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었다.

by ideal

차디찬 손을 놓쳤던 순간, 나의 시간은 멈췄다. 열심히 허우적대지만 휩쓸려 제자리에 머무르는 꼴이다. 참 역설적이게도 이 거센 파도가 싫지 않다. 아니, 좋다. 그 속에 추억할 희노애락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시간에 의미를 담기 위한 노력일까, 지난날의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일까. 내가 뱉은 말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발걸음을 나란히 할 수는 없지만,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사실로 위안 삼으며 오늘도 퍼즐 조각을 맞춰간다.


너와 약속했던 10월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주말이 지나면 일본으로 떠난다. 함께라면 어땠을까. 사무칠 외로움이 두렵고, 늦은 밤 숙소에 찾아올 서늘한 냉기가 두렵다. 이렇게나 두렵지만 외로움에 완전히 잠기고 싶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너일 테니까.


그냥 산다.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아가니 조금은 살아지는 기분이다.

시간 지나 돌아보면 이 순간도 앨범 속에 간직할 사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