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7시 반 기상, 출근과 퇴근 후 맞이하는 피로 속에

by ideal

시간은 결국 흘렀다. 슬픔은 이내 공허함이 되었고, 끝내 상실감으로 한편에 자리했다. 그 소식은 내 마음을 얼어붙게 해 통증을 잊게 해 줬다. 누군가의 온기가 스며드는 시간은 봄이였겠지. 언제부터였을까. 비 내리던 여름날도 네겐 봄이었을까. 그 생각 덕에 나는 절뚝 일지언정 나아가기로 했었다. 부질없는 잡념일지언정 나는 그 덕에 나아갈 수 있었다.


고난이 기다란 벽에 막혀 고단이 되었다. 우여곡절은 하루하루에 꾹꾹 눌러 담겼다. 그렇게 어느덧 직장 2년 차가 되었고 수염 자국은 깊어져만 갔다. 불평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말들이 위로가 아닌 깨달음일까 두려워 고단함을 늘어놓지 않았다. 나는 단단해지는 것일까, 굳어가는 것일까.


"그럼 그만둬. 그만 두면 어쩔 건데?"


일단 살았다. 매일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우겠다던 다짐은 어느덧 시들었다. 되려 감사했다. 오늘도 버텨냈음에 피어나는 감사함.


버텨내니 돈은 잘 모이더라. 그러니 다들 성격 죽이고 사는 건가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단위의 돈을 어루만진다. 그 '미지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적당히 뒹굴 수 있는 크기의 전셋집을 구했다. 2주 뒤면 그곳으로 이사를 간다.


부동산을 다니며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계약 진행 여부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공인중개사의 혀는 날카로웠고, 피해야 할 위험 요소는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기에 홀로 매물을 보러 다녔던 발걸음은 더욱 어지러웠다.


지난번 월셋집 계약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럼에도 과감하지 못했다. 어쩌면 두 번째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옥죄였다. 결국 흘러간 것은 시간뿐인데. 나는 아직 장난기 가득한 소년인데. 어리광 피우고 싶은 아들인데.


"이젠 정말 혼자 해야 해."


운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부동산의 마지막 매물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구축 오피스텔임에도 내 눈에는 하염없이 빛났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계약을 진행하고 부동산을 걸어 나왔다. 홀가분한 마음에 발걸음은 가벼워졌지만 눈길에 발자국은 유독 쓸쓸하게 파였다.


내가 선택한 새로운 터에서 맞이할 전환을 기대해 본다. 감히 또다시 용기를 꿈꿔본다. 앞으로도 일단 살아볼 생각이다. 시간은 결국 흘러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