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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10. 2024

가을 뉴요커, 한 번쯤은 꿈꿔볼 수 있잖아?

미국 교환학생의 일기 4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경제, 문화, 패션의 중심지인 도시. 바로 “뉴욕”이다. 미국행이 확정된 이후 원래부터 나는 뉴욕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종강 이후에 뉴욕을 갈려고 미리 계획을 다 짠 상태로 출국하기도 했다. 하지만 즉흥쟁이가 된 나는 문득 가을에 단풍이 물든 뉴욕 풍경이 궁금했다. 이 얘기를 현지에서 만난 다른 교환학생 친구에게 말하자 그 친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동시에 “갈래?”를 외쳤고 우리의 결론은 “가자”가 되었다.


    아침 비행기였기에 기숙사에서 새벽 4시 반 경에 나왔다. 미리 예약한 우버를 타고 깜깜한 새벽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들어버렸고 금방 뉴욕에 도착했다. 내가 뉴욕에 왔다니!! 너무 신나고 설렜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숙소가 맨해튼 쪽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는 공항에서 무료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했다. 뉴욕에 처음 온 우리를 반겨주듯이 지하철 칸 안에서 댄스 쇼가 펼쳐졌다. 갑자기 들려온 큰 노랫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고 지하철 손잡이 봉을 잡으며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에 살짝 겁이 났다. 이게 바로 그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인가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무료 댄스 공연을 보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짐만 맡기고 우리는 맨해튼 중심부로 향했다.

    걷다가 "The Drama Book Shop"의 이름을 가진 한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 전공생으로서 연극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어떤 책들을 팔까 궁금했다. 서점에 들어서자 특유의 책 냄새가 났다. 수업 시간에 배운 작품들의 대본도 많이 있어서 뭔가 반가웠다. 계획 없이 들어온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1917년에 문을 연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공간이었다.

인테리어가 굉장히 화려했다. 마치 책이 날라 다니는 것 같았다.

    내가 뉴욕 가는 것이 기대되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외삼촌을 만나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살고 계신 삼촌을 이번 기회에 약 1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삼촌께서는 우리에게 일하고 계신 빌딩 구경도 시켜주셨고 너무 아름다운 뉴욕 노을도 보여주셨다. 외국인으로서 이 위치에 오르시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하셨을지 존경심이 들었던 순간이다.

삼촌께서 일하고 계신 곳에서 본 뉴욕 노을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를 불후의 명곡 콘서트에 초대해 주셨다. 우리가 뉴욕에 도착한 날 때마침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불후의 명곡 콘서트가 뉴저지에서 열렸다. 잔나비, 싸이, 박정현, 김태우 등 유명한 가수들의 라이브를 뉴욕에서 들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뉴욕에서 오랜만에 뵌 삼촌과 함께 콘서트를 본 그날 밤은 정말 특별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아주 길었던 뉴욕에서의 첫날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2일 차 여행 콘셉트는 바로 뉴요커 되기였다. 마음껏 나의 뉴요커 로망을 실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을 베이글과 함께했다. 센트럴 파크 근처에 있는 베이글 집에 들어갔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과 출근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던 작은 가게였는데 단골이 많은 동네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베이글 먹고 센트럴 파크 가는 로망 실현 완료!

    아보카도와 토마토를 추가한 베이글에 피스타치오 에클레어를 나눠먹고 우리는 센트럴 파크로 갔다. 모닝커피를 들고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면서 가을뉴욕을 마음껏 즐겼다. 노란색으로 물든 나무와 초록색 잔디의 조화가 예뻤던 센트럴파크였다.

