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우리는 또다시 같은 기로에 섰습니다. 뉴스에서는 개헌 논의에 관해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마치 처음 말하는 것처럼 열변을 토합니다. "이번만큼은 다릅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반드시 성사시키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이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는 것을. 그리고 매번 실망했다는 것을.
2025년 한 해 동안 축적된 뉴스 데이터 5,733건을 분석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44,836회, '국민'이 40,115회 언급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탄핵'이 14,821회, '내란'과 '계엄'이 각각 1만 회 이상 언급되었습니다. 이 숫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헌 논의가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위한 선제적 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체제가 붕괴 직전까지 가야만, 그제서야 '응급 처방'으로 개헌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오면 개헌을 외치고, 위기가 지나가면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위기가 오면 또다시 같은 말을 합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합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개헌 역사를 살펴보면 놀라운 패턴이 발견됩니다. 바로 '체제 붕괴 회귀 개헌론(System Collapse Recurrence Constitutionalism)'입니다. 이는 개헌 논의가 평온한 시기의 합리적 제도 개선이 아니라, 현행 대통령 중심 권력 구조가 극단적 정치 사건으로 기능을 멈췄을 때만 현실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1987년 헌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월 항쟁이라는 거대한 민주화 운동이 없었다면 개헌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후 40년 가까이 헌법은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수많은 대통령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추진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 개헌을 추진했지만 좌초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6년 개헌을 언급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순실개헌'이라는 오명을 쓰며 중단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8년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개헌은 '미래를 위한 설계'가 아닌 '붕괴 직전 체제를 응급 복원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만 반복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위기가 터지면 개헌을 외치지만,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위기가 오면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2025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개헌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까요? 아니면 또다시 정치적 수사로 끝나고 말까요?
키워드 감성 분석은 국민들의 복잡한 심정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기대', '적극', '신뢰', '안정', '개선', '발전'과 같은 긍정 키워드가 다수 등장합니다. 이는 국민들이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 '비판', '갈등'과 같은 부정 키워드가 압도적인 빈도를 차지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판'의 빈도가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국민들은 개헌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개헌을 둘러싼 정파적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결국 2025년 대한민국 사회는 개헌을 "위기의 해법이자, 새로운 갈등의 시작점"이라는 이중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권력 중립화 개헌 로드맵(Power Neutralization Constitutional Roadmap, PNCR)'은 개헌 논의를 현직 정치인의 정파적 이익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분리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입니다.
핵심은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권력의 수혜자와 개헌 논의의 주체를 시간적·구조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헌안 발의와 국민투표를 다음 대통령 임기 초반에 실시함으로써, 개헌으로 인한 권력 구조 변화가 현직 정치인이 아닌 차기 정권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현직 정치인들이 자신의 권력 욕심 때문에 개헌을 막는 동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정치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저주(Curse of the Imperial Presidency)'입니다.
현행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87년 헌법 4장 '정부' 부분에서 대통령에 대한 규정은 66조에서 85조까지 무려 20개 조문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막강한 권한이 포함됩니다:
헌법기관 구성권: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헌법기관의 구성권
인사권: 국무위원, 각 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 등 각종 공직자 임명권
법률안 제출권: 정부가 직접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 권한
예산편성권: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
재의요구권: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을 거부하고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
학자들은 이러한 권한 집중을 "대통령이 정치권력을 왕권과 같이 비제도적으로 행사하고, 제왕과 같이 국가와 법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를 채택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군부 독재에 대한 반작용이었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을 더욱 제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재선 압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4년 중임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국민의 여론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재선 걱정이 없습니다. 그 결과 임기 초반에는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다가, 임기 말에는 레임덕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실제로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1. 개인적·심리적 요인: 대통령의 개성, 성격, 세계관, 특히 권위주의적 성향 2. 조직적·제도적 요인: 권력분립의 한계, 대통령과 국회·국무총리·정당 간 관계의 불균형 3. 정치문화적 요인: 대통령을 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운영상의 문제
이것이 필연적으로 "극단적 정쟁"과 "실패한 대통령 양산"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 궤적을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로 시작하지만, 임기 3년차에 접어들면 급격히 하락하여 20~30%대를 맴돕니다. 임기 말에는 10%대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이 개인의 잘못일까요? 물론 개인의 책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제도 자체의 문제입니다.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말로를 겪는다는 사실로 입증됩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며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개헌은 계속 실패했을까요?
