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잡음을 정리하며 툭툭 던져보는 생각들

by ideal

성숙함이라는 포장지를 두르며 애써 감정을 외면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외로운 일이더군요. 비슷한 시기를 겪는 청년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나와 다름없거나, 모종의 이유로 고행의 문턱에 서있을 것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달래 봅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부유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해외에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았어요. 최신형 게임기로 게임을 하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개인 기사님이 하교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계셨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안락함이 지속되진 않았어요. 부모님을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어느덧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작은 집으로의 이사, 예정된 용돈을 건네시길 한참 고민하시는 엄마.


대학교에 입학하곤 기숙사에 살았습니다. 친구들과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낭만에 취해 밤거리에 노랫말을 옮겨 적었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던 중, 부모님께서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못 뵌 사이에 조금은 야윈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미안하다."

당황한 마음에 그저 떠오르는 단어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기 바빴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셨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가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처음 마주한 모습. 그 널찍했던 등판이 작아 보였고, 당당했던 걸음걸이엔 책임감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아버지이긴 처음이니까." 멀어진 뒷모습에 전하지 못한 위로.


지하철에서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향하는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어요. 멀어질수록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에 혼잣말로 전한 위로 한마디, 기대기엔 보잘것없는 제 어깨가 미웠습니다. 그때 아버지에게 찾아온 외로움은 어떤 형태였을까요.


나는 강해져야만 했어요. 기회가 닿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그 덕에 자립하는 법을 익혔고, 떳떳하게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릴 수 있게 된 지금이네요.


오늘도 어지러운 청년으로 살아갑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둥지를 떠나 터를 잡고, 저마다의 삶을 꾸려 갑니다. 다행히 시기적절하게 직장을 구했고, 나만의 리듬에 맞춰 가사를 얹어보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공허함은 실존합니다. 왜 봄날의 햇살은 이리도 따스한데 내 방에 온기 한 줌 스미지 않는 걸까요. 흰색의 고요한 방에 외로움은 예고 없이 찾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귀를 막아도 칠흑 같은 그림자는 방을 검게 물들입니다.


제가 마주하는 어른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그들의 청년기에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웠을까요. 어쩌면 시간에 따라 주름살만 패이는 건가 싶어요. 정말 타인을 어른으로 분류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크면 알게 된다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잊히듯, 지금의 의구심도 어느덧 가라앉으려나요.


길다면 긴 한 해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 끝에는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애석하게도 삶은 성장통의 연속인 듯싶어요.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비슷한 시기는 겪어도 똑같은 삶이란 없으니 외로움도, 아픔도 제각각이겠죠. 나를 채우던 우월감은 시들고 인정욕이 잉태하네요. 칭찬에 목마른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져 어쭙잖은 위로보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에 털어내고 잠에 듭니다.


견디고 참아내는 것이 어른이라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싶어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참 아프네요. 외롭고 어지러운 시기를 보내는 당신께 감히 한 마디 건네봅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