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있는 숫자들
최근 한 방송에서는
경차가 일반 주차면에
주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자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차도 자동차인데
주차 선택권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실제 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논점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이건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수치와 구조의 문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보면,
현재 국내에 등록된 차량 수는
약 2,500만 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경차는
약 250만 대 안팎으로,
전체 차량의 10~11% 정도에 그친다.
한때 ‘경차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던 시기와 비교하면
비중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반면 차량 구성의 중심은
빠르게 이동했다.
중형차와 SUV 비중은 꾸준히 늘었고,
특히 SUV는 최근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패밀리카 수요, 레저·캠핑 문화 확산,
차체 안전성 선호 등이
이 흐름을 가속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주차장을 채우는 차량의
평균 크기와 무게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의미다.
즉, 오늘날의 교통 환경과
주차 공간을 지배하는 구조는
더 이상 ‘경차 중심’이 아니라
‘중대형차 중심’으로
이미 완전히 전환된 상태다.
문제는 도로보다 주차장에 있다.
국내 공동주택의 상당수는
2000년대 초중반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당시 주택 정책과
도시계획이 전제한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는
0.8~0.9대 수준이었다.
한 가구에 한 대가 채 안 되는
차량을 기준으로
주차 면수가 계산되고
공간이 배치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현재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는
1.1~1.3대 수준으로 올라왔다.
맞벌이 가구가 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한 가구가 두 대의 차량을
보유하는 사례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차량 수요는 분명히 늘었다.
그러나 주차장은 늘지 않았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지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고,
결국 주차 면적은
과거의 기준에 묶인 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새로운 주차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해진다.
결국 주차 효율을 좌우하는 것은
확장이나 증설이 아니라,
한 칸, 한 칸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모든 ‘전용 주차구역’이
같은 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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