유력 대선 주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을수록, 대통령의 권한을 수상이나 다른 기관과 나누는 것을 꺼립니다. 당연합니다. 자신이 곧 그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될 텐데, 굳이 그 권력을 나눌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모두 후보 시절에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집권 후 실제로 개헌을 추진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추진했더라도 진정성이 의심받으며 좌초되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개헌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회 의석이 300석이므로, 200석의 찬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려면 '개헌저지선'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개헌저지선이란 개헌을 막을 수 있는 최소 의석수를 의미합니다. 전체 300석의 3분의 1인 101석만 확보하면 개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역대 국회를 보면, 한 정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한 경우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이 거의 유일합니다. 즉, 개헌을 하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양당이 극한 대립을 하는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국민투표법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했지만, 국회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4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과 함께 개헌을 진행할 것을 제안하며 국민투표법 개정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볼 때,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그 결과 개헌은 협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압박하고 다음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정쟁의 무기'로 전락했습니다. 여당이 개헌을 주장하면 야당은 "권력 연장 시도"라고 비난합니다. 야당이 개헌을 주장하면 여당은 "정국 흔들기"라고 반발합니다.
정치학자 채진원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혁파 공약은 이미 유권자들의 귀에 익숙하다. 이런 공약들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들도 이제는 개헌 공약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또 개헌 타령이냐"는 냉소적 반응이 일반적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지 않는 한, 개헌은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PNCR은 바로 이 자기 이익에 기반한 정파적 저항을 제도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시간적 중립화'와 '구조적 패키지화' 전략입니다.
PNCR의 목표는 단순한 헌법 개정이 아닙니다. 바로 '헌정 복원 도약(憲政復元跳躍)'입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헌정 질서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위기 극복을 발판 삼아 정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강력한 사회적 염원을 담은 개념입니다. PNCR은 분권형 권력구조(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선진 협치 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하는 원년을 만들고자 합니다.
PNCR의 첫 번째 전략은 '시간의 중립화'입니다.
개헌 논의가 다음 대선 주자들의 개인적 권력 욕심에 휘둘리지 않도록, 개헌안 발의와 국민투표를 다음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실시하는 로드맵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정치학에서는 정치인을 '합리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 봅니다. 즉,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구조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저 강력한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헌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선거-개헌 분리 원칙'이 확립되면 어떻게 될까요? 개헌의 결과로 권한이 축소된 대통령직을 차기 대통령이 시작하게 됩니다. 현직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그 권한 축소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유불리 계산을 통한 정파적 반대가 완화되고, 국익과 헌정 질서 복원이라는 명분에 집중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두 번째 전략은 '패키지 딜(Package Deal)'입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기본권 확대 등 복잡한 쟁점들을 다룹니다. PNCR은 이 쟁점들을 분리하지 않고 '동시 처리'를 원칙으로 하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합니다.
구체적으로 패키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첨예한 쟁점: 권력구조 개편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 이원정부제 등)
국민적 공감대: 지방분권 및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국가 명시, 지방정부 명칭 변경, 국민 발안제 도입 등)
이 패키지 딜이 왜 효과적일까요?
협상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패키지 딜은 합의의 동력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수단입니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반대급부(quid pro quo)로 국민적 열망이 높은 지방분권 및 기본권 확대를 보장함으로써, 정치 엘리트들이 첨예한 권력 쟁점을 수용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분권형 개헌은 중앙 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행정·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여 지역 소멸 문제 해결과 국가 균형 발전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앙 정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권력 중립화 개헌 공식
PNCR 성공 가능성 ∝ (W_국민적합의 × P_패키지딜) / E_정치엘리트자기이익^(시간적분리)
이 공식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 국민적 합의(W)의 힘
W 변수가 클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개헌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당위(Times' Imperative)'로 확고히 격상될 때, 정치 엘리트들은 W의 압력으로 인해 정파적 이익을 고수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국민' 키워드가 40,115회로 압도적 빈도를 보이며, '안정', '개선', '발전'과 같은 긍정 감성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이는 국민적 합의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중립화된 자기이익(E)의 최소화
'선거-개헌 분리 원칙(Temporal Separation)'에 의해 E 변수가 억제될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중립화 로드맵은 E의 영향력을 분모에 두어 그 효과를 최소화합니다.
3. 패키지 딜(P)의 전략적 시너지
P는 W의 동력을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레버리지 역할을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지방분권(장기적 영향)과 기본권 확대를 권력구조 개편(단기적 쟁점)과 묶어, 개헌 논의를 '정쟁의 무기' 프레임에서 '국가 대개조' 프레임으로 전환시킵니다.
PNCR이 제도적으로 안착되면,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과 협치 제도화라는 중기적 영향을 경험하게 됩니다.
