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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Sep 09. 2024

십자가와 초승달 (제1화)-같은 조상, 다른 문화

같은 조상, 갈라진 후손들

인류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세계 5대 종교 중,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모두가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과 관련이 있다. 아브라함은 '노아'의 장자 '셈'의 후손이어서 유대족은 셈족(semite)의 한 분파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집단을 반유대주의를 anti- semitism로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유대인은 모두가 같은 조상을 섬기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유대인의 '적서차별'에서 대 역사가 시작되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기원전 1,400년경,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이 정 부인인 ‘사라’와의 사이에 자식이 없자, 대가 끊길까 봐 우려한 '사라'는 애굽사람으로 '사라'의 하녀였던 '하갈'을 아브라함의 첩으로 들여 ‘이스마엘’을 낳게 된다. (창세기 16:11). 그런데, 하나님의 언약으로 늙은 나이의 ‘사라’가 ‘이삭’을 낳자, 그녀는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치도록 요구하여, 「…’아브라함’은 첩인 ‘하갈’과 아들 ‘이스마엘’을 광야로 내쳤다. ‘하갈’이 광야에서 갈증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러 기도하자,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나 ‘하갈’에게 샘물을 주고, ‘이스마엘’이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 약속하였다.」 (창세기 21:14-21 요약)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장례식 이후에 성경에서 사라지지만, 대신 '꾸란'에서는 광야에 내쳐진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꾸란에서는 아브라함 이후의 자손들이 계속 등장한다. 즉, 꾸란은, ‘아브라함, 이스마엘, 이삭, 야곱 및 여러 종족에 주어진 것, 또 모세, 예수 및 선지자를 믿는다. 우리는 이들 중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꾸란3:84)고 적시하고, ‘아브라함은 유대교도 기독교도 아닌 성실한 무슬림이었으며, 또한 우상숭배를 한 분도 아니었노라.’(꾸란 3:67)고 적고 있다. ‘아브라함’을 그들의 조상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스마엘은 열두 아들을 두어 이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져 거주하였는데, 아라비아 반도 북부에 살던 유목민을 지칭한 아랍족들도 주로 이스마일의 후손으로 보인다. (창세기 25:13-18 요약)  


기원 원년, 예수의 탄생으로 기독교는 새로운 변혁을 맞이한다. '선민사상'에 집착하여 구약의 율법과 외식에 치중하던 유대교에 의해 고난을 받았지만, 기독교는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평등을 선교하던 사도들에 의해 교세가 점차 확산하였으나,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은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인을 미워하였으며, 로마제국의 폭군 네로 황제(AD 54~68)이래 계속 엄청난 박해를 받자 지하(카타콤)로 숨어들었다. 한편, 로마 분봉왕의 핍박에 항거하던 유대인도 유대-로마 전쟁(AD 72-73)에서 패배하여 '마사다' 항전을 끝으로 전 세계 각지로 흩어지며('디아스포라', 유랑)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시까지 2000여 년 간 방랑하게 된다. 이들은, 방랑하는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종교를 끈질기게 유지하였지만, 흩어진 그 세력은 미미하였다.  

   


십자가와 초승달의 유래 

서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원이래 중세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축은 기독교였다. 하지만, 기독교도 처음에는 그냥 하나의 종교일 뿐이었다. 그런데, 예수 탄생 이후 약 300여 년간 각종 박해 속에서도 꾸준히 교세를 확장하여, 드디어, 로마제국에 의해 종교로 ‘공인’(밀라노 칙령, AD 313) 되었고, 이어 로마의 ‘국교로 선포’(AD 392)되면서 종교가 국가권력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이미 갖추어진 국가 틀에 종교가 뒤늦게 들어왔다. 


이제, 로마의 국교로 선포된 기독교는 로마제국처럼 제국 안에서 또 하나의 제국이 되었다. 로마의 황제처럼 교회에도 교황이 생기고, 로마의 귀족처럼 교회에도 대주교, 주교 등의 계급도 생겼다. 또한, 로마의 법전처럼 수많은 교회의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예수님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문양을 그 상징물로 삼았는데, 이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막센티우스'와의 전쟁(AD312) 때, 로마 군의 방패에 그려 넣은 것이 그 시초였다. 서로 대치하던 상황에서 로마군의 방패에 햇빛이 반사되어 상대가 눈부심으로 주춤거리자 로마군이 일격을 가하였고... 전쟁에서 승리한 '코스탄티누스' 대제는 그 이듬해 기독교를 공인하였다.  


그 이후, 기독교가 국교가 되면서 무엇보다 달라진 서구의 모습은 종교가 ‘선교의 명분’으로 군인과 더불어 ‘정복의 역사’에 나서게 되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로마라는 ‘제국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섬김과 나눔’의 종교라기보다 ‘승리의 십자가’를 추구하는 종교가 된 셈이다. 그리고, 로마 멸망 이후에 그 뒤를 이은 서구 게르만족 각국이 여전히 로마처럼 제국의 힘을 빌려 정복 전쟁에 나섰는데, 종교가 무력을 앞세우며 선교의 길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로마제국 이래, 게르만족에 의해 계승된 서구사회에서는 1천여 년 동안 기독교가 대부분 중세 봉건 왕국의 국교로 자리 잡았으며, 십자가는 이들의 상징이었다. 그중에서 영국, 덴마크, 그리스, 스칸디나비아 3국 등 서구 국가는 강한 신앙의 열정으로 그들의 국기에 ‘십자가 문양’을 새겨 넣었다.


