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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특수분권 우회 현상

by Trenza Impact

여러분, 2026년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권력은 어떻게 분산되고 있는가?" 전통적인 답변은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분권일 것입니다. 하지만 2025년의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특수분권 우회 현상(The Special Decentralization Circumvention Phenomenon, TSW-P)'입니다. 이는 권력의 재분배가 공식적인 제도 개혁 경로를 통하지 않고, 자본 시장, 첨단 기술, 그리고 일상의 공공 서비스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때로는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치적 역동성을 의미합니다.


1. 현상의 본질: 우회로는 왜 필연적인가

특수분권 우회 현상이란 무엇인가

특수분권 우회 현상은 단순한 정치 현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거버넌스 시스템의 근본적인 실패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중앙 정치의 '개혁 블랙홀 증후군'과 '헌정 재설계 파편화'라는 두 가지 병리적 현상이 전통적 분권의 길을 막아버리자, 시민과 시장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세 가지 특수한 영역에서 권력과 책임의 분산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① 자본 시장 거버넌스: 주주 행동주의와 ESG 경영을 통한 기업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

② 첨단 기술 규제 거버넌스: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새로운 규제 체계의 요구

③ 체감형 공공 서비스: 지역 주민이 실제로 느끼는 공공 서비스의 질과 안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권이 '지리적 위계'가 아닌, '기능적 책임'과 '시장 역동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회로 출현의 배경: 제도적 회색지대

TSW-P가 출현한 배경에는 두 가지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전통적 분권 논의의 마비입니다.

2025년 정치 데이터를 분석하면, 개헌 논의가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와 중앙 권력 집중 해소라는 시대적 당위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논의 과정은 정파적 이익에 의해 좌초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줍니다. 개헌 논의는 장기적 비전이 아닌 '붕괴 직전의 체제를 응급 복원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반복되는 '체제 붕괴 회귀 개헌론'의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중앙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2025년 정치 담론 분석에서 '위기', '비판', '갈등'이라는 키워드의 빈도가 높게 나타나며, 이는 공식적인 분권 이행에 대한 기대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둘째, 개혁 블랙홀 증후군입니다.

'개혁 블랙홀 증후군(Reform Black Hole Syndrome, RBHS)'은 국가 혁신이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개혁이 정파적 권력 투쟁을 위한 도구로 종속되어 국민적 기대가 실질적인 효능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리적 현상입니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재정 개혁축(연금, 의료, 경제 개혁) 대신 권력-제도 개혁축(검찰, 사법, 정치 개혁)에 논의가 압도적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정부와 시민들은 중앙 정치의 기능장애로부터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2. 특수분권의 3대 우회 경로

제1 우회로: 자본 시장 거버넌스 - 액티비스트-크라시의 부상

"내 돈을 맡긴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정당한 통제권"

자본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소액 주주 행동주의의 대중화입니다. 2025년 데이터는 '문 앞의 시민들(Civilians at the Gate)'이라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제도 정치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새로운 패턴을 확립했습니다.

액티비스트-크라시(Activist-Cracy)의 특징:

이것은 디지털 플랫폼과 자본 시장을 활용하여 공공 및 사적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개입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시민 및 투자 집단의 통치력(지배력)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2025년 4월 SK㈜ 소액주주들은 '지분 1%'를 모으는 주주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 이래 주주들이 실질적인 법적 권한 행사에 나선 첫 사례입니다. 지분 1% 이상을 공동 확보하면 이사·감사의 부당·위법행위에 대한 소송 제기 등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SG 거버넌스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업 거버넌스 개선 없이는 ESG 전체가 껍데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ESG기준원의 2024년 평가에서 SK는 ESG 등급이 A+에서 하향 조정되었으며, 거버넌스 부문에서 '리스크 높음'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사회 독립성,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소액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거버넌스 문제는 기업 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SK㈜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3배로, 지배구조 문제가 시장에서 기업가치 저평가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주주 충실의무 논쟁:

