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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Oct 05. 2024

흑백요리사 :
그것 또한 '시도'인 것...?!

8-10화 리뷰

 흑백요리사는 다음 주 마지막 11화-12화를 남긴 가운데, 대중으로부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비판도 같이)


 그럼 이제 8-10화 리뷰를 시작하겠다

 1.  제목부터  리사


 당연히 지금도 여전히 흥미롭다.

 다만 1-7화 임팩트가 컸던 탓인지, 서바이벌 과정이 너무 흑 VS 백 구도를 위해 일부러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품고 있다. 개인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약간의 오더?! 부탁?!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 가령 누구누구 뽑아달라고는 말 못 해도, 최대한 흑백요리사 숫자를 맞춰달라고 말이다.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서바이벌 예능이다. 어찌 보면 서바이벌을 가장한 예능이다 보니 작가가 일부 상황들에 생각 이상의 개입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솔직히 이를 무시하고 리얼 버라이어티로 진행한다면, 나중에 백요리사만 남거나 흑요리사만 남는 상황이 생기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첫 슈퍼패스 때나 레스토랑 미션을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였지만 말이다. 

 *흑백 요리사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면 이해 못했을 거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서바이벌도 일종의 스포츠처럼 인식되다 보니 긴장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흑백요리사라는 제목에서 주는 알게 모르게 곁들여진 스포일러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흑백요리사의 숫자가 맞춰지는 것 역시 눈에 띄게 드러나다 보니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무시하기 쉽지 않다. 10화의 마지막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흑수저가 파이널을 올라가면서, 분명 나머지 빈자리는 백수저가 채울 거라는 확신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마지막 대결이 흑흑 또는 백백 구도가 되면 어느 방향으로 가도 왠지 시청자들이 비꼴 것 같은 느낌도 조-금 들긴 한다. 다만, 현실감을 요구하는 팬들이 더 많아지는 지금 리얼리티를 더 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골 때리는 그녀들도 경기결과에 조작이 없더라도, 전반전과 후반전을 섞었다는 이유로 PD가 바뀌는 일이 있지 않았는가...


2. 패자부활전

  

 재료의 방 팀전 이후 패자부활전은 재료가 아쉽긴 해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편의점 재료로 만드는 요리는 너무 난이도가 높긴 했지만, 신선함 하나로 그냥 재밌게 보았다.(스폰서 문제도 있을 거구 말이다) 무엇보다, 틈새시장을 노린 나폴리 맛피아의 기지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티라미수 였던가? 그건 보기만 해도 맛있어보였다. 센스와 맛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사실 편의점 재료 자체가 과연 요리사 본연의 기술과 경험을 온전히 녹일 수 있는 것이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서바이벌보다는 더욱 예능에 가까운 라운드였다고 생각한다. 맛피아 빼고는 누가 살아남을지 예상 못했고,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 난 '최강록'이 살아남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후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보니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3. 연속 팀전


 사실 레스토랑 팀전 자체는 좋았다. 

 만약 흑백요리사 '재료의 방' 팀전 이후에 진행했더라면 훨씬 재밌게 봤을 듯하다. 4번에서 말하겠지만, 3개의 팀에서 한 명씩 추방을 하거나, 재료의 방 팀전 이후 연달아서 팀전을 진행하는 바람에 개인의 요리를 감상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우리는 서바이벌하는 것, 예능을 하는 것, 경쟁을 하는 것, 그건 좋다. 그런데 머리에 남는 음식이 없었다. 안대 가리고 했던 라운드에 거의 모든 음식들 이후로는 거의 기억에 남질 않는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뭐 중간에 팀전의 가자미 미역국, 맛피아의 티라미수 말고는 말이다. 


 최소한 40명 참가자들의 대표적인 메뉴 2-3가지가 나오면 한국음식을 알리는 취지에 있어서도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게 설령 일식이든 양식이든 중식이든 한국인 셰프들의 요리를 알리는 데 있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초반 1-7화가 대성공을 이뤘기에 글로벌하게 충-분히 취지에 맞는 영향력을 발휘하긴 했으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걸 떠나서라도 사실 한식대첩 우승자셨던 이영숙 셰프 음식을 안성재 셰프가 코 박고 먹는 걸 보고 싶었던 내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다. 네 팀 중 세 팀의 리더는 모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는데, 뒤에서 자기일 꾸준히 하는 분들의 노력은 허상인가? 물론 리더가 책임을 떠맡고 진두지휘하니 그만큼 머리 아픈 일은 없으나,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리더가 눈에 더 잘 보이고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차등을 둘 수밖에 없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애초에 팀전인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4. 추방


 일단 제작진들의 의도는 파악할 수 없는 시도였다.

