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 : 11화 되짚기

찐 초밥

by 누리장인

이번 에피소드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찐 초밥과 후덕죽 셰프님이었다. 최강록 셰프님이 워낙에 만화 같은 장면을 탄생시킨 탓에 그늘에 약간 가려진 감이 있지만, 가장 내 뇌리에 의문과 놀라움을 남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1. 뜻밖의 산미와 뜻밖의 비난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지도 모르는 여하튼 편집자의 실수라고는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인터뷰에 비친 요리괴물의 본명이 적힌 명찰은 어쩌면 흑백요리사 2의 흥행성에 뜻밖의 '산미'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다. 바이럴이 터지고 쇼츠가 대거 양산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나 역시 스포일러를 선호하진 않지만 어차피 지금까지 흑백요리사 2를 시청한 입장에서 굳이 이러한 해프닝 때문에 지금까지 보아온 즐거움을 버리고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계륵 같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주는 맛을 나는 알고 있었다.


2명이 팀을 이루는 라운드를 거치기 전까지만 해도 최종 7인에 손종원 셰프님은 무조건 들어갈 줄 알았다. 내 예상 우승자는 최강록, 요리괴물, 후덕죽, 손종원 이렇게 네 분 중 한 명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게 팀전이 끝나고 손종원 셰프님과 요리괴물이 마주할 때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물론 놀라움이 더 컸으며, 동시에 제작진들이 '킥'을 잘 살렸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들은 이 한 장면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그렇게 요리괴물이 손종원 셰프님에게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안 나는 한 끗 승부를 거머쥔 뒤, 환호하는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다. 자기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점의 차이라 이해는 하지만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생각했다. 송훈 셰프와의 대결에서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고, 일부 시청자들은 그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이야말로 패배한 상대에 대한 진정한 리스펙이 아닐까? 기쁨의 강도는 곧 승리의 무게를 증명하기도 한다. 그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상대를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결의 무게감이 큰 만큼 상대에 대한 경외가 그 환호 속에 녹아 있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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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리 올림픽?!

TOP7 결정전 무한의 팬트리까지 진행되면서, 나는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레스토랑 미션 같은 게 없어서였다. 한편으로는 재밌긴 했지만 요리대결보다는 장사(?) 대결에 가까웠고, 탈락자를 팀 내에서 선정하는 정말 어떻게 보면 잔혹하면서 당사자들의 자존심을 옥죄는 비참한 미션도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러지는 1차 우승자 결정전은 올림픽을 연상케 했다. 보통 3차 시도까지 해서 가장 높은 기록을 경신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들처럼 말이다. 가장 먼저 역도가 떠올랐다. 그렇게 괜히 집중 못한 채 흘려듣다가 3차 시도까지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는데, 임성근 셰프님의 키친에서 기계마냥 나오는 요리들을 보며 만드는 데로 일단 도전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냉부 출신(?) 정호연 셰프님도 결코 느리진 않을 텐데 거기에 더해 임성근 셰프님은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서 10분이면 매번 종 치시다가 상대한테 패배하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들이는 만큼 더 맛있어지는 요리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걸 모르시진 않겠지만 쓸데없이 해보는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후덕죽 셰프와는 다른 의미로. 열정이 숨 쉬듯 드러난다고나 할까? 뒤이어 선명하게 잡힌 다른 참가자와의 카메라 구도와 함께 요리괴물로 넘어가는 키친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기대 이하의 음식 아니 항상 돋보였던 요리를 만들어왔던 만큼 이번엔 어떤 신선한 메뉴를 만들지 말이다. 그런데 첫 번째 요리가 안성재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자 음식이 궁금하기보다 그의 심사평이 너무도 궁금했고, 점수와 동시에 평가도 아주 의외였다.(같이 보던 어머니도 놀랐다) 요리괴물이 이런 실수도 하는구나. 와중에 나폴리 맛피자의 점수를 의식하는 요리괴물의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동시에 나폴리 맛피자의 점수를 뛰어넘는 참가자가 생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3. 특이한 재료

제비집이 나왔다. 후덕죽 셰프님이 아무렇지 않게 요리하는 것과 더불어 제비집이 왜 팬트리 안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희귀하디 희귀한 재료까지 팬트리에 넣을 생각을 한 제작진에게 감탄을 아니할 수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인 재료만 제비집인거지. 그 외 특이한 재료도 섞여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얼마나 제작진들이 음식에 대한 조사를 열심히 했을지가 눈에 선명했다. 그만큼 셰프님들에 대한 기대와 요리에 대한 기대도 마음 깊이 품은 채 조사를 했을 것 아닌가? 일이긴 하지만 두근대기도 했을 것 같다. '이 재료로 음식을 하신다면 놀라운 장면 뽑히겠지?'


기어코 178점으로 1등을 획득한 요리괴물은 마지막 요리에 박차를 가했다. 개인적으로 안성재 심사위원의 입맛을 사로잡으면 동시에 백종원 심사위원 점수는 그보다 확실히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입장에서 미지의 만점 90점을 고려했을 때 180점은 넘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요리괴물도 그것이 안전빵이라 생각했다.


이외 참가자분들은 무난하게 점수를 받아갔다. 나는 저러다가 배불러서 점수가 점점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맛을 평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심사위원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뭐 내가 믿든 말든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윤주모는 요리 시간이 긴 만큼 기대감을 한층 더 불러일으켰다. 술 빚는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오래 정성 들이는데 재능(?)이 있는 참가자이기에 잘하면 1등을 하지 않을까 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느꼈겠지만 윤주모의 요리실력은 쉽게 말하면 여자 최강록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정성만큼이나 요리가 맛있을 거라는 보장이 드는 셰프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모가 만든 분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백종원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기존에 보여준 요리실력까지 더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소한 175점은 넘을 거라고 말이다.


4. 배 안 부르세요?

그런데 180분 무려 3시간을 다 쓰면서 요리 하나를 완성시킨 최강록이 튀어나왔다. 어머니와 나는 최강록 셰프님이 도대체 언제까지 요리 만드나 조바심을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수많은 요리를 다 먹은 탓에 심사위원들이 배불러서 최강록 셰프님 음식이 맛이 없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포일러 같은 루머로 최강록 vs 요리괴물 구도 때문에 마지막에 요리괴물 vs 최강록 이 되었을 때 최강록이 진짜 1등 할지 말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내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기도 했고 말이다) 요리괴물이 1등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강록 셰프님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게다가 찐 초밥이라고 나온 음식은 당최 맛있는지 의심이 갔다. 맛도 예상이 가질 않았다. 저게 초밥 이전의 원조 초밥인건가 하는 생각만 머리를 맴돌았다. 또한, 저게 진짜 맛있을까? 포만감에 여러모로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가혹해 보이기까지 하는 비주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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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심사위원이 하늘을 바라봤다. 아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최소한 맛있다는 걸 의미했다. 웃는 표정은 애써 감추려는 느낌이었다. 어 잠깐.








(12화 스포일러)










백종원 95 / 안성재 90


185점으로 역대 최고의 점수가 갱신됐다. 와중에 놀라워하는 참가자들의 놀라워하는 모습이 일말의 초조함에 숨을 불어준 탓에 약간 덜 놀랍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놀라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찐 초밥'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과연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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