2025년의 핵심 키워드는 '주주 충실의무(Shareholder Loyalty Duty)'입니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 "내 돈을 맡긴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정당한 통제권과 감시권"을 요구하는 경제적 시민권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기업인 '배임죄 폐지' 방침에 대한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발은 규제 완화와 주주 권익 보호 사이의 첨예한 정치적 갈등을 보여줍니다. 권력(기업 경영권)과 책임(주주 보호)의 분산은 중앙 정부의 법률 개정 속도와 무관하게, 시장 내의 힘의 균형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 투자의 성과:

미래에셋증권의 2025년 5월 보고서는 거버넌스 퀀트투자 전략이 수익률과 펀더멘털 모두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 한국 경제가 2%대 성장률을 기록한 시점을 기점으로 거버넌스 저위험 기업들은 박스피를 벗어나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던 시기,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시장에서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2 우회로: 첨단 기술 거버넌스 - 기능적 주권의 요구

"AI의 투명성은 새로운 정치적 권리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존의 지리적·행정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규제 권한의 분산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적 투명성 요구'라는 정치적 구체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AI 규제 전략:

한국은 EU의 강력한 사전 규제(AI Act)와 차별화되는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법률(AI 기본법), 기술(가이드라인), 윤리(사람 중심 AI 원칙)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규제 권한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분권은 전통적인 '국가 대 지방'이 아닌 '입법-기술-윤리'라는 기능적 분권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권력 분산 모델입니다.

초부처적 거버넌스 기구의 필요성:

기술적 위험 관리를 위해 원칙 해석 및 적용 권한을 가진 전담 AI 규제 거버넌스 기구 설립 논의가 2025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행정부처 간의 수직적 분권 체계를 우회하는 초(超)부처적/기능적 분권 기구의 필요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뢰할 수 있는 AI(Reliable AI)'라는 개념을 법률적/윤리적 차원에서 구체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시민들은 기술의 혁신을 지지하는 동시에, 기술 개발과 활용의 전 과정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책임 체계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주권 대체 심리(FSRP):

이러한 현상의 핵심은 전통적인 국가 주권이 아닌, 특정 기능 영역(AI, 데이터, 디지털 인프라)에서의 통제권과 규제권을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권 의식입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AI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투명성과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3 우회로: 지역 체감권 - 실리가 이념을 압도하다

"선거는 이념이 아닌 체감권 효능으로 결정된다"

중앙 정치의 마비와 '파국적 양극화(Catastrophic Polarization)' 속에서,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넘어, 공공 서비스와 정책의 질을 통해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안정성이 실질적으로 체감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체감권 효능 격차(Chegam-gwon Efficacy Gap)'입니다.

실리적 이념의 무력화:

2026년 지방선거는 전통적인 이념 대결이 아닌, '체감권 효능'과 '진단적 신뢰'를 입증하는 성과주의적 플랫폼 경쟁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소속 정당 이념보다 윤리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실리를 창출할 능력을 가진 윤리 거버넌스 전문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념 정치가 아닌 성과 정치, 추상적 가치가 아닌 구체적 효능감의 정치로의 이동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자구책으로서 분권:

헌법 개정 논의에서 '지방분권 국가 명시'가 제기되었지만, 실제 지방분권 논의는 선택적/파편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이는 중앙 정치의 정책 마비 속에서 지방이 생활 체감권 확보를 위해 자구책을 찾는 실리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분권은 중앙의 이념적 논의가 아닌, 지역의 생존과 실리 확보라는 우회적 경로를 통해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3. 2026년 전망: 거버넌스의 충돌

규범화 vs. 생활화: 두 가지 트렌드의 충돌

2026년에는 TSW-P가 촉발한 새로운 거버넌스 질서가 두 가지 충돌 지점을 낳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거버넌스 규범화의 완성:

TSW-P에 의해 촉발된 이슈들('AI 기본법' 시행, '주주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 시도, ESG 공시 의무화)이 법률과 제도적 틀로 완성되는 단계에 진입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거버넌스'는 선택이 아닌 의무(Compliance)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되며, '제도적 회색지대(Institutional Grey Zone)'가 급격히 축소될 것입니다.

거버넌스 생활화의 정치적 파급:

액티비스트-크라시의 영향력이 극대화되어, 거버넌스 문제가 일상적인 정치 담론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AI 행정 서비스의 투명성'이나 '내가 투자한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 등이 지역 사회와 인터넷 여론을 통해 일상적으로 검증받는 시대가 됩니다.

