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Beethoven secert>에 대한 총평 (시즌 1)
2023.01.12-2023..3.26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제작 - emk 뮤지컬 컴퍼니
배우 - 박효신,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윤소호, 김진욱, 박시원, 김성민, 전민지, 최지혜, 이정수, 이강, 이우승, 백시호, 도레미, 박시현, 김경택, 윤지인, 장여진, 고철순, 이건민, 김락현, 조시연, 윤데보라, 최훈호, 박진찬, 전기수, 송정은, 김연준, 윤나영, 최사랑, 이용준, 강예나, 장현, 채서연, 임지영, 신지혜, 김흥인, 조혜인, 최영재, 김지혜, 차규민
<베토벤; Beethoven Secret> 시즌 1이 폐막했다. 그리고 곧이어 시즌 2가 올라온다. 제작사 측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여 돌아온다니 <베토벤; Beethoven Secret> 시즌 1에 대한 총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베토벤의 비밀, 남들은 모르는 은밀한 이야기가 작품 전체의 내용이다. 그중 1막은 베토벤이 직업적 커리어와 관련해 겪는 시련과 사랑을 시작과 예술혼을 불태우는 내용이다.
첫 장면은 베토벤의 장례식 장면으로 해당 제작사의 다른 작품인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묫자리를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작품 다 죽음으로 시작하는 유사성이 있다.
다음은 귀족들의 파티장에서 피아노 연주 장면이다. 그러나 귀족들은 연주에 집중하기는커녕 기존 관습이나 예의를 하나도 지키지 않는 베토벤을 조롱한다. 실제로 괴팍한 성질이었던 베토벤은 피아노를 덮고 연주를 멈춘다.
이 장면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음악가들은 현대처럼 존중받기보다는 악기 취급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일은 나중에 베토벤이 겪을 첫 번째 시련과 안토니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후로 베토벤은 취소된 콘서트에 대해 항의하러 갔다가 자신을 두둔해 주는 안토니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상대와 결혼하려는 카스파의 사랑을 부정한다.
베토벤은 안토니에 대해 그녀는 유부녀라며 자신이 왜 이런지 고민하는데 사랑 따윈 믿지 않았으나 결국 두 사람은 천둥 번개가 칠 때, 우발적인 키스를 나누고 만다. 천둥 번개처럼 강렬하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최고조에 이른 카스파와의 갈등과 청력과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심적 고통에 시달려 결국 베토벤은 자신의 전부였던 음악마저 짐이 되는 상황에 다다른다.
심적으로 피폐해지자 과거에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과 어머니의 방관, 사회적 멸시, 음악에 대한 압박이 베토벤을 옥죈다.
그 압박감에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그때 유일하게 그를 위로해주던 안토니 덕분에 그 어떤 것도 자신을 짓누를 수 없다며 다시 한번 베토벤은 의지를 다지며 음악적 영감을 불태운다.
2막은 사랑을 불태우는 베토벤, 그러나 좌절된 사랑, 그럼에도 맞이한 찬란한 환희를 담고 있다. 시작은 프라하의 새 극장 건립 축하 공연 지휘를 맡은 베토벤.
그러나 오히려 청력에 문제 있다는 사실만 들통나고 만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여행 왔으나 돈에 눈이 멀어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약속을 취소당한 안토니와 1년 만에 다시 재회한다.
청력과 사랑하지 않는 남편, 두 사람은 각자의 문제로 심란한 와중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문제는 안토니는 이 일로 행복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 비밀을 시누이인 베티나에게 털어놓는는데 베티나가 배신해 자신의 오빠에게 안토니가 불륜 중인 사실을 털어놓고 이 작품의 가장 큰 갈등이 시작된다.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갈등을 주인공인 베토벤이 아니라 안토니에게서 온다. 안토니가 겪는 갈등 때문에 베토벤은 유일하게 남은 사랑마저 포기한다.
자식 없이는 살 수 없는 안토니를 위해 먼저 포기하는 그 모습은 베토벤이 괴팍한 성격임에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포기하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순정이었다. 결국, 사랑을 말했던 동생 카스파가 옳았음을 인정한다.
이렇게 피폐해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을 하는데 사랑은 필요 없는 것이라며 매사 부정해 왔던 그가 사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럼으로써 사랑은 스스로를 고통에 빠지게 하기도 하지만, 그 고통이 베토벤의 전부인 음악의 양분이 된다. 사랑의 고통을 음악으로 표현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베토벤에게 환희가 찾아오는 순간이다.
<베토벤; Beethoven Secret>의 장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작품이 가지는 큰 장점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대극장 작품이라 규모가 큰 만큼 화려하다는 점이다.
