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이타심
발목에 감긴 족쇄를 풀어헤치고 운동을 다녀왔어요. 몇 평 남짓의 작은 방이지만, 오랜만에 구석구석 청소하고 새로 생긴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나답지 않게, 괜히 라떼를 주문하곤 방문 리뷰도 남겼어요. 노트북을 켜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끄적이는 글,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생각.
본인을 우선으로 여기는 것. 순박한 마음 걷어내니 그리 잘못은 아니더군요. 도리어 현실적이며 효율적이라 여겨지는 지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를 우선으로 여길 수 있을까요.
나는 타인에게 기댈 곳을 내어주고, 짐을 덜어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바보 같은 사람, 곱게 포장하면 이타적인 사람. 뭐가 그리도 여유롭길래 이렇게 사는지. 사실 나 스스로도 부족함이 많아 기댈 곳이 필요한데 말이죠. 물론 호의를 당연시하고, 그 태도가 내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칼같이 돌아서곤 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나를 장군으로 만들어줄 평강 공주라면 모를까, 마냥 온달스럽진 않습니다.
솔직히 옳고 그름을 모르겠어요. 이타적인 성격 때문인지 이기적 사고의 이점이 와닿지 않네요. 마찬가지로 초기 세팅값이 이기적인 사람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답답할까요. 매몰비용의 오류를 끝없이 반복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죠.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순박함이란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포장인 듯합니다. 그냥 자신이 없는 게 아닐까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면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래서 나의 것을 내려두고 타인에게 투자하는 것은 아닐지. 결국 이기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이타심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보람으로 치환해 자양분 삼는 거죠.
그러다 사람을 잃으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괜찮을 거 같아요. 과정에서 얻어간 보람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요. 끝에 남겨질 행복이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죠. 언제나 눈앞에 놓일지,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기억이 될지. 하지만 이렇게라도 보람을 느껴야 내가 살지 않겠습니까.
이런 생각 덕분에 당신이 참 멋있게 비치네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당신의 용맹함이 선겁습니다. 끝에 남겨질 것이 뭐가 중요해요. 그 과정 고스란히 감상하고, 먼 훗날 그 감상 진한 미소로 나눠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