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뮤연뮤 Apr 11. 2024

17. 뮤지컬 <98%> 리뷰

테세우스의 배,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

포스터 - 스튜디오 바이브 스톤

2023. 04. 25. ~ 2023 .06. 25.

드림아트센터 4관

스튜디오 바이브 스톤

송유택, 동현, 김태형, 유태율, 조훈, 신혁수, 최영준, 정상윤, 이진혁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무대 연출

4. 가족이란 이름의 반전

5. 98%와 테세우스의 배

6. 나오며 


@yeonmyu_0113


1. 들어가며

우리는 모두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그 과정을 거쳐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 대해 정의 내린다. 그리고 정의 내리기 위해 고통받기도, 실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태어날 때부터 가진 신체와 얼굴? 아니면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과 기억? <98%>는‘나’를 ‘나’로 살게 하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2. 스토리 라인

세상은 전쟁으로 황폐해졌다. 주피터는 이런 끔찍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이며 이든은 군인이다. 그런데 주피터가 연구하던 실험체가 그만 외부로 유출되고 만다. 이든은 주피터보다 먼저 실험체를 발견하는데 순간 큰 폭발이 터져 정신을 잃는다. 주피터의 실험체 ‘X’는 혼란스러운 상태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 2%를 채우길 원했다. X와 이든은 같이 지내면서 이든은 X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데...... 


3. 무대 연출

<98%>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전쟁으로 세계가 황폐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다만, 단순히 설정만으로 끝내지 않고 작품만이 가지는 특색은 공연 중 사용되는 영상으로 변별력을 줬다. 과학이 특히 발전했다는 설정이라 SF영화나 게임에서 사용할 법한 UI 영상은 해당 공연에서 신경 쓴 부분임이 느껴졌다.

스튜디오 바이브스톤 / 트위터

 참고 영상 : https://x.com/musical_98/status/1653189600477843457



4. 가족이란 이름의 반전

이든과 주피터 서로를 매우 챙긴다. 그리고 서로를 형 동생으로 여기고 형 동생처럼 상대를 챙긴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에는 반전이 있었다. 이든과 주피터는 친형제 사이가 아니었다. 사실 이든의 형은 주피터의 실험체 X였다. X는 주피터와 같은 연구원이었으나, 그에게 살해당하고 실험체가 된다.  



5. 98%와 테세우스의 배

X는 원래 이든의 형이었고 그의 신체를 물려받았다. 그렇다면 만약에 이든과의 기억은 떠올리지 못한다면 X를 이든의 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라는 난제가 있다. 처음에 테세우스가 탔던 배는 ‘테세우스의 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배가 낡아 그것을 수리하고자 낡은 부분을 제거하고 새로운 판자를 덧대다 보면 테세우스가 탔던 원래 부분들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테세우스가 탔던 배라고 할 수 있을까? 원래 처음 그 상태를 이루었던 부분들은 사라졌는데도?


X도 그렇다. 이든의 형 신체를 이어받아 신체적으로는 이든의 형이지만 동생과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X를 과연 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X에게 없는 2%란, 비어있는 기억이다. 이든도 처음에는 X가 어떤 존재인지 몰랐고, X도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정의 내리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들을 형제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나’라는 존재를 정의 내리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배를 뜯어고치다 보니 제일 처음에 ‘테세우스의 배’라는 정했던 부분들이 모두 사라졌다. 본질을 구성하던 부분들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결론은 존재를 정의 내리는 기준이 무엇이 되냐는 의문에 빠진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사물과 생물이라는 차이점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았다. 사물은 자기 스스로를 어떤 존재인지 정의할 수 없다. 사고가 가능한 정신이 없고 물질만이 사물을 구성하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X가 이든의 형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건 신체와 정신 2가지 중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살게 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의식,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A라는 인간이 A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억들이 쌓였을 거다. 그것이 A로 살게 한다. 그러니 아무리 신체를 이어받았다 해도 기억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이든과 X와의 ‘관계’의 연결점이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98%>는 그와 자신이 친형제 관계임을 기억해 낸 덕분에 X는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었다. 



6. 나오며

전쟁에 나가 싸우는 군인인 이든은 테크웨어, 과학자인 주피터는 흰색 가운, 정체를 알 수 없는 ‘X’는 환자들이 입는 구속복을 입는다. 연극•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아포칼립스 장르이고 심장을 이식했다는 설정은 <프랑켄슈타인>을 생각나게 해 <98%>라는 작품은 고전 명작 <프랑켄슈타인>을 미래적 배경으로 녹여낸 것으로 보았다.


덕분에 전쟁의 피폐함,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의 작품이 될 뻔했으나, SF 배경과 설정으로 존재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스스로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싸진 티켓, 응원은 관극에 도움이 됩니다 ^.ㅠ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연극 뮤지컬 관극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