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본질
'중고 서점'을 탐색하다가 <그릿>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평소 유튜버분들이 책 추천을 할 때 매번 눈에 띄었던 그 책이다.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2의 시크릿처럼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 해당 책의 저자이신 안젤라 더크워스의 TED강의도 본 적이 있어 냉큼 구매했다.
우선 상당히 기대했던 것은 물론이고, 옛날이지만 강의를 여러 번 봤던 터라 어떤 내용이 나올지 추측해 보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제목 : 그릿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지은이 : 앤젤라 더크워스
옮긴이 : 김미정
발행인 : 홍영태
가격 : 16,000원
표지
일단 나는 100쇄 돌파 기념 리커버 에디션을 샀다. 블랙 앤 골드로 매우 심플하고 고급스러웠다. 평소 블랙 골드 퍼플 이런 색깔을 좋아하는데, 충분히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뭐 당연히 디자인만 보고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겸사겸사 하고많은 그릿 책 중 이 책의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구나 하고 고른 것은 있지만 말이다.
메시지
이 책은 근본적으로 노력에 대한 진정한 정의를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접근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이건 노력을 뛰어넘는다고 할 수도 있고, 노력과는 다른 워딩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지만,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 고차원적이고 궁극적인 의미의 노력이라고 하면 설명하기 편할 듯하다.
그러면 노력은 무엇일까? 이는 그저 행위에 대한 반복이 아닌, 목표와 과정에 대한 집념, 열정, 끈기, 인내심, 사랑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열정과 끈기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내면에는 그릿은 변화가 가능하고, 개인의 사고방식과 태도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즉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으며, 잠재력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다.
본문 요약
인재 중심의 경영 : 허와 실
맥킨지는 "가장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고용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재능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그들은 SAT 점수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기준으로 직원의 가치를 평가하며, 재능 있는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고 부족한 직원은 정리하라며 조언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맥킨지를 조사해 온 더크 맥도널드의 말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맥킨지의 조언을 따랐던 모범 사례의 기업들이 결국 실적 악화를 겪었다고 한다.
엔론의 경우, 맥킨지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기업이었다. 한때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였으며 포춘에 의해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배드엔딩을 맞이했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맥키지 컨설턴트 출신의 제프 스킬링은 매년 하위 15%를 해고하는 정책은 경쟁적이고 과시적인 문화를 조성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만과 부정을 조장까지 하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는 재능 중심 경영이 현실에서 직면할 수 있는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노력과 재능 : 더 중요한 것
스포츠와 예술, 그리고 경제까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재능'이라는 단어를 마주치며 성공을 해석하곤 한다. 그러나 사회학자 댄 챔블리가 지적했듯, 탁월한 기량은 단순한 천부적 재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작은 기술과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탁월성의 본질은 비범한 단일 동작이 아니라 정확하게 연마된 작은 동작들의 총합"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재능이 아닌 노력이 성공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탁월함은 단순히 '재능의 발견'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과 노력,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자질의 결합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반복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 노력은 단순히 기량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개인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확장시킬 수 있다.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다만 기술은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다듬을 때만 향상한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 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즉 '성취'로 이어지게 해 준다.
끈기의 힘 : 열정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
앞서 말했듯, 탁월함은 단번에 도달할 수 없다. 그것은 수많은 발걸음의 결과물이며, 그 길은 종종 길고 험난하다. 영국의 극작가 존 헤이우드가 쓴 책에 나온 격언인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말을 알 것이다. 이는 위대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성취는 꾸준한 노력과 끈기를 요구한다.
앤젤라 더크워스는 이를 '그릿'으로 정의하며, 열정과 끈기의 결합이 성공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개인의 그릿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한 테스트에서 갖가지 질문을 통해 자기 인식을 측정했다. 이는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좌절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또한, 목표의 계층 구조가 그릿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위 목표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상위 목표는 더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며 궁극적인 목적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저 큰 꿈을 가지고 있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간 목표가 부족하다. 이러한 목표 구조의 부재는 끈기를 약화시키고 열정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목적의 힘 : 자기 지향적 동기와 타인지향적 동기
인간의 삶에서 목적은 단순한 목표 그 이상이다.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목적을 "타인의 안녕에 기여하려는 의도"로 정의하며, 높은 그릿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 열정과 이타적 목적을 결합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두 가지 행복 개념과도 연결된다.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c)는 타인에게 기여하는 행복을, 헤도닉(hedonic)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복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 두 개념을 조화롭게 융합하며, 개인적 흥미와 친사회적 관심을 동시에 추구한다.
