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여름에서
올해는 무척이나 더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조건이 좋은 일자리가 있어 마다하지 않았고, 일을 하며 혹서기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몸과 금전적 여유를 맞바꾸려는 심상이었죠. 후회는 없습니다. 그 열기는 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뜨겁게 달궈주었으니까요.
제 아버지께서는 삼성 전자에 제휴사업자로 계시고, 냉난방기 수리를 하십니다. 올해 초에 수리기사 한분께서 용접 수리를 하시던 중, 화재가 발생해 삼성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을 해야 했습니다. 이후 삼성은 수리 시 감시인과 동행해야 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이 덕에 저에게는 조건이 좋은 일자리가 찾아온 것이죠.
하루 근무 4시간, 시급 3만 원. 수리 예정 건에 동행하며 사진 기록만 남기면 되는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고된 일을 하시는 것을 방관하는 자식은 그 어디에도 없을 테죠. 저는 에어컨에 대한 지식을 쌓을 겸 수리를 도우며 배웠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이 지식을 뽐낼 상황이 있을까요.
에어컨은 인천 곳곳에서 예정 없이 말썽을 피웠습니다. 가정집은 물론이고 공장, 빵집 그리고 향 냄새 그윽한 점집까지 다양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마음이 쓰이는 집이 있었어요.
수리 신청은 했지만, 관리시스템에 고장 증상에 관해서는 상세히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지침대로 방문했지만, 역시나 특별한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에어컨을 점검하던 중에, 그 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는 쉴 새 없이 말을 건네셨어요. 올여름의 더위에 관해서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자 마무리하던 중, 손에 쥐어주시던 미지근한 야구르트 한 줄. 뭐가 그리도 고마운지, 감사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으셨어요. 마감으로 처리해도 되는 건이지만, 주기적으로 검사하러 오겠다는 약속으로 할머니를 달랬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수차례 할머니댁을 방문했습니다. 괜스레 냉매 누설 탐지액도 넣어보고, 실외기를 재조립하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제 손에는 야구르트가 쥐어졌습니다. 할머니께서 필요하셨던 것은 무엇일까요. 더위를 잊게 할 시원한 바람보다, 외로움을 달래줄 말동무가 필요하지 않으셨을까요. 이제는 당신께 찾아갈 명분이 없네요. 괜히 서먹해지는 해 질 녘입니다.
올여름 다녀왔던 집들에는 오로지 화목함만이 묻어났으면 참 좋았을 테죠. 군데군데 피어나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생리일까요. 우리는 이 예정된 외로움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걸까요. 서운함이 더욱이 짙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