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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02. 2024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코스라이딩을 다녀오다. 2"

욕심내지 말고 내 속도대로 달리자(2024년 1월 28일)




다음주자로 나를 책임진 분과 둘이서 자갈길을 올랐다. 초입보다는 훨씬 경사는 없었으나 일요일이다 보니 등산객이 많고 자갈모양이 참 다양했다. 사람을 피하고 잘못해서 돌을 겁내면 넘어질 것 같았다. 더러는 등산객분들이 멋지다 힘내라 응원을 해주시기도 하여 더욱 멋진 척하면서 달리기도 하고 정말 힘이 났다. 심한 업힐은 베테랑분이 도와주셨지만 두 번째 리더 하는 주자는 동갑이고 근력은 나보다 못한 것? 같았다. 심한 업힐만 아니면 나는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다. 갑자기 뒤에서 크게 소리가 들렸다.

"제발 천천히 좀 가라" 웃음이 났지만 모르체 하면서 "응 알겠어." 하면서 속도를 늦쳤다. 나중에 그 친구가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초보라고 말하지 마라 그리고 징징대지 마라 너 그런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초보아니라고.

(승학산 쉼터의 3명의 안전요원들/운동기구와 정자와 훌라후프까지 잘 꾸며져 있다.)

드디어 승학산에 도착했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쉼터에는 화장실도 있고 다양한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등산객들도 저마다 앉아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그 자전거 얼마요?" 등등. 우리는 늘 도착해서 마지막 주자인 오늘 내 밑에 있는 한 명과 대표 리더님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고 땀이 식기 시작하니 그 동생이 헥헥거리면서 올라왔다. 누군가 말했다. "자 바로 출발합니다." 그 동생은 정말 성격이 너무 좋아서 막 웃으면서 조금만 쉬었다 출발하자고 했다.

(승학산과 여러가지 안내 표지판들/승학산->시약산->구덕산 이런 코스로 달렸다. 구덕산은 선수들만 올라감)

가지고 온 베리류와 스낵바등을 나눠먹고 다시 시약산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은 가보니 기상관측소가 있었고 가장 전망이 좋았다. 나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설명만 들었다. 영도와 이기대 자갈치시장 쪽의 전망이 특히 좋았는데 멀리 점점이 보이는 배들이 아침에 들었던 드보르작의 신세계 같았다. 다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전거를 세우기도 들기도 하면서 갖가지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단체사진을 찍고서야 포토존의 역할이 끝났다.


(시약산 표지석, 전망이 가장 아름다웠다/멀리 보이는 곳이 이기대 영도 자갈치등이라고 설명했으나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좌:시약산에서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전경/구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

시약산을 지나서 다시 승학산 넘어오는 중간쯤에 구덕산이 있었다. 인원이 20명이 넘는 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선수들만 구덕산에 올랐다. 나는 패스하고 다시 승학산 쪽으로 내려왔다. 선수들은 순식간에 올랐다가 사진까지 찍고 왔는데도 나를 앞서서 점심식사를 위한 꽃마을로 내려왔다. 다운힐에서 내 실력이 조금씩 올랐음이 느껴졌다. 부산에 나름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어딘가 하나도 모르겠다. 꽃마을 이란 곳은 태어나서 처음 오는 곳 같았다.

(좌:등산로가 너무잘 꾸며져 있다/우:구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 배면에서 찍은 아래 모습)

우리는 산채비빔밥, 어탕 수제비, 어탕국수순으로 시켰다. 해물전에 두부김치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나왔다. 순식간에 웃음꽃이 폈다. 먹는 시간은 늘 즐겁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자 대표리더가 돌아갈 길을 의논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이냐(그러면 좀 전 심한 다운힐이 다시 업힐이 된다.) 아니면 도로가로 해서 평지로 을숙도 길로 나설 것이냐였다. 막내 초보는 울상이었다. 길을 알면 혼자서 평지로 집에 간다고 했으나 길을 몰라서 꾸역꾸역 부른 배를 안고 다시 업힐을 통해 승학산 쪽으로 갔다.

(좌:꽃마을 가기전 표지판/우:자세히 보면 별로이지만 저 업힐은 올라올 때 꾸준히 계속되므로 체력소모가 심하다)


배가 너무 불러서 인지 어느 정도 올라가자 완전 몸이 방전이 되었다. 정말 큰일 났다. 멈출 수도 없고 이미 어느 정도는 올라왔는데. 다시 숨을 몰아 쉬기 시작하니 기사가 나타났다. 베테랑이셨다. 그때부터 쭉 밀려다녔다. 업힐이 끝날 때까지. 내가 밀려서 올라가는 것을 보니 내려오던 등산객이 고함을 질렀다. "이모 멋지다. 파이팅!" 베테랑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좀 조용히 해 허허" 베테랑님도 숨이 찬 것이다. 그랬더니 짓궂은 등산객 여성분은 손으로 파이팅이라고 크게 모션을 취하면서 산이 떠나갈 정도로 생고함을 질렀다. "멋져요. 퐈이팅." 다시 맞고함을 베테랑 기사님이 질렀다. "시끄럽다고 옹 조용히 햇" 이 상황이 웃을 상황이 아닌데 나는 너무 웃겼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운힐 직전 지점까지 모여서 모든 회원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다시 내려가려니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혼자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나도 그 정도의 실력이 된 것이다. 내려가기 직전에 베테랑님이 올라올 때 바람을 안 빼고 왔냐면서 앞뒤 타이어에 바람을 빼주었다. 다운힐이 더 위험하고 돌부리에 걸리면 크게 다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내려가는 길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호흡으로 조절하면서 내려갔다. 응급차가 2대나 올라왔다. 등산객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멋지게 내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조금 느리지만 다른 회원께 죄송하지만 나의 속도대로 내려왔다. 내 뒤엔 늘 한 명이 더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등산로 초입에 모든 회원들이 먼저 와서 모여 있었다. 나는 끝에서 3번째로 내려왔다. 이번 다운 힐은 아무도 따라붙지 않았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응급차가 옆을 지날 때 빼고는 한 번도 넘어지거나 쉬지도 않았다. 조금 더 기다리니 대표리더와 끌바 하면서 내려오던 동생회원이 마지막 시점에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내렸다. 나는 그 동생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고생했다고 축하해 주었다. 60살 가까이 되신 분이 살짝 넘어지면서 팔목에 무리가 간 일 말고는 아무 사고 없이 라이딩을 마친 것이 참 감사했다.


이번에도 또 해냈구나.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낼 라이딩을 나는 매번 성공시키고 있다. 그리고 나의 멘탈도 다시 부여잡는다. 매번 더 강해진다. 체력이. 그러나 카리스마와 직장에서 중간리더로서의 카리스마 함양은 정말 힘들다. 나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간단히 차를 한잔 마시고 각자 갈길로 헤어졌다. 그리고 을숙도를 다시 타고 삼락 생태공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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