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조용히 남은 것들

by clever

올해는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 해였다.

그렇다고 멀리 떠난 것도 아니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자주 부재중이었다.

그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집은 조용했다.

조용함이 편안한 날도 있었고,

조용함이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날도 있었다.

사람들이 말한다.

요즘은 집이 최고라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속에 숨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이 최고라는 말은,

어쩌면 밖이 너무 멀어졌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말을 아끼게 되었다.

설명하면 할수록 마음이 닳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찮다는 말은 쉬웠고, 괜찮지 않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돈을 쥐여 주셨다.

봉투도, 말도 없었다.

그냥 손에서 손으로 건네졌다.

나는 그 돈을 오래 들고 있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다.

형편이 어렵다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하셨다.

말 대신 마음을 주셨다.

그건 받아들고 나서야 알게 되는 종류의 것이었다.

내 아들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간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잠깐 다른 곳을 보셨다.


올해는 큰일이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이 남았다.

말하지 못한 것들,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된 마음들,

손에 쥐고도 바로 쓰지 못한 것들.

나는 2025년, 이 해를 특별히 사랑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해가 남기고 간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한다.

그 모든 것이 올해 나와 맺은 인연이다.

그 인연이 조용히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 해를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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