜딩 작업이 거의 완성되어 가던 중이었는데, 그걸 다 허물고 다시 쌓아야 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품 제작 때보다 더 큰 고난이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틈’을 사용하고 싶다면 글자 앞이나 뒤에 다른 단어를 붙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답변이 함께 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까지 브랜딩한 것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네이밍에 들어갔죠.
우선은 이전에 네이밍했던 후보군들을 살펴보며,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졌던 neugeut(느긋), calment(카먼트), muyong(무용) 이 세가지를 후보에 다시 올려두었습니다. 동시에 ‘틈’과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단어로 네이밍을 시작했죠. ‘틈’ 앞뒤로 다른 단어를 붙인다고 해서 100% 등록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었거든요.
이때 정말 말 그대로 팀원들 머릿 속이 백지였어요. 지금 현재 나온 브랜딩 작업물에 어울리면서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뭘 생각하든 결국엔 ‘틈’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제까지 해 온 브랜딩을 모두 놓고 백지에서 다시 네이밍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네이밍을 하다가 너무 생각이 안 날 때는 카페, 서점, 전시, 산책을 가면서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해보았습니다.
특히 ‘틈’에서 완전 벗어나기 위해 사무실 근처에서 하는 사진전을 다같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이 전시에서 힌트를 얻어 일상 속 휴식과 사진을 연결하여 네이밍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일상 속 휴식의 순간을 사진에 담는다, 일상 속 휴식의 순간을 들여다본다, 일상의 해상도를 높인다’와 같이 사진과 관련된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사진 용어로 네이밍을 시도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틈’처럼 이렇다 할 네이밍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전부 휴식과 동 떨어진 느낌이라 어색했거든요.
그래서 사진과 휴식을 연결하는 것은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기존에 있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상표권에 걸리는 부분이 많아 이번엔 합성어/줄임말 위주로 네이밍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네이밍이 나오긴 했는데요, 상표권 등록 거부 사태를 피하려 최종적으로 검수를 하다 보니 많이 탈락되어 실제로 남는 것들이 얼마 없었습니다. 손을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후보군들이 우수수 삭제되었죠.
그 후엔 내부 투표를 거쳤습니다. 다들 두번째라 그런지 처음보다 빠르게 선택하더라고요. 그리고 역시나 팀원들은 다양한 이유로 서로 다른 이름을 골랐습니다.
<여움>
- 장점: 발음이 부드럽고, 의미가 좋음
- 단점: ‘노여움’, ‘가여움’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연상되고, 올드하고, 우리의 휴식 컨셉과 잘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음
<오무드>
- 장점: 캐주얼한 느낌이라 브랜드의 톤과 잘 어울림, 발음하기 쉬움
- 단점: 휴식이나 브랜드의 컨셉이 쉽게 연상되지는 않음
<채운>
- 장점: 발음하기 쉽고, 의미가 브랜드의 컨셉과 잘 어울림
- 단점: 단어가 주는 느낌이 다른 것에 비해 진지한 편
그런데 뭔가 2% 부족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틈’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더라고요. 팀원 전체가 ‘틈’이라는 단어에 애착이 생긴 듯 했죠. 새롭게 네이밍을 하려 해도 눈을 감으면 ‘틈’이 눈 앞에 아른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틈’을 활용해서도 네이밍을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팀원들이 전부 모여 다같이 편하게 이야기하며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틈’ 앞뒤에 정말 다양하고 단어를 붙여보았는데요. 그러다 누군가 ‘온틈’이라고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모두 ‘오? 그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바로 다함께 온틈을 디벨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자의 따뜻할 ‘온’, ‘켜다’의 영어 전치사 on 등 다양한 의미를 찾았는데요, 그 중에서 만장일치로 우리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의미는 영어 전치사 ‘on’의 ‘~에서’라는 뜻을 활용한 ‘on the teum: (틈에서)’이었습니다.
‘on the teum’이 브랜드의 컨셉을 전달할 수 있고, 예전 슬로건인 ‘쉬어가요, 틈 속에서’를 이름에 녹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on-teum’은 디자인적으로 예쁘지 않았고, 약간 길이가 긴 느낌이 있어 단어를 줄여보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발음은 ‘온틈’으로 그대로 갖고 가면서 줄일 방법을 찾다가 표기법으론 틀릴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틈’으로 발음할 수 있도록 ‘teum’을 ‘tm'으로 줄여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ontm’으로 줄이니 4글자로 균형도 맞고, 디자인적으로도 더 예뻤죠. 그리고 ‘오엔티엠’ 이렇게 문자 그대로 읽어도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틈을 활용한 네이밍까지 끝내고 나서는 지금까지 나온 후보군들을 모두 모아 내부 투표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다들 한 이름에만 눈길을 보내더라고요. 말 안 해도 다들 짐작 가실 거라 생각해요.
바로, ontm!
지금까지의 내부 투표 중 가장 신속하게 끝이 났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떨리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변리사 님께 등록 가능 여부 문의!! (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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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해냈다!!!
그렇게 끝날 듯 끝나지 않던 네이밍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솔직히 초반엔 아무 생각이 안 나서 몇 달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치만 혼자보단 둘이 낫고, 둘 보단 셋이 낫다고, 함께하니 결국엔 다 방법을 찾더라고요. 아마 혼자였으면 이미 옛날에 포기했겠죠? 팀원들과 함께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저번에 제품을 만들 때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정말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잊혀질만 하면 일이 터지고, 잊혀질만 하면 일이 터지고,,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쁜 점만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더 강하게 남고, 다양한 경험치도 쌓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처음에 만들었던 이름보다 지금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ㅎㅎ
그래도 이런 일은 다시는 없는 것이 좋으니, 네이밍을 할 땐 꼭 변리사님께 먼저 문의하고 완전 확정된 다음, 작업을 진행하기! 혹시 네이밍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 같은 실수하지 마시고 꼭! 변리사님께 문의해보세요! 꼭꼭!
오늘도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피드백이 있다면 언제든지 남겨주세요.
그럼, 언제 어디서나 쉴 틈 있는 하루 만들어 가길 바라며!
이만, 안녕!
- writer. Sam
p.s. ontm, 드디어 런칭했어요! 런칭 기념해서 온틈 인스타 팔로우하면 디퓨저 증정하는 이벤트 진행 중인데, 다들 놀러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ontm.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