앤젤라 더크워스의 동료인 애덤 그랜트의 연구는 이러한 균형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 흥미와 타인에 대한 관심 둘 다를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자기중심적 동기만 가진 이들보다 장기적인 실적이 더 우수했기 때문이다. 지방 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의 사례에서도 두 동기의 조화가 중요하게 나타났다. 단순히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동기(에우다이모니아)만으로는 지속적인 노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일을 즐기는 개인적 흥미(헤도닉)와 결합될 때 더 큰 헌신과 성과를 이끌어낸다. 이는 목적이 단지 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앤젤라 더크워스는 이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상위 목표와 타인의 안녕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목적 지향적 삶은 단순히 자기만족을 넘어, 자신의 일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은 우리의 목표(GOAL)를 더 깊고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며, 개인의 성취와 공동체의 번영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자기 지향적 동기(이기심)와 타인지향적 동기(이타심)는 그저 상충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목적을 발견하고 실현해 가는 여정에서 서로를 강화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성공 : 그릿이 전부?!
그릿은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나아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앤젤라 더크워스조차 그릿의 과도한 강조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릿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지나친 투지는 때로는 유연성과 윤리를 희생시키고,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주변과의 조화를 깨뜨릴 위험이 있다.
성공은 단지 노력과 끈기만의 산물이 아니다. 윤리적 판단, 운, 그리고 기회적 요소 또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간과한 채 맹목적으로 그릿을 추구한다면, 성공의 근본적인 의미를 놓칠 수 있다. 성공은 목적을 향한 끈기와 더불어 상황에 맞는 융통성과 타인과의 협력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릿의 진정한 가치는 노력 자체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에 있다. 7전 8기 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정신은 탁월함을 위한 길이며, 이를 위한 여정에는 무엇을 지키고 포기할 것인지 성찰하는 지혜 역시 필요하다. 성공은 단순한 목표 달성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잊어선 안된다.
위 요약 내용이 당연히 전부는 아니다. 조금은 감질 맛이 나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너무 많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관심 있게 본 목차들을 보고 따온 내용들로 써 내려갔다. 자세한 건 책을 직접 구매하거나 빌려볼 것을 추천한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이 책을 두 번 읽으면서 그 사이에 흑백요리사를 봤었는데, 그 사이에 안성재 셰프가 <하퍼스 바자 코리아>에서 한 인터뷰가 생각났다.
하퍼스 바자 ▷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안성재 ▶ 인내심이에요. “Man’s virtue is patience”라고 참고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잖아요. 제가 방금 말한 이상주의도 우둔하고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지혜롭게 대처하는 걸 전제로 해요. 지금 처한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산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는 것. 이 모든 건 결국 인내심이 있어야 가능해요.
인터뷰 중간에 이상주의자 혹은 몽상가 기질이 다분하다는 얘기를 하퍼스 바자 코리아 측에서 얘기하는데, 이에 본인도 인정했을 정도로 MBTI로 치면 'T'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은 아니다. 흑백요리사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시다시피 안성재 셰프의 심사를 보면 상당히 완벽주의자면서 현실주의자임도 알 수 있었던 만큼 약간 의외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는 완벽주의자냐는 질문에는 또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저 손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에요.'
해당 인터뷰를 쭉 읽어보면, 안성재 셰프가 하는 말이 <그릿>이라는 책을 대변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얘기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특히, 스스로 나르시시스트였던 적이 있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기도 했고,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만큼 이타적인 성향 역시 갖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릿>에서 말한 자기 지향적 동기와 이타적 동기를 떠오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릿>의 p.47에서 윌리엄 제임스와 p.262에서 앤젤라 더크워스가 한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은 자기 한계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산다.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최대치 이하의 열의를 보이고 최고치 이하로 행동한다.
천재란 노력하지 않고도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버지 말이 맞다. 나도 아버지도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천재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부단히 탁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아버지도 천재고, 나도 코츠도 천재다. 그리고 여러분도 부단히 노력할 마음만 있다면 천재다.
참고 자료 :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1872086?utm_source=pocket_shared
사진 : AI 및 직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