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팀과 제품의 변화와 과도기
함께 호흡을 맞추던 스쿼드원들의 거취 변경으로 조직 내 인력 변동이 발생했다. 제품을 기민하게 고도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공백은 주니어 디자이너인 나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기획과 디자인 설계가 선행되어도 구현해 줄 리소스가 부족해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내부 조직 개편과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회사의 과도기와 맞물려, 디자이너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졌다.
문제: 부정적인 감정, 무력감
치열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던 팀원들의 부재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의 막막함으로 이어졌다. 환경에 대한 무력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질문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의존성없이 디자이너가 제품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를 찾기로 한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챙기지 못했던 디자인 부채, 사용자 경험의 빈틈을 메우는 일. 오히려 재정비할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방안 모색(1): AI 커리어 코치
지난 커리어를 되돌아봤을 때, 3년 차인 나는 프로덕트 디자인의 방대한 영역 중 극히 일부만 경험했을 뿐이며 여전히 도전할 지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나는 과감히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나'로 돌렸다. 지금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챙길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나만의 커리어 코치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엇? 역량을 검증해보라구?"
답변은 명쾌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량 척도를 기준으로 현재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라는 것이다. 지금의 유휴 시간을 역량 점검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문득 읽었던 Figma Product Design Ladder 아티클이 떠올랐다. 피그마(Figma) 조직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레벨을 6단계로 정의한 기준인데, 비록 4~5년 전 내용이지만 여전히 유용하다.
각 항목에서 나는 어느 레벨에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를 트래킹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가진 강점과 보완해야 할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위 내용도 글로 풀어볼 예정)
방안 모색(2): REST 방법
앤드루 매코넬이 작성한 [결국 잘되는 사람들의 태도]에 나온 시간 관리 방법, REST 구조를 내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인식(Recognize)
: 지금 고민하는 문제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인지 구분합니다.
노력(Exert)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분류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중단(Stop)
: 아무리 애써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멈춥니다.
추적(Track)
: 마지막으로 내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에 마음을 쏟았는지 돌아봅니다. 매일 저녁 스스로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상황에 적용해 보았다.
인식: 조직적 변동 사항은 외부 요인 = 통제 불가능한 영역
노력: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부족한 역량을 채우려면 어떤 걸 해야할까?
중단: 외부 문제에 대한 고민을 멈추고,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몰입하자.
결론: 액션 아이템 리스트업
AI의 조언과 REST 기법을 통해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업무 문서와 제품을 차근히 살펴 보며 당장 '내가' 해낼 수 있는 과제들을 우선순위로 삼아 정리했다.
제품 소개 인덱스페이지 바이브코딩
새로 제작할 신규 제품 사용 시나리오 도식화 (w.AI)
CS 및 VoC 응집 일원화 도구 제작
...
회고: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작고 사소한 액션들이 모여 훗날 큰 결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되리라 믿는다. 우리는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문제 앞에서도 좌절에 그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직접 겪어보고 있다.
AI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덕분에 이제는 혼자서도 못 할 것이 없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개발자가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예산이 없어서"라는 말은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변명 뒤에 숨기보다 앞서서 하나씩 찾아보자. 그곳에 분명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