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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

기술 공정의 성공이 사회 정의의 실패를 은폐할 때

by Trenza Impact

2025년 대한민국 사회는 놀라운 역설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DRAM 시장의 70.5%, NAND 시장의 52.6%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81% 성장하며 경제를 견인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2024년 32위로 10단계나 하락했습니다.

이 극명한 대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2026년 정치 지형을 결정할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Fair Democracy Efficacy Gap, FDEG)'입니다.


1. 배경: 두 개의 공정이 만들어낸 균열

산업적 성과와 사회적 불안의 공존

2025년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3.2%의 점유율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의 61%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 로드맵 2025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2nm급 공정에서 2040년 0.3nm급 공정으로 발전할 전망입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95%를 차지하며 핵심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기술 공정(Manufacturing Process)'의 성공은 국민들에게 강력한 자부심을 선사합니다. 2025년 데이터 분석 결과, '기술'(43,242회), '기업'(32,071회), '반도체'(26,650회)와 같은 단어들은 '혁신', '성공'과 같은 긍정적 감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심각한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25년 민주주의 보고서는 한국을 2년 연속 '독재화(Autocratization)' 국가로 분류했으며, 민주주의 단계도 '자유민주주의'에서 '선거민주주의'로 낮아졌습니다. 숙의민주주의 지수는 2023년 36위에서 2024년 48위로 떨어졌고, 평등 민주주의 구성 요소 지수도 26위로 하락했습니다.


'공정'의 의미론적 분기

2025년 형태소 빈도 분석 데이터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완전히 분리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공정은 '기술 공정(Process)'입니다. 이는 제조 과정의 효율성, 정밀성, 경쟁력을 의미하며, '기술', '기업', '반도체', '혁신', '성공'과 같은 키워드와 연결됩니다. 국민들은 이 영역에서 자부심, 희망, 긍정적 수용 태세를 보입니다.

두 번째 공정은 '사회 공정(Fairness)'입니다. 이는 사회 정의, 분배, 절차적 공정성을 의미하며, '시장'(21,097회), '사업'(21,053회), '부정', '위기', '부담', '갈등'과 같은 키워드와 연결됩니다. 이 영역에서 국민들은 박탈감, 불안, 불만, 불신을 표출합니다.

이 '공정'의 의미론적 분기가 바로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의 근원입니다.


2. 핵심 개념: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FDEG)

개념 정의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란, 국민이 자국의 산업적 성과(기술 공정)에서는 강력한 성공의 효능감(Efficacy of Success)을 느끼는 반면, 사회 시스템과 현실 정치(사회 공정 및 민주주의)에서는 극심한 불공정과 무력감(Efficacy of Failure)을 동시에 경험하며 발생하는 인식적·감정적 단절 현상을 말합니다.

이 격차는 국민의 정치 참여 에너지가 '구조 개혁'이 아닌 '정파적 대결과 감정적 피로'로 소진되게 만드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효능 격차가 작동하는 방식

FDEG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작동합니다:

E(Tech) - E(Social) + Eff(Ideal) - Eff(Real) = FDEG

E(Tech): 기술 및 산업 분야의 성공에서 오는 긍정적 사회 효능감

E(Social): 분배 및 정의 실현 분야의 체감적 사회 효능감

Eff(Ideal):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열렬한 지지 및 방어 의지

Eff(Real): 현 정치 시스템(정부, 국회)의 정책 실행력 및 신뢰도

현재 한국 사회는 E(Tech)가 매우 높지만 E(Social)이 극도로 낮으며, Eff(Ideal)은 높으나 Eff(Real)이 극도로 낮은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FDEG가 최대화되고 있습니다.


3. 작동 메커니즘: '공정 착시'와 '공정 하이퍼루프'

3.1. 기술-공정 이중주: 성공의 은폐 효과

'기술-공정 이중주'는 '공정'이라는 하나의 언어가 산업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한쪽의 성공이 다른 쪽의 실패를 은폐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공정 착시(Fairness Illusion)

국민들은 기술 공정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혁신'과 '성공'이라는 긍정적 연관성을 부여합니다. 반도체 2nm 공정 개발, HBM 시장 95% 점유, AI 반도체 기술 혁신 등은 모두 국민들에게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 정부와 연관된 '사회 공정'에 대해서는 '부담', '위기', '갈등'이라는 부정적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냅니다. 2024년 계엄령 선포와 해제 과정, 거듭된 거부권 행사, 정부 기능성 점수 하락(8.57점→7.50점) 등이 이를 증명합니다.

