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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Nov 11. 2022

<토지>로 겨울나기

feat. 버킷리스트

겨울을 좋아합니다. 태어나길 겨울에 해서 그런가 봅니다. 11월을 지나고 있는 지금 무척 설렙니다. 좋아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매년 그러했기에 올해도 11월은 기분이 좋습니다.


한 가지 예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가짐입니다. 두 달 전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 얘기를 남기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뒤로 좋아하는 것부터 추적했습니다. 자연스레 회상 과정을 거쳤고 욕심도 하나 생겼습니다. 잊혔던 과거를 되살리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러려면 끈질기게 생각해서 적어둬야 합니다. 희한하게도 되뇔수록 더 많은 과거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탐구심이 요즘 절정에 달했습니다. 지금 무척 조급합니다. 빨리 글을 쓰고 싶고 하고픈 말도 많기 때문입니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는 발행하지 않은 글들이 20개 남짓 쌓여있습니다. 미완의 글들은 좀 더 다듬어야 하기에 아직 방치 중입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쓰고픈 주제가 생깁니다. 그것들 메모하다 보면 쌓여있는 글들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쓰다 보니 십 년 넘게 한 패턴의 글을 써온 제 한계도 넘어서고 싶어졌습니다. 아티클이라는 틀에 갇힌 글만 써오면서 퇴화한 자유로운 글 감각을 꼭 살려내고 싶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부끄럽지만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일단은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최근 독서량도 늘렸습니다. 글을 더 잘 쓰려고요. 바빠서 못 읽었던 소설도 읽고 인문학 서적도 뒤적였습니다. 그런데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속 깊은 곳의 감성을 자극할 만큼의 힘 있는 문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읽을 책을 찾다 찾다 불현듯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목록이 떠올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십 평생을 모은 보물 같은 책 리스트가 있더군요. 읽고 싶어서 넣어놨지만 미쳐 못 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인생을 통틀어 언젠가는 읽어낼 것이라 다짐하며 마우스 휠을 굴렸습니다.


앗! 시선이 박힙니다. <토지>의 표지에 말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토지>를 읽는 건 버킷리스트에 넣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수차례 읽었겠지만, 저는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꼭 읽고 싶은 작품이었기에 늘 장바구니 최상단에 자리하도록 놔뒀습니다.



드디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식을 쌓고자 하는 욕망이 절정에 달하고, 글을 읽고 쓰는 데 즐거움이 최고점을 찍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결제합니다. 20권에 인물 관계도까지. 스스로 대견합니다. 아직 표지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벌써 뿌듯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택배를 기다리는데 콧노래가 나옵니다. 박경리 선생의 찬란한 어휘를 마주하기 직전의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막연하게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꼭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토지> 정도면 지금부터 겨울을 몽땅 들여 읽을만한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 각오를 단단히 해둬야겠습니다. 겨울 앞에서 털갈이하는 야생 족제비처럼 저도 월동준비를 그렇게 마칩니다.


겨우내 , 바람, 추위가 땅을 얼려 쉼을 부여하듯이 <토지> 완독은 제게 작게나마 내공을 주겠지요? 혹시   읽으면 어쩌지? 결과가 어떨지 모르니 후기는 남기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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