‘십자가 문양’을 그려 넣은 다양한 방패들
첨탑 위의 초승달과 밤하늘의 초승달  

한편, 기독교보다 약 600여 년 이후에 탄생한 이슬람은, 이미 ‘제국의 틀’을 갖춘 로마 기독교를 많이 닮았다. 이슬람은 창시와 동시에 종교 자체가 바로 군사력을 갖춘 국가권력이었고, 종교의 확장을 위한 포교활동은 끊임없는 전쟁과 정복을 반복하였으며, 그 결과 불과 100여 년 만에 곧 거대한 제국의 건설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제국은 무력이 지배하는 여타 제국과 달리, '정교일치'로 종교가 국민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여 초기 무슬림 사회에서는 종교와 정치 간의 구분조차 없었다. 

 

초승달이 들어간 국기들

그런데, 이들이 초승달을 상징물로 사용하는 것은, 우상숭배를 거부하는 무슬림은 부인하지만, 모함마드의 출생인 '꾸라이쉬' 부족의 토착신앙 '달의 신'에서 그 문양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초승달이 상징하는 밤은 무더운 중동에서 밤시간의 시원함은 인간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사막지역에도 밤이 지나면 초목에 물(이슬)을 맺히게 하여 유목인들에게는 농경민족의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이슬람은 초승달은 ‘알라(신)’가 아니므로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꾸란에서도, ‘새 달에 대해 묻는다면 답하여라. 그것은 사람들을 위해 또 순례를 위해 정해진 때의 설정이다’(꾸란 2: 189)고 말하면서 초승달과 '알라(신)'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알라(Allah)’와 ‘달의 신’의 관계에 무관하게, 이슬람은 달을 기준한 월력을 사용한다. 무슬림들이 요즘 시대에 굳이 태양력보다 1년에 11일씩이나 모자라서, 서기력으로 바꾸려면 일일이 이를 환산해야 하는 이슬람 월력(月曆)을 고집하는 것은, 서구와의 차별화, 달과의 연계성은 물론, 경전인 꾸란에서도 월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달의 신과 이슬람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부분은, 무함마드의 아버지의 이름이 ‘압둘라(Abdullah)’였는데, 백과사전에 찾아보면, 이 아랍어 이름은 ‘압드(Abdu, 영어로 Servant라는 뜻)’와 ‘알라(Allah)’라는 말을 합친 말이다. 즉, ‘알라(신)의 시종’ 혹은 ‘알라(신)를 섬기는 자’라는 뜻인데, 유복자 아들인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기도 전에 ‘알라(신)’는 그 아버지로부터 이미 섬김을 받았다는 뜻이니 자못 흥미롭게 들린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은 성지 순례(‘핫지’) 동안 카바 신전을 줄지어 돌고, 검은 돌에 입을 맞추고, 머리털을 깎고, 양을 잡아 희생제를 드리는 등등의 여러 가지 행위나, 메카를 향해 하루에 5번 기도하고, 금요일을 안식일로 하여 집회로 섬기고 또, 무함마드의 가문인 ‘꾸라이시’ 가문만이 이맘이 될 수 있는 이런 일은 모두가 ‘알라(신)’를 ‘달의 신’으로 섬기던 그 토속 신앙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하니, ‘알라(신)’가 달의 신이며 그런 행위들이 그 신을 섬기던 이슬람 이전의 풍속과 강한 관련이 있다는 부인할 이슬람 학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이라면 초승달은 이슬람의 상징이 되었다. 이들의 종교적 열정은 초국가적으로 기독교 국가의 십자가처럼, 터키, 튜니지아, 파키스탄 등 16개 이슬람 국가가 초승달을 국기 속에 그려 넣고, 국가기관과 모든 이슬람교 사원 첨탑도 이 문양으로 장식하여 이슬람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은 이슬람 국가기관과 종교의 상징물로도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함께 구호활동을 하는 적십자사와 적신월사 요원들

십자가와 초승달은 서로 상극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개의 상징물이 공존하는 국제기구도 있다. 세계적으로, 구호활동과 국제적 원조활동을 지도, 조정하는 국제 ‘적십자사(Red Cross)-적신월사(Red Crescent)’ 연맹(IFRC)이 그 단체이다. 적신월사의 이슬람 지부는 적십자 대신 적색 초승달(새 달)을 그려 넣고, 명칭도 ‘적신월사(赤新月社: 붉은 초승달 기구, Red Crescent)’로 쓴다. 적십자정신에는 동의하나, 십자가와는 별개라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적신월사가 관리하는 이슬람 국가의 모든 구호 단체는 물론, 응급차 앰뷸런스에도 '적십자' 대신 '붉은 초승달'이 그려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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