 시청하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세 팀이 이제 막 재료를 준비하고 레스토랑을 정리하는 중에 사이렌이 울리며, 각 팀당 한 명씩 추방하라는 사인이 나왔다. 이때 철가방요리사가 자기를 뽑으라는 말에 정지선 셰프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땐 대본이란 생각은 1도 안 들고, 현실 짜증이 나오는 걸로만 보였다. 물론 예능이 자극적인 부분을 뽑기 위해 상황을 제공하는 것을 나무랄 순 없다. 그런데 맥락상 굳이 추방을 시켰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패자부활전에 1명 더 올리며 깜짝 등장시키며, 레스토랑 팀전 멤버를 정하기 직전에 4:4:4:4를 만들었어도 되지 않나 싶다. 나보다야 당연히 제작진들이 흥미로운 요소를 잘 뽑겠지만 아쉽고 짜증이 좀 났던 건 사실이다. 철가방요리사나 만찢남이야 자진해서 나갔다고는 해도, 안유성 셰프가 추방될 땐 그 표정이며 분위기가 너무 착잡했다. 재료의 방 때 신나서 방방 뛰시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안유성 셰프의 라이브를 보니 8, 9, 10화를 가족들에게 보지 말라고 하기까지 했다. 끝나고 가는 길에는 울기까지 하셨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솔직히 우리가 예능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밌으려고 보는 것이다. 현실의 아픔에 취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특히 서바이벌을 볼 때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환호를, 패배하는 사람에게는 응원을 해주며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겠는가? 그런데 안유성 셰프가 팀원들 투표로 추방당할 때는 응원보다는 비참함이 먼저 가슴속에 와닿았다. 안타깝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실제로 본인도 서운했다고 하니 제작진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5. 인생 요리


 인생 요리 미션은 40명 모두에게 주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미션의 의미를 고려하면, 초반부터 쉽사리 진행할 순 없었겠지만, 흑백요리사가 주목받은 만큼 각 셰프들에 대한 주목도가 굉장히 높아진 시점이라 그런 것도 있다. 이건 제작진이 잘못했다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앞선 미션들에서 개인의 진정한 요리 실력을 시청자들이 충분히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뭐... '인생요리라도... 보고 싶어요'라는 의미가 크다. 


 8-10화 내내 최현석 셰프의 존재감은 말할 것도 없었는데, 2등을 했음에도 마늘을 빼먹었다는 다소 귀여운(?) 이유로 관심이 쏠렸다.(TMI지만 우리 집에서 마늘은 진-짜 중요하다) 1등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에드워드 리 셰프의 커져가는 존재감(무.. 물고기)도 컸다. 마치 깊은 바다 속 상어가 지느러미만 내민 채 서서히 수면 위로 모습을 내비치듯 말이다. 제작진 측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재료의 방' 팀전에서의 보여준 팀전 갈등에 대한 선구안이 주목받은 탓인 듯하다. 그가 만든 비빔밥은 흥미로웠긴 하나, 본인이 의도한 바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였다.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비빔밥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오히려 본인이 의도한 것에 가까웠지 않았나 싶다. 포크와 나이프로 비빔밥을 스테이크처럼 먹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은 오히려 문화적 융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비록 안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라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에드워드 리에게 있어 그의 내면에 잠재된 한국적 정서를 꽃피우는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맛피아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는데,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와서 인생 요리에서 1등까지 하면 파이널로 단숨에 진출하는 모습을 놀라웠다. '재료의 방'부터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자신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 또한 그냥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추방'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예능들이 갖은 시도를 하며 피드백을 받았겠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지지 않는 미래의 예능들이 있지 않겠는가? '다음엔 이렇게 하지 않아야겠다.' '이번엔 셰프들의 진정한 요리들을 보여줘야겠다' 등 흑백요리사 시즌2 든 다른 요리 프로그램이든 시청자들의 염원을 담아 우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더 재밌는 예능을 발돋움할 되새김질일지도 모를 일이다. 제작진들도 사람이니 어떻게 한번에 완벽한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 수 있겠는가? 이러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추방"이 맴도는 게 좀 진짜... 그렇지만 말이다. 

 

 좀 더 첨언을 하자면, 안유성 셰프가 라이브에서 말하기를 시청자들이 결과에 매몰되기보다는 과정에 포커싱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볼 때는 대중들이 그 과정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듯하다. 나같은 경우엔 과정에 집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연속된 팀전, 흑백 구도, 추방 규칙 등에 목을 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들 음식점이 잘 되고 있으니 당연히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고, 프로그램 자체적인 진행과정에서는 납득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보니 비판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여하튼 다시 한번 넷플릭스에서 진가를 보여준 한국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는 은 앞으로 시청자들의 눈요기로서나 더 신박하고 신선한 프로그램의 이정표로서 마지막 챕터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 8-10화에 워낙 비판적인 여론이 많다 보니 여러모로 차게 식은 감이 있지만, 마지막 2개의 화만 남겨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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