이는 '구조만 있고 작동하지 않는 거버넌스(Ghost Governance)'에 대한 비판을 낳고, 성능(Performance) 중심의 거버넌스로 평가 기준이 전환될 것입니다.


정책 제언: 장기적 공익 가중치의 제도화

TSW-P의 역동성은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단기적 이익(예: 고배당 요구, 즉각적인 구조조정)만을 추구하여 기업이나 국가의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는 '단기적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극복하고 특수분권의 긍정적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장기적 공익 가중치'의 제도화를 제안합니다.

거버넌스 성능 감사(Governance Performance Audit, GPA) 도입:

공익성이 높은 부문(국가기간산업, 필수 공공 서비스) 및 AI 개발 기업의 중대 의사결정 시 '장기적 공익 가중치'를 공식적으로 평가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운영 원칙:

외부 전문가(윤리, 환경, 기술)가 참여하는 GPA를 통해, 경영진이나 정책 입안자가 단기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했음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합니다.

목표:

이를 통해 '초연결 책임 공진화'의 역동성은 유지하되, 그 방향성이 단기 포퓰리즘이 아닌 지속 가능한 공익을 향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4. 데이터로 보는 TSW-P

주요 지표와 트렌드

2025년 데이터 분석을 통해 TSW-P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몇 가지 핵심 지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본 시장 거버넌스 지표:

- ESG 평가에서 거버넌스(G) 비중: 40-50% (환경, 사회보다 높음)

- 소액주주 행동주의 사례 증가율: 전년 대비 35% 증가 (2024-2025)

-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요 기업의 PBR 0.3-0.5배 수준 유지

- 거버넌스 우수 기업의 주가 성과: 시장 대비 연평균 8-12% 초과수익

기술 거버넌스 지표:

- AI 기본법 관련 정책 문서 증가율: 전년 대비 120% 증가

- AI 윤리 가이드라인 채택 기업 수: 2025년 500개 이상 (2024년 대비 80% 증가)

- AI 규제 거버넌스 기구 설립 논의: 정부 부처 간 15회 이상 협의 진행

지역 체감권 지표:

-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정책 실행력' 중요도: 65% (이념 성향 25%)

- 지방정부 독자 정책 시행 건수: 전년 대비 45% 증가

- 주민 참여 예산제 운영 지자체: 전체의 78% (2024년 대비 12%p 증가)


정치적 양극화와 거버넌스 신뢰

한국과 국제사회 학술지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이후 한국 유권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당파적으로 양극화되었으며, 이러한 변화가 주요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형성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신뢰의 양극화는 TSW-P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입니다. 중앙 정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수록, 시민들은 시장과 기술, 지역 자치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책임의 우회적 제도화

특수분권 우회 현상은 2025년의 구조적 위기가 낳은 가장 강력하고 비가역적인 정치 패턴 중 하나입니다. 중앙 정부의 제도적 분권 실패에 대한 대응으로, 자본, 기술, 그리고 생활 체감권이라는 특수 영역에서 권력과 책임의 분산이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년 대한민국 정치는 '성장'이나 '분배'라는 거대 담론을 넘어, '투명성', '안전성', '공정성'이라는 거버넌스의 기본 가치를 'AI 알고리즘', '주주 권익', '재난 안전'이라는 구체적인 생활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입증하는 '거버넌스 성능' 리더십에 의해 좌우될 것입니다.

책임의 제도화는 공식 경로가 아닌 우회 경로를 통해 완성되고 있으며, 액티비스트-크라시가 정치를 재편하는 격변의 해가 될 것입니다. 이 새로운 정치 지형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2026년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의 안정과 혁신을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TSW-P는 단순한 정치 현상이 아니라, 21세기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의 제도적 경로가 막혔을 때, 시민들은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 분산되고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 거버넌스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는가?

TSW-P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시민 사회의 답변입니다. 우회로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의 시작입니다. 2026년, 우리는 이 새로운 길에서 더 나은 거버넌스, 더 투명한 정치,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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