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찬란했던 나의 삼진아웃

0. 핑크는 내 운명

by 춘잠

“응?? 이게 무슨 사진이야?”

“우리 팀이.. 올해 어린이날 기념으로 티니핑이랑 콜라보를 한다고?”

내 눈을 의심했다. 티니핑…? 그 티니핑??? 와…

그리고 핑크색 유니폼?

무려 핑. 크. 색.


작년부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핑크.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핑크 쳐돌이인 나.

작년에 다른 팀들 핑크 유니폼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었나. 우리 팀은 일을 안 하냐고 얼마나 원망했었나.


그런데.

사진으로만 보기만 해도 심장을 뛰게 하는 유니폼 등장.

어머, 이건 사야 해.



“어디 보자… 그날 스케줄이…“

오전 스케줄만 마치고 오후는 여유롭네.

어린이날, 야구장, 티니핑, 핑크, 한정판 유니폼.

이 정도면 완벽한 조퇴각이지 ㅋㅋㅋ



그런데…

[판매 당일 새벽]


“새벽 5시부터 줄 서기 시작했다고?”

SNS는 이미 난리였다.

인스타, 스레드, 카톡 오픈 채팅방까지…

조용히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전쟁이었다.


결국 나는 평소 출근보다 더 빠르게 기상,

냅다 연차를 써버리고는 아침 8시.

광주 챔피언스 필드 도착.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살짝 선선했다.

그런데 내 심장은 이미 전투 모드.

이게 다 핑크, 너 때문이야.


길고 길었던 장장 8시간의 기다림…

그래도 앞뒤로 줄 선 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전투애를 쌓아간 덕에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어깨, 다리, 허리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드. 디. 어. 핑크 유니폼 내품으로 get.

그것도 어린이날 기념, 티니핑 콜라보 한정판.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얻어낸 결과이기에,

이건 그냥 유니폼이 아니라 노력과 집념, 근성의 증거였다.


어깨는 절로 올라갔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솔직히 좀 뿌듯했다. 아니 많이.

“이게 바로 권력의 맛인가~“

기아 팬들 사이에선,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유니폼이 동경의 대상 같은 거니까. 히히

하지만…



현실은 시크했다.

“어머, 예쁜 옷이네~ 어디 브랜드야?”

“티니핑? 유니폼? 그게 뭐야?”

“아 난 야구 별로 관심 없어서~^^”

이 감동을 열렬하게 공유할 대상이 없다는 게,

살짝… 아주 살짝은 씁쓸했다.

이럴 때 찐팬 덕질 매이트가 필요한데…

아까 팬들이랑 얘기할 때 인스타 아이디라도 물어볼걸.

주로 혼자 야구 보러 다니기를 즐기는 나에게

그런 친구 만들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다음날 내게 날아든 디엠 한통.

“티니핑 핑크 구하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