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경영

가속과 제동이 공존하는 생존 방정식

by Trenza Impact

2025년 대한민국 경제는 '만성적 불안정 시대의 이중 장력(Dual Tension of Chronic Volatility)'이라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거시 환경은 미-중 갈등, 트럼프 2.0 리스크, 고금리 장기화와 같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충격형 위기에 의해 지배되었고, 이러한 거시적 침체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거시 경제는 침체되었지만, 미시 경제 주체들은 소비를 줄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탐색하는 '디커플링 경제 심리'를 보였습니다. 기업 경영 환경 역시 이와 유사한 이중 장력을 경험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공격적인 혁신이 요구됩니다. AI 기술 도입, 디지털 전환, 글로벌 시장 확장 - 이것이 바로 '가속(加)'의 영역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ESG 경영 강화, 주주 행동주의 대응과 같은 강력한 리스크 통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동(制)'의 영역입니다.

전통적인 경영이 성장을 위한 '가속'에 중점을 두었다면, 2026년 기업들은 이 두 가지 상반된 힘을 동시에, 그리고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초고난이도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제 경영(加-制經營, Ga-Je Management)'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 배경: 데이터가 증명하는 '가속'과 '제동'의 공존

1.1. 양대 축의 부상

트렌자랩이 2025년 경영 관련 뉴스 매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연관 키워드 순위는 한국 기업의 이중적 과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加(가속) 영역의 키워드는 '기술', '혁신', '투자', '성장', '사업'이 최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AI/디지털 전환, 대규모 투자,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생성형 AI 도입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AI 기술은 빅데이터 분석, 자동화, 예측 모델링 등을 통해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가속' 전략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은 기업 생존의 기본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制(제동) 영역의 키워드는 '주주', '환경', '사회', '정부',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배구조 및 주주 행동주의의 부상, ESG 이슈 심화, 정책 및 규제의 영향력 증가를 통한 외부 통제 및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리스크 관리, 지속 가능성, 신뢰 확보가 기업 경영의 핵심 목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식회사의 주주가 기업 경영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2024년 기준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이 글로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1].

이러한 키워드 분석은 '오너십 기반의 그룹 경영' 하에서 '기술 혁신 및 투자'를 통해 '가속'하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주주', '환경', '사회', '정부'와 같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제동'과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2. 감성 분석: '위기 속 기대'의 양극성

경영 활동에 대한 언론 및 대중의 인식은 극도의 양극성을 띠고 있으며, 이는 '가-제 경영'이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립하는 긴장의 영역'이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가속 기반의 희망 영역에서는 '수익', '이익', '성공', '성장'과 같은 재무적 성과 긍정 명사와 '혁신', '적극', '기대', '발전'과 같은 전략/행동 긍정 명사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현재의 '부진', '위축'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동 기반의 통제 요구 영역에서는 '위기', '어려움', '불안', '부족'과 같은 부정 명사의 빈도가 높았습니다. 이는 기업 환경이 '구조적인 고난이도 상태(Structural High-Difficulty)'에 진입했음을 방증합니다. 동시에 '안정', '가치', '신뢰'의 높은 긍정 빈도는 단순한 매출 증대보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재무 건전성, 법규 준수와 같은 기초적인 '제동' 기능에 대한 요구가 시장 전반에 퍼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2. 구조적 동인: '가-제 경영'을 강요하는 거시적 불안정

2.1. 거시 환경: 예측 불가능성이 강요하는 '가-제'의 필요성

영구적 변동성(Permanent Volatility)

2025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을 넘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들이 경제의 상수로 작용하는 영구적 변동성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미국', '관세', '트럼프', '중국', '금리', '달러' 등 대외 변수가 위기의 주된 원인이 되면서, 경제 주체들은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형성하기 어렵게 되었고, 투자와 소비를 극도로 방어적으로 전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합리적 기대 이론의 붕괴: 폴리-레이트 충격파

