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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메디컬 센터》

EP.30.〈새벽이 조용할 리가 없잖아요〉

by 이다연



02:04 AM

— 새벽 병동의 고요는 언제나 ‘미리보기’

오늘 새벽 병동은 유난히 조용하다.
스테이션의 조명은 절반만 켜졌고,
아가들은 작은 숨결로

‘쏘옥—쏘옥—’ 평화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서이나의 슬리퍼는
오늘도 0.3배 속도로 끌려다니고 있다.

(내레이션)

“이거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거예요.
리듬… 그 새벽 리듬…”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치기 위한 속도 조절이었지만
그건 그녀만 모르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02:06 AM

— 아기 모니터, 갑자기 ‘삑’

신생아실 모니터 하나가
낯선 숫자를 띄우며 깜빡였다.

“어? 왜 갑자기 심박이… 올라가죠?”

이나는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기는 평온 그 자체였다.
입이 살짝 벌어져서, 딱 ‘아까 꿈에서 우유 먹었어요’-표정.

(내레이션)

“아니,
이 얼굴이 심박이 오를 얼굴인가요?
완전 꿀잠 100% 찍는 얼굴인데…”


그런데 다음 순간—

띠링.

스피커에서 또렷한 소리가 났다.

이나는 벌떡 뒤돌았다.

“…선생님… 또죠?
또 누르셨어요?!”


02:06 AM + 3초

— 윤 제하 등장

스피커 옆에서
윤제하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이번엔…
제가 안 눌렀어요.”
“네?? 그럼 누가요?!
귀신??
아기들 중에 손재주 넘치는 애??
혹은… 자동재생 모드??!”

이나는 혼자 호들갑을 떨었지만,

제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차분히 말했다.

“…아기가 눕는 각도가 조금 달라졌어요.
그래서 센서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네요.”
“아, 각도요? 진짜요?
아니…
어떻게 그런 걸 한눈에—”
“보이니까요.”

그 한마디에
이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얼굴이 새벽 조명처럼 은은하게 붉어졌다.

(내레이션)

“이게 뭐야… 이런 식으로 멘트를 던지면…
심장이 근무태세를 벗어나잖아요 선생님…”


02:10 AM

— ‘기적’이라는 건 늘 기척 없이 온다

제하는 아기들의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심박도 안정됐고…
아기들 잘 자고 있어요.”

이나는 스테이션 의자에 앉아
작게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근데 진짜…
새벽마다 일이 생기네요.”
“새벽에는… 유난히 그렇죠.”

제하는 이나를 보며 미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새벽이 조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레이션)

“이 사람 진짜…
왜 이렇게 고급진 말투를 써요…?
나 지금 로맨스 드라마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기분이잖아요…”


02:15 AM

— 아기들의 ‘새벽 댄스’

그때였다.
한 아기가 갑자기
손가락을 ‘꼬물꼬물’ 흔들었다.

이어 또 다른 아기는
이불 아래서 발가락으로 ‘킥’.

마지막 아기 한 명은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제하는 웃으며 말했다.

“아기들이…
지금 기분이 좋은가 봐요.”

이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얘네 지금… 춤춰요!!
이불 아래에서—
보이죠 선생님?? 보이죠??
아니 이 병동
너무 귀엽잖아 어떡해요!!?”

제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엽네요.”

이나는 그 조용한 미소에
괜히 가슴이 뛰어
다시 슬리퍼 끌며 자리로 돌아갔다.

(내레이션)

“…아기들 때문이에요.
아기들 때문에 심박 올라간 거예요.
선생님 때문 아… 아니고. 아닌데… 흐음…”


02:20 AM

— 작은 기적의밤

아기들이 하나둘 편안히 잠들고
모니터의 숫자들이 차분히 내려가자,
병동은 다시 새벽 고요로 돌아왔다.

제하는 마지막으로 스테이션으로 걸어와
차분히 말했다.

“오늘도… 잘 지냈네요. 울 아가들.”

이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네.
아가들 덕분에요.”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녀만 들을 수 있는 속삭임.

“…저도요.”


이나는 움찔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귀는 기가 막히게 그걸 잡아냈다.

(내레이션)

“…뭐라고요 선생님?
저도요?
저도요라니?
아무튼…
병동의 새벽은 절대 조용하지 않아요.
특히 ‘심장 쪽’은 더더욱요.”


엔딩 내레이션

“병동의 작은 기적은
늘 예상 못한 곳에서 피어나요.
그리고 어떤 기적은…
새벽 조명이 비추는 얼굴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EP.31. 〈아기들은 거짓말을 모릅니다〉

(by 서이나)


새벽 모니터 소동이 지나간 다음 날,
아기들이 이상하게도—
누군가를 볼 때마다 반응하기 시작한다.

방긋 웃고, 킥 하고, 꼬물꼬물 손 흔들고…

누구에게?
그리고 왜?


병동의 새벽은
말을 못 하는 존재들이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는 시간이다.


EP.31. 〈아기들은 거짓말을 모릅니다〉
아기들의 반응 속에 숨은
두 사람의 ‘새벽 관계도’를 만나보세요.


다음 주 목요일,
당신의 심박도도 살짝 오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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