능력주의의 강화

이 '공정 착시'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공정하다'는 능력주의적 공정 담론을 강화합니다. 즉, "산업적 성공(기술 공정)이 있으니, 너희의 고통(사회 공정 실패)은 너의 탓이다"라는 논리를 대중에게 주입하며, 산업적 성공의 빛이 사회적 불공정의 그림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수용됩니다.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는 특히 강력합니다. 한국리서치의 '2018 한국 사회 공정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노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의 정도를 달리하는 불평등한 분배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소득 불평등에 찬성하는 비율(58.7%)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1].


3.2. 공정 하이퍼루프: 불평등 가속화 장치

공정 담론이 능력주의와 결합하여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시스템을 '공정 하이퍼루프(Gongjeong Hyperloop)'라 명명합니다.

공정 하이퍼루프의 정의

'공정'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이 아닌, 오직 개인의 노력과 경쟁만을 무한히 가속화시켜 불평등을 강화하는 사회 시스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작동 방식

'기술 공정'이 실현한 초고속 발전(Hyperloop)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사회 공정'이 외려 불평등 가속화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표현합니다. '공정 하이퍼루프'의 승자는 극소수의 '기술 공정' 수혜자와 능력주의의 정점에 선 자들이며, 대다수 국민은 무한 경쟁의 궤도에서 이탈하여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공정의 덫'

이러한 현상은 사회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공정의 덫'에 걸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정 담론이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구조적 불평등)에서 오직 '공정한 경쟁'만을 외치는 논리로 작용하여 불평등을 더욱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능력주의에 대한 연구들은 이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명문대와 비명문대 사이의 능력 차이는 사회적으로 계산된 적도 없고 그렇게 크지도 않지만, 능력에 따른 보상이 왜 이렇게 큰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능력주의는 우리가 불평등을 보지 못한 채 경쟁 자체의 공정함에만 집착하게 만듭니다.


4. 민주주의 효능 격차의 발현: 열망과 불신의 양극성

이 공정 담론의 실패는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도 '효능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이상적 효능감(Ideal Efficacy)

국민은 '민주주의'라는 이상적 가치에 대해서는 열렬한 지지(발전, 기대, 존중)를 표하며, 훼손되는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하는 '능동적인 방어 의지'가 높습니다. 민주주의 평판 지수 조사에서도 3분의 2 이상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현실적 무효능감(Practical Inefficacy)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현실 정치 시스템(정부, 국회, 정당)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신(위기, 갈등, 부정)을 표출합니다. 이로 인해 '정치적 피로(Political Fatigue)'가 누적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18개 정책 분야에 걸쳐 정부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평균 5점 만점에 2.77점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한국의 경우 정부 기능 점수가 8.57점에서 7.50점으로 하락했고, 정치 문화 점수도 6.25점에서 5.63점으로 하락했습니다.

결과

국민들은 '열망(이상적 효능)'과 '불신(현실적 무효능)' 사이에서 갈등하며, 에너지를 건설적인 정책 개혁이 아닌 '절대 선 vs. 절대 악'의 프레임으로 규정된 팬덤 정치와 대결 정치에 쏟아붓게 됩니다. 이것이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가 낳은 정치 마비의 핵심입니다.


5. 2026년 예측: 격차의 심화와 '공존'의 요구 분출

5.1. 격차의 정치적 파급 효과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및 고착화

'공정' 담론이 절차적 정의와 분배적 정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이분법적 구조를 강화하면서, 정치 세력은 '공정'을 각자의 이익 집단을 결집하는 배타적인 도구로 사용할 것입니다. 이는 중도층의 소멸과 끝없는 소모적 갈등을 낳습니다.

2024년 계엄령 사태 이후 정치적 양극화와 긴장이 고조되었으며, EIU 보고서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조 개혁의 실패 및 사회적 활력 저하

젊은 세대가 '공정'을 능력주의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면서, 정작 자신들의 고통의 원인인 세습되는 교육/자산 불평등,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 요구가 약화될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고 '공정'에 대한 냉소주의를 낳습니다.

