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송정역 4번 출구 앞에는 쉼터가 있어요.

by ideal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6647번 버스를 타고 송정역 앞에 내렸다.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서던 찰나, 허름한 간판이 내 발목을 잡았다. 정겨운 낡은 간판에 빛바랜 다섯 글자 - '해피토스트'. 정말 구멍가게였다. 잊혀가는 열쇠 복사점, 구두 수선점 등이 떠오르는 크기. 그 안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선풍기에만 의존한 채 달궈진 철판 앞에 서계셨다. 탁 트인 가게이기에 손님들은 토스트를 앞에서 먹을 수 있다. 구조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오로지 손님만을 배려한 가게. 그리고 그 생각을 관통하는 조그만 글씨.

"모든 메뉴는 주문 즉시 만들어 드립니다."

토스트 가게는 버거킹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값비싼 재료들과 온갖 연구가 뒤섞인 레시피로 만들어낸 와퍼와, 추억의 토스트 사이에서 고민했다. 해피토스트는 끝내 오후 세시까지 공복인 나를 설득했다. 가게 앞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아주머니들. 야쿠르트를 팔다가 잠깐, 장을 보다가 잠깐. 그 쉼터에 나도 스며들고 싶었다.

가장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듯한 토스트 하나를 주문했다. 그러곤 선택에 확신을 갖기 위해 메뉴판을 훑었다. 아주머니는 근방 카페와 같은 메뉴를 전혀 다른 가격에 팔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티. 비록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커피머신의 부재를 보아 퀄리티는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1,200원이라는 가격으로 순수함을 뽐냈다.

토스트를 건네받고는 고민했다. 조금은 어색할 것 같은 공기. 나는 휴지를 두어 장 뽑아 들고 가게 옆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조금 튀어나온 돌멩이에 걸터앉아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갓 구워내 바삭한 식빵과 아삭한 양배추.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달콤한 소스는 환상적이었다. 고소한 노른자를 뿜어내는 계란 프라이에, 달궈진 햄이 슬라이스 치즈를 부드럽게 녹여 풍미를 더했다. 나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끄덕였다. 어릴 적 먹던 그 토스트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입을 닦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찾아올 일이 없는 송정역이지만, 지나갈 일이 있다면 마냥 스쳐가지 않기로 했다. 부디 오래도록 어머님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남아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