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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Oct 09. 2023

내가 아닌 것과의 교집합

일상 인문학, #100 드로잉

BTS 역조공 장미, 아미의 거리두기



나와 내가 몰입하는 상대 간에 다름이 있어야 내가 미처 생각지 않은 영역으로 돌발 확장할 수 있다. 적당한 교감을 통해 적절한 성장을 노력한다.

가족이나 지인 혹은 나의 존재를 모를지언정 일방적으로나마 호감을 가진 이와 밀접하거나 유동적 교집합을 형성한다. 그들의 에고(ego)를 믿고 고리 걸어 나의 영역성을 넓혀간다. 연계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귀한 세상을 얻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아닌 무언가. 혹은 누군가와의 대부분의 관계는 가까워도 멀어도 쉬이 어그러진다. 과도한 개입으로 서로를 망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의존하지 않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도움만을 주고받아 스스로가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살아 나가야 오래도록 그럴듯하다.

누구든 무엇이든 적당한 거리를 두어 각자 빛이 나는 공존을 하고 싶다.


둠 드로잉(Doom Drawing)

관계 유지의 실패로 맛보는 종료의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끝에 대한 기록.

내가 죽인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알고 받은 절화.
어떻게든 더 오래 감상하려고 공들여 말린 꽃.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기억을 붙잡으려, 추억 굳히기를 한다. 생명을 잃은 생물에게서 선물한 이의 온정을 느끼며, 꽃의 죽음보다 다시 만날 날에 대한 희망을 가깝게 느낀다.

시든다는 것은 번식을 마치고 결실을 보는 완성과도 맞닿아 있다. 바싹 말려 가벼워진 씨앗을 날려 보내려고 민들레가 스스로를 건조하게 하는 것처럼. 생명은 종료의 방향성을 갖지만, 망가진 것이 아니라 영글어 가는 과정이다. 

맛있게 먹은 자몽과 아보카도를 다시 먹고 싶다는 마음에, 장난 같은 시도가 보태어졌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끝을 맞이한 열매. 그 속 작은 씨앗을 시작으로 새싹을 돋아내어 수년간 공생 중인 반려 식물을 위해 애정 어린 문안 인사를 건넨다.

doom의 절망적 파멸에도 이야기가 있고 희망이 있다.

생기가 넘치는 수국의 잎사귀와 색을 읽고 잎맥만 남아 그물처럼 가냘픈 꽃의 흔적의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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