2026년 거시 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패턴은 통화 정책(Rate)과 지정학적/정치적 요인(Poli)의 비선형적 결합으로 발생하는 '폴리-레이트 충격파(Poli-Rate Shockwave)'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예측 불가능하게 작용할 경우,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기대를 형성하고 경제 활동을 결정한다는 합리적 기대 이론(Rational Expectations Theory) 자체가 무력화됩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공격적인 가속'으로 리스크를 선점하거나, '철저한 제동'으로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는 양자택일이 아닌,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가-제 경영'만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2.2. '가-제 경영'의 양대 동력: AI와 ESG/주주 행동주의

加(가속)의 동력: AI의 전면적 도입

AI(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기업 전략에 접목하려는 CEO들의 노력이 나타났으며, 생성형 AI는 단순한 혁신 도구를 넘어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가속' 전략입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단순한 취미나 교양이 아닌, 직접적인 소득 창출과 연결되는 실무 중심 강의의 수강률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 디지털 마케팅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스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制(제동)의 동력: 주주 행동주의와 ESG 고도화

주주 행동주의의 '디지털 민주주의' 진화

주주 행동주의는 과거의 단순한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진화했습니다. 2024년 기준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글로벌 기업 1,028개 중 한국이 66개로 3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된 국내 기업 수는 최근 4년 사이 약 6.6배 증가했습니다[1].

'헤이홀더'와 같은 플랫폼 확산으로 소액 주주의 결집이 용이해졌고, 이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기업 거버넌스 영역에 스며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K-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역시 실질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며 경영에 강력한 '제동'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ESG의 글로벌 리스크 통제 역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SG는 단순한 착한 경영을 넘어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기후 감수성(Climate Sensitivity)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무역 장벽 및 리스크 관리의 '제동'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기후공시가 의무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미국 상장 국내기업 13개사와 對EU 수출기업 19,337개사가 영향권에 있습니다[2]. ESG는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방향은 변함없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5년 글로벌 트렌드는 AI 기술 활용 급증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을 지적하였으며, AI 기술 발달은 AI 기반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AI 확장에서 직면하는 기회와 도전 과제를 전략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3. '가-제 균형 조건(GEC)'의 정립

3.1. 경제 공식: 가-제 균형 조건 (Ga-Je Equilibrium Condition, GEC)

'가-제 경영'의 핵심은 두 힘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거나 불균형하게 작동할 경우, 기업은 '관성적 침체(制 없는 加)' 또는 '경직성 사망(加 없는 制)'에 직면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경영진의 핵심 역량은 이 상반된 두 요소를 최적의 '균형점(Equilibrium Point)'에서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정립하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가치(Sustainable Value)를 극대화하는 가-제 균형 조건(GEC)은 다음과 같습니다:

Maximize V_Sustainable = Value(Acceleration) - Cost(Braking)

여기서:

Value(Acceleration): AI 기반 혁신, 투자, 시장 선점 등을 통한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 증대분

Cost(Braking): 주주 환원, ESG 투자, 법규 준수,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등에 소요되는 비용 및 단기 이익의 감소분


가-제 균형 조건 (GEC)

기업은 '가속' 투입량(A)과 '제동' 투입량(B)을 조절하여 지속 가능한 가치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경제학에서 최적의 자원 배분 조건은 한계 이익(Marginal Benefit)과 한계 비용(Marginal Cost)이 일치할 때 달성됩니다. 가-제 경영에서는 '가속의 한계 이익'과 '제동의 한계 비용(혹은 기회비용)' 간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V_Sustainable/∂A = ∂V_Sustainable/∂B

즉, '가속에 대한 추가적인 1원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 '제동에 대한 추가적인 1원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 감소 이익(혹은 단기 이익 희생의 가치)'과 같아지는 지점에서 최적의 가-제 균형이 달성됩니다.


