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anks to. 해낼 수 있던 건 사람들 덕분
이번 행사는 기획부터 행사 당일까지 약 한 달 정도 준비했다. (자잘하게 50개 일을 쳐냈군)
사실 '마케터가 기획한 개발자 네트워킹 행사'라는 전제에 이미 잔뜩 겁을 먹고 스트레스 full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사실 누가 준비하든 잘만 준비하면 '문제없다'는 걸 알지만
애송이가 만든 행사처럼 느껴질까 봐, 괜히 사람들의 주말을 뺏는 게 될까 봐 스트레스가 컸다.
그럼에도 이 행사를 기획하고 잘 마무리 짓고 싶었던 건
더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계기가 되어주고 싶었다.
개인이 먼저 나서서 사람을 모으고 이야기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으니 그 다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성장하고 싶은 주니어에겐 같은 고민을 나눌 주니어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고 응원해 줄 시니어가 조금만 있어도 짧게는 1-2주, 길에는 1-2달 그 감동이 남는 걸 알기에.
개발자들이 모였을 때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아래 2가지를 진행해 보며 인사이트를 많이 쌓았다.
1. 사전 설문조사
2. 개발자가 모인 레퍼런스
개발자가 많이 모였던 레퍼런스를 찾아보니 기술, 실무 트렌드와 회사 내 개인의 성장을 위한 주제가 많았는데 어떤 주제로 할지, 그리고 주제에 대해서 말해줄 연사를 찾는 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연사가 준비한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진행했던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어떤 날,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갖고 싶은지' 위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156명이 응답해 준 덕분에 행사를 기획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설문조사 중 기억에 남는 긴 답변이 있었다.
'작년에도 참여했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네트워킹하고 싶어서 갔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내가 누구랑 이야기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만큼 짧았다. 내가 이러려고 긴 시간 이동해서 온 건가 싶었다. 행사의 노고는 너무 잘 알고 감사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행사를 위해 적어본다.'
내용을 보고 느낀 점은 '개선됐으면 하는 맘을 정말 애정을 담아 적어주셨구나'. 그래서 이번엔 꼭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보답하고 싶었다. '우리는 피드백을 반영해서 나아지고 있다고'!
이번 행사에서는 네트워킹을 위한 빌드업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ex: 아이스브레이킹, 키노트세션 등)을 전반에 배치하고 내향적이거나, 네트워킹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주니어 분들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네트워킹 자체를 1,2부로 나눠서 구성하고 가이드를 잡았다.
1부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자 코치], [재직 중인 수료생], [취준 중인 수료생], [현재 수강생]끼리 그룹핑을 진행했다.
현재 신분별 그룹핑은 꼭 해보고 싶었던 기획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소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해 보았을 때 정보의 흐름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많았다.
주로 리스너인 보통의 다수가 소수의 정보를 가진 스피커 그룹에게 질문하면, 스피커 그룹만 주로 얘기하며 정보가 단방향으로 흘러서 네트워킹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수의 스피커 그룹이 피곤함을 느끼기 쉽고 자신은 얻어가는 게 없다고 느낄 수 있단 단점이 있었다.
이번엔 최대한 그룹별 만족도를 높이고자 유사한 고민을 가진 현재 신분끼리 행사를 시작하고 네트워킹 1부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획했고 실제로 행사 종료 후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걸 알 수 있었다.
2부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1부까지 유지됐던 신분별 그룹핑을 깨고 2024년 관심 있는 주제끼리 그룹핑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리고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게 네트워킹 가이드를 주제별로 모두 작성하여 테이블에 배치했다. 관심 주제를 사전에 설정함으로써 현재 처한 상황, 고민이 다르더라도 같은 주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사전 설정을 해두었다.
네트워킹은 30분/ 30분씩 1시간을 진행했고 이후에 뒤풀이도 진행되었지만, 행사 종료 후 진행된 만족도 조사에서 '네트워킹이 짧아서 아쉬웠다. 2시간씩 하면 좋겠다.'와 '1부 그룹은 처음부터 같이해서 어색함이 덜했지만, 2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만큼 좋은 경험이셨나보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1시간 이상 네트워킹을 진행할 경우 해당 그룹이 불만족스럽거나, 자리 자체가 힘든 사람들에게 또 불만이 될 수 있어 이점은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번 더 이런 기획을 할 기회가 있다면 더 디벨롭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만족시킬 순 없지만 다수를 만족시켜 보자...!)
그 외에 이번 행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지점은 바로 '사람'이다.
1. 능력도 있는데 선하기까지 한 연사자 분들
2. 불만 없이 따라와 주는 팀원들 (있었을 수도)
3. 행사 끝나고 먼저 연락해 준 참여자 분들
이번에 키노트세션이 3개나 있어서 발표주제 선정, 섭외, 자료 준비까지. 이게 제일 걱정이 많았다. '이 주제로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발표자료 확인했을 때 오류는 없는 걸까?'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했다.
하지만 '나 이제 2024년 인복을 다 쓴 건가?' 의심이 들 정도로 키노트 세션을 준비해 주신 연사 분들 모두 기한 내에 주제에 딱 맞는 발표자료를 준비해 주시고 당일에도 문제없이 잘 끝내주셨다.
세션을 맡아주셨던 세분 모두 회사 다니면서 발표 자료 준비부터 당일 참여까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미 이 자리에 올만큼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일하는 과정 내내 느꼈다. (사람들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시작한 자린데 내가 제일 많이 성장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진짜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1월인데 각자 하던 일 사이사이에 프로젝트 내용 피드백 해주고, 같이 준비해 준 우리 팀원들... 1년 동안 크고 작은 오프라인 행사 몇 번 하더니 이제는 처음 가본 장소인데도 알아서 착착... 해내는데 그간 우당탕탕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높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사다리 오르고 내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도가니 메이트'라고 했는데 무릎은 좀 닳았더라도 서로 애틋한 마음은 더 쌓였길. 고마워요 정말로! 덕분이에요.
마지막으로 행사 끝나고 정말 좋았다고 웃으며 손 건네주고 먼저 연락 주신 참여자 분들.
사회 보면서 '내년에 제가 더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200% 진심이 흘러나왔다.
네트워킹 세션 때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키노트 세션 때 하나라도 더 적어가려고 눈빛이 반짝거리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올해 이렇게 해봤으니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4년 1월, 가장 많이 성장한 때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