많은 앙상블들, 통째로 등장하는 거대한 다리, 배경이 되는 화려한 영상들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베토벤의 음악을 표현함에 있어 단순히 음악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무용수를 이용해 베토벤이 가진 고뇌와 음악을 육체로 보여주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두 번째로는 다른 장점으로는 베토벤의 기악곡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작품에 사용된 넘버 전부가 베토벤의 기악곡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라도 익숙한 곡 덕분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베티나가 부르는 넘버에 사용된 <엘리제를 위하여>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 라인이다.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로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정서와 키워드다.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와 클리셰 흐름은 EMK 제작사의 장점이다.
예시로 카스파와 베티나는 베토벤과 안토니와는 반대 위치에 있다. 두 사람은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의 열기에 빠져있다. 사랑이 부재한 베토벤과 안토니의 상태를 더 크게 다가오게 비교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무대 예술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친절하다. 그래서 연출도 직접적이고 웅장해 관객들은 이해와 감동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우선, 한국 정서상 안토니라는 인물이 유부녀라는 큰 장벽이 있다.
물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닥터 지바고>, <안나 카레니나> 등 불륜 소재가 들어간 작품들이 한국에 아주 없진 않다. 그런데 유독 본 작품이 단순히 안토니와 베토벤의 불륜 이야기라고 치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작품 자체가 베토벤의 음악적 위대함보다는 베토벤의 사생활에 집중해 만든 작품이다. 관객들은 보통 ‘베토벤’을 생각한다면 그의 음악적 위업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련과 고난을 생각하고 그 끝에 승리하는 영웅적 이야기를 기대한다. 물론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 그런 내용이 아닌 점은 문제는 아니다. 그 사랑에 집중한 것은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좋은 장점이지만 문제는 사랑이라는 소재가 단점으로 작용했다.
작품 속 배경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란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사랑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베토벤이 겪었던 시련과 음악적 위대함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정불화와 청력 상실로 고통으로 가득하던 그가 사랑으로 승화해냄으로 베토벤이 가지는 사랑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유도해야 했다.
작품에서 베토벤이 겪는 고난과 고통은 분명히 있다. 귀족들의 조롱을 겪고 콘서트가 엎어지며 청력을 잃고 사랑에 실패한다. 또 그러한 시련에 꺾이지 않는 모습도 연출된다.
관객들 모두가 칭찬하는 1막과 2막의 엔딩이자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사면을 막고 있던 벽이 사라지면서 무대가 넓게 변해 의지와 희망이 폭발함으로써 베토벤의 의지와 극복, 환희를 표현한다.
문제는 이런 폭발적인 엔딩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빈약하다. 시련 중 고뇌를 느끼는 순간이 너무 짧고 깊이가 얇다. 작품 속 베토벤은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다. 청력 상실보다 더한 고통을 받는다.
고통이 클수록 나중에 다가올 기쁨도 큰 법이라 베토벤이란 인물이 겪는 갈등이 더 심각하게 표현됐다면 나중에 그가 쟁취할 승리도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며 그를 승리케 한 베토벤의 비밀, 사랑을 더 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킨 사랑이 불륜이었다 와 불륜이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켰다는 그 결이 다르다.
또한 사랑을 더 강조하고 싶었다면 인물의 성격도 다르게 설정되어야 했다. 베토벤의 괴팍한 성격은 귀족들의 조롱에 연주회를 엎고, 언행이 거친 정도다.
실제로는 훨씬 더 폭력적인데 상당히 순화됐다. 관객의 거부감을 줄어들었으나 ‘베토벤’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성이 사라지고 그가 가진 사랑의 의미도 가벼워졌다. 심지어 두 인물은 너무나도 쉽게 헤어진다.
개연성 자체는 나쁘지는 않으나 흔한 클리셰 흐름과 연출이라 강렬하게 와닿지 않는다. 본 작품의 제작사의 클리셰 활용은 큰 장점으로 <웃는 남자>의 경우 장점이었으나 이번 <베토벤>은 그렇지 못했다.
베토벤은 시련 속에서 발견한 환희와 기쁨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음악은 그에게 큰 기쁨이자 환희를 주지만, 때로는 그 음악이 짐이 되기도 한다. 외부의 시련으로 고통받으나 그것을 극복하고 승화해 찬란하게 빛나는 환희를 얻는다.
마지막에 주변이 온통 어둡지만 밝은 핀 조명만이 내리쬐며 빛 속을 걸어가며 막이 내린다.
결국 고통만 가득한 게 아니라 기쁨, 사랑, 승리가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베토벤이 현재에 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 당장 어둠 속을 갇혀있고 고통에 괴롭더라도 그 끝에는 밝은 환희와 기쁨이 있음은 관객들에게 희망을 준다.
베토벤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선한 영향력이다.
많은 혹평이 있었던 <베토벤; Beethoven Secret>도 수정을 거쳐 더 큰 빛을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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