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코드
만약 나에게 또 한 번의 삶이 주어진다면,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200년 후의 미래에, 나는 영화감독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때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화면이 아닌 공기 중에 떠오르는 입체 영상으로 이야기를 보는 시대일까, 혹은 인간의 감각과 직접 연결된 시네마틱 체험을 하는 시대일까? 무엇이 되었든, 나는 여전히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 것이다.
200년 후의 나는, 과거의 영화들을 흡수한 인공지능과 함께 각본을 쓰고, 감정을 감지하는 카메라로 연기를 포착하며, 지구 반대편의 배우들과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야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갈등하고, 성장하고, 슬퍼하고, 웃는다. 나는 그런 감정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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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225년, 화성의 지하 도시 ‘노바 코어’에서 다시 태어난다. 출생 직후 유전자 편집으로 감정 공감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아이로 진단받았고, 인공지능은 내게 “서사 예술 분야에 특화된 존재”라는 평가를 내렸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이 시대에서 영화는 더 이상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공유하는 감각 네트워크, 다시 말해 타인의 감정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일종의 ‘디지털 텔레파시’가 되었다.
내 첫 번째 영화는 〈루시드 코드〉. 관객은 극장에 앉는 대신, 뉴로 링크를 통해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 시선, 생각을 직접 체험한다. 전통적인 연기나 카메라 기법은 사라졌고, 배우들은 감정을 데이터로 기록하며 연기한다. 편집은 퀀텀 알고리즘이 수행하고, 사운드는 각자의 감성 주파수에 맞춰 실시간으로 재구성된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갈망과 질문이다. 나는 내 영화 속에서 AI와 인간 사이의 경계가 사라질 때,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지 묻는다. 사랑은 알고리즘으로 계산될 수 있는가? 기억은 복제될 수 있지만, 추억은 누구의 것인가?
나의 궁극적 목표는 단 하나, 영화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200년 후의 기술은 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고, 나는 그 상상 위에 이야기를 건축한다. 내 두 번째 영화 **〈하늘의 이주민들〉**에서는 외계 지능과의 첫 교감을, 세 번째 영화 **〈기억의 끝에서〉**에서는 디지털 불멸을 선택한 인간의 외로움을 다룬다.
나는 영화감독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래의 연금술사다. 감정과 빛, 기억과 코드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존재.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