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앞두고

2025년을 마무리하며

by 다소느림

한 해의 끝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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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마지막 날,
연말 외식을 하고 시내를 걷다가

타종행사가 열리는 광장에 잠시 섰다.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예년처럼

꽉 찬 느낌도 아니었다.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며

웃고 떠드는 얼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서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 올해는
너무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은 해였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를 켤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았고,
슬픈 일들이 반복되었고,
어디선가 계속 무언가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던 한 해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도,
그래도 또 한 해를

살아보겠다는 얼굴로.

그 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내 삶의 방향이 바뀌다


2025년은
나에게 ‘힘들었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해였다.


이 해는 내 인생에서
방향 자체가 달라진 해였다.


4년 동안 일했던 식당을 그만두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루의 리듬, 몸에 밴 습관,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곳에 맞춰져 있던 삶이었다.


그만둔다는 건
직장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던 문장을
하나 지우는 일이었다.


그 빈자리에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했고,
처음으로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처음으로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안정에서 나왔고,
익숙한 노동을 내려놓았고,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선택을 했다.

이 모든 게 한 해에 몰려 있었다.


걱정이라는 질문들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정말 원해서 하는 거냐고,
왜 그런 걸 시작했냐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그 질문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질문들이
내 삶을 걱정해서라기보다
자기 기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선택을
확인하려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나는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생을 끌어들인 것도 아니고,
내가 벌었던 돈으로
내가 책임질 일을 시작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걸까.


때로는
그 걱정이
나보다 더 커 보였다.


나 역시 불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불안하다.


이 길이 맞는지,
내가 세상을 너무 얕게 보는 건 아닌지,
돈을 쫓아가야 할 시기에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이 불안은
현실을 외면해서 생긴 불안이 아니다.

나는 일을 싫어하게 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일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열심히 하면 나아진다’는 말이
항상 사실은 아니라는 걸
남들보다 빨리 알게 되었을 뿐이다.


아무 설명 없이 반복되는 노동,
시간이 쌓여도 달라지지 않는 구조,
몸만 닳아가는 느낌.


그래서 나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 더 가깝다.


정답은 없다


취업은 어렵고,
자영업은 힘들고,
공무원도 여전히 치열하다.


이 시대에는
‘이걸 하면 된다’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하나의 정체성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배우고, 만들고, 시도하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람이
시대에 더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결과가 나온 사람의 과거는 존중하지만
결과를 만들고 있는 현재는 불안해한다.


나는 지금
그 불안한 현재에 서 있다.

아직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고,
아직 한 줄 직업으로 설명되지 않고,
그래서 더 흔들린다.

하지만 틀렸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증명해야 하는 해


그래서 2026년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제는
왜 시작했느냐보다
무엇을 남겼느냐가 중요해지는 해.


무에서 시작하는 해가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것 위에서
답을 만들어야 하는 해다.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 건 아니다.


아주 개인적인 바람


2026년에는
나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조금 더 큰 바람을 품고 싶다.


이 나라가 조금은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덜 아프고,
덜 다치고,
덜 잃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큰 성공 말고,
거창한 도약 말고,
그냥 무너지지 않는 한 해.


요즘은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순진해 보일까 봐
잘 하지 않게 되지만
그래도 나는

이 바람을 적어두고 싶다.


2025년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멈추지도 않았다.


2026년은
증명해야 하는 해이지만
동시에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 가능성 속에 있다.

지금은 그저,
증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