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덕적도(德積島)
德 — 드러내지 않아도 쌓이는 마음,
積 — 시간과 바람이 차곡차곡 머무는 자리,
島 — 바다 위에서 기다림을 배우는 땅.
이 섬은 먼저 묻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대신
“얼마나 쉬고 싶은지”
를 묻는 듯하다.
덕적도는 멀리 떠나는 섬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도 충분한 섬이다.
덕적도에 서면
풍경보다 숨이 먼저 고른다.
바다는 넓지만
시선은 급하지 않고
모래는 부드럽지만
걸음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 섬의 형태는
이동보다
머묾을 선택한 흔적 같다.
덕적도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지 않는다.
바람에 묻고
모래에 남고
파도에 닿으며
천천히 쌓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덕적도의 풍경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해변은 넓게 펼쳐지고
소나무 숲은 바람을 천천히 흔들며
길은 바다를 향해 조용히 열린다.
이 섬의 풍경은
감탄보다
휴식의 태도에 가깝다.
행정구역: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위치: 서해 중부 해상
성격: 유인도
특징: 서포리 해변, 소나무 숲, 넓은 백사장
덕적도는 걷는 섬이다.
그러나 목적지보다
쉬는 시간을 걷게 하는 섬이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
파도는 급하게 오지 않는다.
소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걸어간다.
바다는 눈부시게 반짝이기보다
부드럽게 빛을 펼친다.
길은 멀리 돌아가지 않고
천천히 이어진다.
마을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따뜻한 시간이 스며 있다.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조용히 풀린다.
덕적도는 편안한 섬이다.
그러나 비어 있지 않다.
이 섬은
서두르지 않음으로
사람을 쉬게 한다.
그래서 사람은 이곳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의 속도를 다시 배우게 된다.
덕적도를 떠날 때
나는 많은 생각을 챙기지 않는다.
대신
숨 하나를 천천히 들이마신다.
덕적도는 이렇게 남는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아.
쉬어도 충분하다.”
덕적도는
서해의 부드러운 물결 위에서
사람에게
머무는 시간의 의미를 건네는 섬이다.
아득한 옛날,
이 바다에는 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섬들은 흔들렸고
사람들은
바다가 모든 것을 쓸어갈까 두려워했다.
그때 바다 위로
아주 조용한 힘 하나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 힘은
파도를 멈추지 않았고
바람을 막지도 않았다.
다만
그 흐름을 천천히 눕게 했다.
사람들은 그 힘을
덕(德)이라 불렀다.
드러내지 않아도
시간을 쌓게 하는 힘.
그 힘이
바람과 파도 사이에
모래를 모으기 시작했고
그 모래 위에
하나의 섬이 자리 잡았다고 전해진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덕적도다.
이 섬은 파도를 이기려 하지 않았고
바람을 피하지도 않았다.
다만
흐름 속에서
머무는 법을 배웠다.
지금도 서포리 해변을 걷다 보면
사람들은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모래 위에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시간의 결을
발끝으로 느끼면서.
― 《섬 thing Special》《머무는 섬, 덕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