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 최종화 되짚기

순위가 무색해지는 에피소드

by 누리장인

12화를 감히 건너뛰고, 13화 리뷰를 시작한다.




이번 에피소드는 그간 퍼져왔던 스포일러를 까맣게 잊게 만들 만큼 잔잔한 울림과 뭉클함을 가진 최종화였다. 최강록 셰프 또는 이하성 셰프(요리괴물)가 1등 하기를 원하는 분들 모두 만족했을 뿐 아니라 모든 요리사 더 나아가 대중들에게 공감과 자아내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화가 아니었나 싶다.


모두의 예상을 깨지 못하고, 요리괴물이 후덕죽 셰프를 이기면서 결승전에 올라갔다. 최강록 셰프와 요리괴물은 캐릭터적으로 대척점에 인물들이기에 사실상 많은 대중들이 희망하던 구도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부터도 『흑백요리사 2』의 1-2화를 진행하면서 흑수저와 백수저가 맞붙는다면 이 두 셰프가 붙었으면 하고 열망했으니 말이다. 둘 다 정말 잘하는데 한 명은 겸손하면서 실력을 애써 감추는 느낌이라면 한 명은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드러내 보이려는 모습이 굉장히 상반됐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요리괴물이 오만하다거나 거만하다는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자신을 믿되 타인을 무시하지 않았고, 그것이 진짜 자신감이었다 보기 때문이다. 요리괴물의 흑수저라는 타이틀과 비교적 너무나 호감이미지를 가진 여타 참가자들 때문이라도 기존의 한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비교적 낯설게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런 안목을 가지고 사람들을 바라봤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겸손함이 미덕이라는 말에는 전혀 부정적이지 않고, 매우 지지하고 있다. 다만 자신감을 교만으로 치부하는 시선, 그것은 점차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2. 긴장


이전 라운드들에서도 각 셰프가 실수하거나 놓치고 있던 모습들이 담겼었지 않을까 싶었다. 최강록 셰프와 이하성 셰프 둘 다 결승전이라 그런지 소위 어디 막내셰프라도 된 냥 행동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간장통을 채로 작은 숟가락에 담으려는 최강록 셰프나 채를 떨어뜨리거나(씻었다) 압력솥은 못 잠그고 있던 이하성 셰프나 말이다. 다른 색깔로 긴장을 잘 안 할 것 같던 두 인물 덕분에 결승전에 대한 무게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편집의 힘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덕분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셰프들의 대화와 더불어 긴장감을 가시는 장면도 연출했다.


3. 조림


쓰리스타킬러가 입을 뗬다.


"최강록 셰프님은 그래도 좀 조림 쪽으로 할 거 같아요. 사실상 본인이 제일 잘하는 거니까."


나도 조림 쪽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건 서바이벌이고 이겨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백종원 심사위원도 특별히 언질은 안 했어도 안성재 심사위원과 마찬가지의 생각이겠지만 음식에는 의도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 의도는 재료로서도 중요하고, 음식으로서도 중요하고, 스토리로서도 중요하고, 만든 이유로서도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흑백요리사 2』의 제작진들이 선정한 [나를 위한 요리]에 적합한 음식이어야 할 것이다. 조림이라는 요리를 [나를 위한 요리]라는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 맞춘 채 음식을 만든다면, 아무리 이기기 위해서라고 한들 요리를 하는 제작진들에게나 심사위원들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궁극적으로 스스로에게나 만족스러울까? 하는 생각도 스쳐 들긴 했다. 셰프님들 역시도 그랬고, 상대인 이하성 셰프 역시도 당연히 조림을 할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말이다.


조림핑, 연쇄 조림마, 욕망의 조림인간

'다 조려버리겠다.'까지... 조림을 위해 태어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많은 별명과 어록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요린데, 그 요리마저 내가 조림을 할 수 없다."


조림을 할 것이라는 예상, 이를 뒤엎는 최강록 셰프의 인터뷰였다.


4. 최선


최강록 셰프의 요리는 지켜보는 셰프들의 말마따나 기물도 많지 않고 심플해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 라운드를 거쳐가며 최강록 셰프의 요리는 『흑백요리사 1』1 때와는 달리 피부에 와닿을 만큼 힘을 준 게 느껴졌다. 『흑백요리사 1』이라고 해서 대충 하진 않았지만, 그보다 비교적 사고 회로의 기어를 올리고 이기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채 임하는 느낌이 들었다. 냉부에서도 한번 언급했다시피 딸이 이기는 걸 좋아하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무쇠팔과의 결전에서 무려 세 개의 숟가락을 준비하고, 팀전에서는 난간 위에서 잘하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던 첨언을 하질 않나. 팀전 승리 후에는 마치 우승이라고 한 냥 북받쳐 오르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캡처장면도 떠돌아다녔으니 말이다. 마치 무섭고도 슬픈 꿈을 꾸며 어느 셰프의 품에 안긴 느낌이었다. 요리 팬트리 때는 3시간을 다 써가며 재료 하나하나를 조리해 만든 찐 초밥까지.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알 수 있는 요리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을 장식할 요리는 정성이 느껴지긴 했지만 확실히 이때까지와의 요리와는 달리 심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나를 위한 요리'여서 그랬던 걸까? 하지만 심플해도 그것 또한 최강록 셰프에게 굉장히 어울릴 요리였다. 이제껏 그래왔으니까. 그렇게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가 탄생했다.


