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임의 총량

Track: 수지 - Cape

by siyu

번번이 번아웃이 온다. 그 끝에는 늘 불면의 밤이 있다. 새벽 4시,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다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잠 못드는 밤은 벌 같으면서도 가장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년 전, 아이유가 불면증 속에서 ‘밤편지’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나는 이렇게 못 자고 있지만, 너는 잘 잤으면 좋겠어. 이 마음이 사랑인 것 같아.’ 그 말이 그저 아름다운 노랫말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잠 못 드는 이 새벽에 누군가의 숙면을 간절히 빌어주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사랑인지 깨닫는다. 내가 이렇게 뒤척이는 이유가, 혹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뒤척임을 대신 가져왔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불면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대가라는, 그런 비논리적인 생각에 잠기곤 한다.



I’ll hug you when you need

안아줄게 네가 필요로 할때

When you’re depressed

When you’re holding on to me

우울해 할 때 날 붙잡을 때도

.

.

When you are at your low I*ll keep my pace with you

네가 모든 걸 잃어도 너와 속도를 맞출게


Cape 가사 중,





8bd0e3e4fb9c17307644c468c1fc5673.jpg 출처ㅣpinterest


이슬아 작가는 "사소하고 작고 하찮은 걸 얼마나 귀하게 여기느냐가 그 사람의 생활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숙면을 빌어주는 마음. 이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사소하고 작은 기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잠 못 드는 새벽의 고요 속에서, 나는 이것이 내가 아는 가장 큰 사랑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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