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온틈 첫 제품 제작기_1편
우리의 첫 제품은 무엇으로 할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팀원 모두 고민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브랜드가 명확히 나오기 전부터 세탁세제, 수건, 핸드워시, 디퓨저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이 후보군으로 가볍게 나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브랜드를 구체화하기 전에 제품을 생각하다 보니 범위가 너무 넓었고, 이미 세상에 있는 제품을 어떤 포인트로 우리 브랜드화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브랜드의 큰 그림이 나왔고, 덕분에 제품 선정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이제까지 나온 온틈의 브랜딩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를 나열했습니다.
온틈 = 일상, 사소한 휴식, 편안한, 여유로운, 행복한, 느긋한, 감정, 순간, 기억
그리고 ‘이런 감정과 기억을 전달해 줄 매개체는 무엇이 있을까?’ 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어디선가 스치듯 읽었던 ‘프루스트 현상’이 떠올랐습니다.
프루스트 현상: 특정한 향에 자극받아 과거 기억이 떠오르는 현상
<출처: 두산백과 두피디아>
후각이 감정과 기억을 잘 떠올리게 한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서,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사소한 휴식의 순간 잘 기억할 수 있게 "후각"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각은 시각, 청각보다 훨씬 빠르게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기 때문에 일상 속 사소한 휴식의 순간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집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 제품은 향과 관련된 제품을 하기로 하고 향을 매개로 온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 후엔 향과 관련된 생활용품을 검색했습니다. 룸 스프레이, 향수, 사쉐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제품은 처음 만들어 보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고,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야 했습니다.
두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줄이다 보니 여러 항목 중 ‘디퓨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디퓨저는 시장 자체가 크면서 중가 시장이 발달하는 중이고, 다른 제품들보다 제품 제작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이 만들어 보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물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디퓨저를 온틈의 첫 제품으로 결정했고, 바로 디퓨저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디퓨저를 만들기로 하고 나니 이제 어떤 디퓨저를 만드냐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타사의 디퓨저를 보며 어떤 점이 강점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저희가 진입할 중저가 시장 대부분은 디퓨저를 감성재로 소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향을 대충 만들어도 되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가든 중가든 고가든 향이 좋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제품 리뷰만 봐도 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죠. 향은 디퓨저의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즉,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과 브랜딩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제품력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디퓨저를 만들기 위해 어떤 좋은 디퓨저를 만들지 고민했는데요, 아무래도 디퓨저의 제품력은 좋은 향과 발향력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후각'은 개인차, 취향 차이가 존재하는 영역이라 객관적으로 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현재 중저가 디퓨저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향이면서 저희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좋아하는 향 그리고 공간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디퓨저를 만들자고 기준을 세웠습니다. 팀원들이 전부 2030에 향에 관심이 많았고, 만드는 사람이 먼저 좋아하고 애정을 느껴야 물건을 파는데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준을 세운 뒤엔 바로 제품 제조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쉽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 디퓨저를 만드는 공장에서 향을 선택해서 만들까 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기존에 있는 향 중에서 선택해야 했기에 흔하디흔한 향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퀄리티가 낮은 향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향을 만들기로 하고, 우리의 향을 만들어 줄 조향사님을 찾아 협업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저희들은,, 정. 말. 막막했습니다. 향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죠! 그래서 ‘지금부터 배우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조향사님과 첫 미팅을 했습니다.
다행히 디퓨저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선 저희가 원하는 향의 컨셉을 글과 이미지로 전달하면 조향사님이 조향을 하고, 조향 한 후보 중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향을 선택하고 제조업체에 전달하여 양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됐거든요.
디퓨저 제작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단계였던 향 컨셉 선정! 우리 브랜드의 ‘일상 속 작은 휴식’이 녹아있으면서도 좋은 향을 만들 수 있는 컨셉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에 적었던 작은 휴식 리스트를 들춰보면서 향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리스트를 계속 보다 보니 저희가 수집한 ‘일상 속 작은 휴식’이 시간순으로 정리가 가능하다는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딱 그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작은 휴식이랄까요? 퇴근 후 노을, 늦은 밤 침대, 비 오는 날 주말 오후 카페 등 이런 것들에 공통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시간순으로 우리 디퓨저 컨셉을 잡자고 의견이 모였고, 시간대별로 향으로 만들기 쉬운 순간들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정한 초기 향 컨셉은 이건 데요.. (오랜만에 다시 보니 뭔가 부끄럽네요. 초기라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다들 흐린 눈으로 느낌적인 부분만 봐주십쇼!^^) 아침 8시, 오후 2시, 저녁 8시, 새벽 2시 이렇게 그 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휴식의 순간을 향의 컨셉으로 정했고, 조향사님에게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며칠 후에 1차로 전달받은 향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다만 저희가 정한 컨셉에 딱 맞춰 향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조향사의 피드백이 있었고, 대부분이 우디 계열의 향들이어서 향의 다양성이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내부적으로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어떤 분들은 향이 조금 느끼한 것 같다는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시간대 컨셉은 유지하되 휴식의 순간에 대한 스토리를 다른 스토리로 바꾸고 디퓨저 향으로 인기 있는 플로럴과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2차로 조향 요청했습니다. 2차 조향 테스트 땐 조향사님께서 저희가 부탁했던 향보다 더 많이 준비해 줬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향이기도 하고 흔하지 않은 향이라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저희 마음에 쏙 들었던 향은 머스크와 무화과 향이었는데요. 머스크는 추운 겨울 바스락거리는 이불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느낌의 향이었고, 무화과 향은 여름날 나무 그늘에서 잘 익은 무화과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드는 향이었습니다. 우리의 컨셉과 100% 일치하진 않지만, 향은 좋아 팀원들이 샘플을 갖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엔 내부 투표를 거쳐 향을 결정하고 바로 디퓨저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모든게 순조롭던 그때!!! 갑자기 저희에게 큰 시련이 들이닥쳤습니다. 팀원들은 시련에 빠져 모두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 당황하셨죠?
생각보다 이야기 너무 길어져서 우당탕탕 제품 제작기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라올 예정입니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럼, 언제 어디서나 쉴 틈 있는 하루 보내세요. :)
2주 후에 뵐게요~!
안녕!
- writer 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