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 들어서며

2024-12-17

by ideal

엄마는 소리치며 내 방으로 뛰어들었다.


"머리에 고춧가루가 잔뜩이야~!"


머리핀은 어디에 빠졌던 걸까, 말 그대로 '양념'이 되어 있었다. 엄마는 의심 없이 그것을 머리에 차고 있었다. 덕분에 그 양념은 머리 곳곳에 퍼져있었다.


엉망이 된 뒤통수를 내밀며 한숨을 푹 쉬는 엄마.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에 천진하게 웃어대는 나.


나는 고춧가루를 하나씩 솎아내며 생각했다.

엄마는 왜 보지 못했을까. 눈에 밟히는 흰머리들을 애써 외면했다.

더는 웃을 수 없었다.


어제는 친구와 오랜 통화를 나눴다. 목적 없는 대화, 망언의 연속. 단어가 낳는 이야기의 꼬꼬무가 가능하도록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며 도달한 합의점.


“부모님께 잘해야지…”


참 애석하게도 나는 모순 덩어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꿈꾸며 취업을 했다. 그들의 행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옥죄었다.

정작 그 문턱을 넘으니 내 행복만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더욱 큰 그릇이고 싶다.

대견한 아들이며, 자랑스러운 친구이며, 듬직한 남편이며, 존경스러운 아버지이고 싶다. 그 어떤 행복도 놓치지 않는 그릇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