4. 영향과 전략

4.1. 산업 및 기업 간의 양극화 심화 (The Great Corporate Divide)

승자 독식 (Winner Takes All)

'가-제 경영'에 성공한 대기업 및 선도 기업들은 AI를 통한 비용 구조 혁신(加)과 ESG/거버넌스 준수(制)를 통한 자본 시장 매력도 향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디스카운트 해소(Value-Up)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K-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의 매출과 영업 실적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의 가치(PBR)와 자본 수익률(ROE) 등에 대해서도 주주들과 소통하며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이중고

중소기업(SME)은 '가속'을 위한 AI 기술 도입 격차와 '제동'을 위한 ESG/공급망 실사 의무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인력난과 고환율 압박까지 겹쳐, 한계 기업이 급증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 격차가 극대화될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 단위로 중소기업까지 ESG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나 한국은 ESG 경영, 디지털전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4.2. 자본 시장의 구조적 재편 (Capital Market Restructuring)

평가 기준의 이동

단순한 영업 이익(Profit) 중심의 평가에서 **수익의 질(Quality of Earnings)**과 지속 가능한 구조(Sustainable Structure)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가속 평가: 미래 기술(AI, 신산업) 투자 계획 및 혁신 능력

제동 평가: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주주 환원율, 이사회 독립성, ESG 리스크 관리 체계


M&A 시장의 활성화

주주 행동주의의 파고 속에서 비효율적인 자산과 낮은 지배구조 점수를 가진 기업들은 강제적인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며, 이는 M&A 시장의 활성화를 유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2024년 한국거래소 경영권분쟁 공시 기업 총 88개사의 관련 소송 건수는 총 313건으로 2023년 266건 대비 17.7% 증가하며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3]. 이는 경영권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환경에서 M&A가 하나의 해결책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4.3. 2026년 극복 방안: '가-제' 내부 충돌 해결 전략

문제 1: SME의 격차 심화 (AI/ESG 도입의 기술 및 비용 장벽)

해결 방안: '공진화 플랫폼(Co-Evolution Platform)' 구축

대기업이 중소 협력사에 AI 솔루션, ESG 실사 노하우를 '기술 상생 협력(Tech-Synergy)' 형태로 제공하고, 정부가 인센티브(세제 혜택 등)로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AI 플랫폼을 중소기업이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ESG 공시 및 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정부는 이러한 상생 협력에 참여하는 대기업에게 세제 혜택 제공


문제 2: 거버넌스 피로도 (잦은 주주 행동주의 요구에 대한 대응 피로)

해결 방안: '주주 소통 전용 디지털 채널' 상시화

주주와의 소통을 정기 주총 기간에만 국한하지 않고, 연중 실시간으로 경영 상황 및 주주 환원 계획 업데이트를 제공하여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制)를 확보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IR(투자자 관계) 전용 온라인 플랫폼 구축

분기별 경영 성과 및 주주 환원 계획 공개

주주 의견 수렴 채널 상시 운영


결론: 2026년, '가-제 경영'은 생존의 방정식

2026년 대한민국 기업 경영은 'AI를 통한 효율 극대화(가속)와 ESG/주주 행동주의를 통한 시스템적 안정화(제동)를 동시에 추구하는 초고난이도 과제'로 인식될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은 시장이 '수익'이라는 단기 목표(加)와 '안정(신뢰, 안전)'이라는 장기적 지속 가능성(制)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가-제 경영의 핵심 원칙

동시성(Simultaneity): 가속과 제동은 순차적이 아닌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균형성(Balance):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투명성(Transparency):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제 전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적응성(Adaptability): 거시 환경 변화에 따라 가속-제동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마치며

'가-제 경영'의 성공적인 안착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가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경영은 더 이상 단순한 이윤 추구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총체적인 통제 시스템인 것입니다.

2026년은 한국 기업들에게 이 '가-제 경영'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2026년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마스터해야 할 생존의 방정식입니다.

가속 없는 제동은 경직을 낳고, 제동 없는 가속은 추락을 낳습니다. 오직 가속과 제동의 완벽한 균형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Reference

[1] 조선일보, 펀드부터 개미까지 들썩… 주주행동주의, 한국이 세계 3위

[2] Greenium, ‘기후공시 의무화법’ 발의…한국, 세계 ESG 공시 흐름 따라가야

[3] 세계일보, 경영권 분쟁 상장사 2024년 18%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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