    센트럴 파크에서 모닝 산책을 끝내고 우리는 MOMA로 향했다. 시카고 미술관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MOMA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기대되었다. 샤갈부터 고흐까지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현대미술관이라서 그런지 정말 독특한 작품들이 많아서 시카고 미술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우리는 시내를 걸어 다녔다. 뉴욕을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을 사 먹고 드디어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한 책을 읽고 타임스퀘어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타임스퀘어에서 광고판 실컷 보기가 내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곳에 내가 와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타임스퀘어 중앙에 있는 계단에 앉아서 원 없이 전광판 광고를 봤다. 그리고 타임스퀘어에 있는 디즈니 매장, 엠엔엔즈 매장 등 다양한 상점들을 구경하고서 마지막 행선지인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화려한 무대연출이 보고 싶어서 우리는 물랑루즈를 봤다. 평소에 뮤지컬을 즐겨보지 않았는데 배우들의 연기와 화려한 조명과 연출이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뮤지컬 덕후가 되는구나 깨달았던 하루였다.

화려한 뉴욕의 밤

    3일 차는 뉴욕 미식여행이었다. 비싼 뉴욕 물가로 인해서 그동안 제대로 된 맛있는 한 끼를 먹지 못했다. 판다익스페스로 끼니를 때웠을 뿐.. 그러던 중에 정말 감사하게도 삼촌께서 내가 뉴욕에 온다고 하니 미리 식당을 예약해 주셨다. 먼저 점심 식사를 한 곳은 소호에 위치한 NAMI NORI였다. 수제 롤을 파는 일식집이었는데 원목 인테리어가 소호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다. 다른 롤도 한 번씩 맛보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하나씩 천천히 맛보는 재미가 있었던 곳

    맛있게 점식 식사를 하고서 소화도 시킬 겸 우리는 소호 일대를 걷기 시작했다. 타임스퀘어와는 다른 느낌에 색달랐다. 타임스퀘어는 화려하고 복잡하다면 소호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소소한 느낌이랄까..? 아기자기한 소품샵도 많고 옷가게도 많은 그런 곳이었다. 목적지 없이 걷다가 우연히 워싱턴 스퀘어를 도착했는데 마침 그날 강아지 핼러윈 코스튬 대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원에는 귀여운 옷을 입고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너무 많았다. 강아지 코스튬 대회를 할 정도로 핼러윈에 진심인 나라인 것 같다.

    소호 구경을 마치고 월가로 이동했다. 그 유명한 돌진하는 황소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소 동상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많은 관광객들이 황소를 둘러쌓고 있어서 황소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인터넷에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황소 사진은 어떻게 찍은 건지 궁금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인파에 놀란 나와 일행은 저녁 예약 시간이 다 되어서 다시 맨해튼으로 넘어갔다. 저녁 식사를 한 곳은 COTE Korean Steakhouse였다. 한국식 고기를 파는 식당이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향의 맛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계란찜에 김치찌개 그리고 된장찌개까지 전형적인 한국식 정육식당 코스라서 너무 행복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안 하다가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은 행복감에 배부른 상태로 잠들었다.

정말 눈물 나게 맛있는 맛이었다

    마지막 날 공항에 가기 전 시간이 조금 있어서 우리는 Intrepid Museum에 가기로 했다. 알쓸별잡 뉴욕 편에 나온 항공모함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박물관일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었다. 시간 관계상 많은 것을 보지는 못하고 항공모함 한 척만 살필 수 있었다. 배 자체가 하나의 전시관이라 배에 들어서면 작전실, 취침실, 식당 등 항공모함 내부를 정말 자세하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배 안에서 치열하게 전투했던 과거를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숙연해지게 되었다. 더 보고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내려서 우리는 계획보다 더 빨리 공항에 갔고 그렇게 뉴욕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직접 배에 들어가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너무 실감나고 몰입되었다

    처음에는 겨울에도 갈 뉴욕인데 가을에 한 번 더 가는 것이 너무 욕심인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을에 만난 뉴욕은 나의 뉴요커 로망을 실현하기에 완벽했다. 하루에 3만 보 가까이 걷고 아침 9시에 나가 저녁 10-11시가 되어서 숙소에 들어와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정도로 노랗게 물든 뉴욕은 너무 아름다웠고 꿈에 그렸던 타임스퀘어는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그리고 거의 15년 만에 삼촌까지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그래서 나의 가을 뉴욕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버킷리스트 달성”으로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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