분권형 개헌이 성공하면, 정치권은 승자독식 구조의 굴레에서 벗어나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강제받게 됩니다. 이는 거대 양당 간의 극한 대립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국정 비전 수립을 가능하게 하여 정책 안정성을 높입니다.
우리가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는 일을 떠올려보면,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폐기되고, 새로운 정부는 자신의 색깔을 입힌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리고 5년 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에너지 정책: 김대중 정부는 원전 축소 정책을 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다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원전 확대로 회귀했습니다. 이렇게 5년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바뀌니, 장기적인 투자와 계획이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정책: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 강화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추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로 전환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규제 정책을 폈고, 윤석열 정부는 다시 규제 완화로 돌아섰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은 정책 혼란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교육 정책: 대학 입시 제도만 해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습니다. 수능 중심에서 수시 확대로, 다시 수능 비중 확대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몰라 불안해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협치 민주주의입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정부제가 도입되면, 대통령이 독단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국무총리나 국회와 협의해야 하고, 야당의 의견도 들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이원정부제에서는 '동거정부(Cohabitation)'가 가능합니다. 보수 성향의 대통령과 진보 성향의 총리(또는 그 반대)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극단적인 정책 변동을 피하고,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실현했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연립정부가 일반적입니다. 한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여러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여 국정을 운영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극단적 정책은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
우리도 이러한 협치 민주주의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의 기본 정책 방향은 유지되고, 국민들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형 개헌(헌법에 지방분권 국가 명시 및 지방정부로의 명칭 변경)을 통해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면, 지역 소멸 문제 해결과 국가 균형 발전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됩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수치를 보겠습니다:
인구 집중: 2025년 현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는 전국의 약 50%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남, 경북, 강원 등의 농어촌 지역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경제력 격차: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50% 이상입니다. 반면 지방은 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교육 격차: 명문대 진학률, 학원 인프라, 교육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큽니다. 청년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갑니다.
일자리 격차: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기업 본사, 금융기관, IT 기업, 법률 사무소 등이 모두 서울에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권한과 재정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요 정책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집행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세 수입은 전체 세입의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합니다. 자체 재원이 부족하니,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정책을 펴기 어렵습니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실현되면 어떻게 될까요?
첫째, 권한 이양: 교육, 복지, 도시계획, 산업 정책 등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됩니다.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재정 자립: 지방세 비중을 높이고,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합니다.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면, 중앙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명칭 변경의 상징성: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닙니다. 이는 지방이 중앙정부에 종속된 '단체'가 아니라,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정부'임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방제 국가들을 보면, 각 주(州) 또는 지방정부가 상당한 자치권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각 주는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하고, 세금을 부과하며, 경찰과 교육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권의 국가에 맞먹습니다.
독일도 연방주(Land)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과 문화는 연방주의 전속 권한이며, 경찰권도 연방주가 행사합니다.
우리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서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찾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역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은 장기적으로 중앙 정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고, 중앙 정부는 진정으로 국가적 차원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입니다.
만약 PNCR 로드맵이 좌초되거나 '누더기 개헌'으로 전락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2025년 말의 정치적 투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개헌 논의는 현 정국의 최대 정치 쟁점으로 남아, 정치 엘리트 간의 '권력 게임' 프레임이 심화되며, 결국 '정쟁의 무기'로 사용되는 역설이 지속됩니다.
이는 국민들에게 정치 피로도와 개혁 효능감 격차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또 개헌 타령이냐", "어차피 안 될 거 아냐"라는 냉소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2026년 이후, 국민들은 '정치 엘리트의 진정성'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비판과 걱정이라는 감성을 견지하며, 정치권이 사적 이익으로 개헌을 좌초시키지 않는지('제왕적 대통령제의 저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합니다.
PNCR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참여 개헌' 요구를 형식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제도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상시적 국민 공론장 도입'과 '헌법 개정 국민 발안제 선행 추진' 등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직접 개헌안을 제안하고, 논의 과정에 참여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두면, 다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 중립화 개헌 로드맵'은 2026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체제 붕괴 회귀 개헌론'이라는 구조적 패턴을 극복하고 '헌정 복원 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하고 현실적인 제도적 처방입니다.
PNCR은 시간적 중립화와 패키지 딜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제도적 무기를 통해, 권력에 대한 국민의 열망(W)을 엘리트의 자기이익(E)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정교한 거버넌스 재설계 전략입니다.
2026년은 개헌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저주'를 끊어내는 '헌정 복원 도약'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역사적 과업의 성패는 오로지 정치적 용기와 PNCR이 제시하는 제도적 중립화 원칙에 대한 국민적 참여와 감시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위기(Crisis)를 도약(Leap)의 발판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