반면, 이하성 셰프의 요리는 달랐다. 심플해 보이기만 할 뿐, 기술과 센스, 창의력이 응축된 게 한눈에 보이는 요리들을 만들어왔다. 순대를 한다고 했을 때는 그래도 뭔가 흑수저 요리괴물스러웠던 음식은 안 나오겠다는 생각이 얼핏 뇌리를 스치긴 했다. 쉽게 말하면 이름만 '순대'는 아니겠다랄까? 그런 기대감이 들었다. 진짜 순대가 나오되 약간의 기술만 있는 평범함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 넘어가는 평범함이 돋보이는 요리가 나올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하성 셰프의 요리는 1라운드부터 파인다이닝스러웠고, 옷만 검정이고 백수저인 느낌이었다. 그의 요리는 한결같았고, 맛있음을 넘어서 센스가 기가 막혔다. 단순 고객? 먹기만 하는 이의 입장에서만 봐도 어떤 기술이 들어가는지는 몰라도 '많은 경험을 했겠구나.'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겠구나.' '우리가 모르는 파인다이닝의 기술이 여기 들어갔겠구나.'싶은 요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가끔은 센스가 넘치는 요리가 나오면서도 이전 라운드들을 다 경험해 봐서 그런지 요리괴물스러운 이하성 셰프스러운 창의로운 음식들이었다.


그렇게 나온 음식은 '순댓국'이었다. 순댓국이 맞나... 중간에 후덕죽 셰프의 말처럼 포크와 나이프가 얹힌 창의력이 돋보였지만, 특이한 요리였다. 다만 그건 이하성 셰프스러운 음식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반전을 꾀하는 파인다이닝스러운 요리였다. 이게 과연 본인을 위한 요리일까? 개인적으로는 이것조차 '고객을 위한 요리'로 보였다. 결승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독보적인 '결'과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제에 부합하지 않은 느낌이 슬며시 들었다. 좋게 말하면 일관성이 있지만 본인이 이제껏 해온 음식 한에서 변주가 없었다.


5.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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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경상도 대구 쪽 출신으로 순대와 쌈장의 조화를 좋아한다. 약간 말이 새는데, 순대를 지금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최대한 위생적으로 이질감이 없는 요리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하성 셰프의 음식은 내 스타일이었다. 물론 제목만 그렇다. 저런 순댓국은 생전 먹어본 적이 없으니 감히 내 스타일이라 말은 못 하겠다. 스토리를 읊고 있던 이하성 셰프의 얘기가 자신에게 울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다만 그 스토리텔링의 구수함과는 거리감? 기시감? 이 크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소주까지 놓인 최강록 셰프의 요리는 요리사뿐 아니라 사회인 모두의 애환을 녹이는 음식인 것 같았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따는 사람', '회식 자리에서 억지로 웃고 떠드는 사람', '자고 있는 애들과 배우자 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 등이 떠올랐다.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온전히 공감하기란 어려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하기 충분한 음식이었다. 물론 나도 가락국수 국물을 매우 매우 좋아하다 보니 음식의 맛에는 아주 공감할 수 있었으리라. 심지어 이건 각종 소문으로 접한 안성재 심사위원과 백종원 심사위원의 여정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까지도 공감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었던 요리였다. 정말 '나를 위한 요리'임과 동시에 '사람을 위한 요리'였던 요리였다. 매우 개인적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위안이고 위로가 되는 요리였다. 먹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맛이랄까.


'심사위원님들의 취향과는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을 하는 최강록 셰프의 뒤를 이어 나온 안성재 심사위원의 표정은 벌써 음식에 취하고, 최강록 셰프에게 취한 느낌이었고, 먹기도 전에 '나를 위한 요리'임을 충분히 인지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와중에 안성재 심사위원의 말실수와 함께 잡힌 이하성 셰프의 표정은 약간 안쓰러웠지만, 동시에 이 승부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고로 이건 정말 최강록 셰프의 우승이구나 하고 직감했다. 사실 에피소드 1부터 최강록 셰프의 인터뷰 분량이 유독 많았던 걸 생각하면 『흑백요리사 2』의 분위기? 기술, 기교보다는 서사에 집중되는 분위기를 봤을 때 이미 결말은 정해진 것 같았다. 편집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건 13화의 리뷰에 불과한 얘기이니 이만 말을 줄이고, 다음 흑백요리사 관련 글을 통해 나름 더 깊고 진지하게 다뤄보겠다. 여러모로 『흑백요리사 2』의 최종화는 각종 서사와 캐릭터들을 통해 지금껏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였고, 누가 우승인지 준우승인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었다. 요리사에게, 사회인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헌사를 보내는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최강록 셰프와 이하성 셰프는 서로 존중을 보였고, 참가한 모든 이들까지 빼놓지 않고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은 이하성 셰프도 최강록 셰프의 서사에 가렸을 뿐 굉장히 매력 있고 멋진 참가자였음을 잊지 않길 바라고,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재도전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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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강록 셰프의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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