능력주의 연구자들은 지적합니다. 무한한 능력 경쟁 구조가 유지될 때 이득을 보는 것은 기득권이며, 지금의 공정성 논의에 목매다가는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더욱 은폐되고 만다고 말입니다.

세대·젠더 갈등의 영구화

'공정' 담론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연대하는 대신, 서로를 '특혜'와 '불공정'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대립하게 만듭니다. 이는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사회의 핵심 분열선으로 영구히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5.2. 2026년 사회적 수용 예측: '공존'의 요구 분출

2026년은 '기술 공정'에 대한 축배와 '사회 공정'에 대한 냉소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Fissure)이 더욱 선명해지는 해가 될 것입니다.

'기술 공정'의 한계 노출 가능성

글로벌 경기 침체나 지정학적 리스크(반도체 전쟁 등)로 인해 한국의 '기술 공정'이 일시적인 난관에 봉착할 경우, 지금까지 사회적 불만을 덮어왔던 '성공 착시'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29.1%에서 2022년 18.9%로 하락했으며,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분배'와 '공존'의 가치 재소환

'공정 하이퍼루프'를 통해 격차가 극대화된 경험은, '규칙 준수'의 공정(절차적 공정)을 넘어 '함께 사는 사회'의 공정(분배적/전환적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분출시킬 것입니다.

2026년에는 "공정은 공존을 향해야 한다"는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류의 다기준적 정의론에 기반한 정책 요구가 정치권에 대한 주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민주주의 평판 지수 조사에서 조사 대상 국가의 52%는 '생활 수준 및 복지 향상'을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절차적 공정을 넘어 실질적 복지와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 가능성

기존 거대 양당이 '공정 이중주'를 해소하지 못하고 대결 정치를 이어갈 경우, 구조적 불평등 해소와 포용적 정의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제3의 정치적 대안에 대한 청년 및 중산층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6. 해법: '전환적 공정(Transformative Fairness)'의 도입

이 파국적인 패턴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정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정 이중주'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전환적 공정(Transformative Fairness)'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6.1 '공정 하이퍼루프' 궤도 수정: 능력주의의 세습 차단

공정 기회 세습 차단 법안

고액 사교육, 편법적인 입시 컨설팅, 아동 자산 증여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과세를 도입하여 '능력주의의 세습'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능력 자본의 불균등과 불평등이 세대를 거쳐 대물림된다는 점입니다.

취업 시장 구조적 공정성 강화

채용 과정의 블라인드 확대나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이해 상충 감시 시스템)를 통해 '능력' 외 요소(배경, 연줄)의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합니다. 이는 데이터에서 드러난 기업 관련 '부정' 및 '불법' 감성을 해소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6.3. '전환적 공정'의 적극적 도입

'성과 공유제'의 사회적 확대

'기술 공정'의 성공으로 인한 기업의 초과 이익이 특정 주주나 경영진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협력업체 및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사회적 성과 공유 기금' 조성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이는 산업적 성공을 사회적 공정으로 전환하는 '공정 이중주'의 화음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2024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81% 성장하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지만, 이 이익이 사회 전체로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성과 공유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정책입니다.

존 롤스(John Rawls)의 '최소 수혜자 우선 원칙' 복원

복지 정책 논의에서 '일부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프레임을 벗어나, '최소 수혜자(가장 어려운 계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원칙을 복지 설계의 근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 경쟁의 결과를 수정하려는 노력(적극적 조치)을 '역차별'이라 비판하며 무력화시키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6.4. 문화적/담론적 해결 방안: '공존'의 가치 회복

'공정'의 다면적 재정의

공적 교육 시스템에서 '공정'을 '오직 능력에 따른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로운 성장(공공성)'과 '다양한 가치의 존중'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사회 정의의 개념으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능력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형평의 원리 이외에도 필요나 평등의 원칙을 강조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형평성 위주의 분배정책이 강조된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평등의 원칙이 현재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피로사회'의 감성적 해소

경쟁에서 발생하는 '위기', '부담', '어려움' 등의 부정적 감성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구조적 압력의 결과임을 인지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용기', '도움', '지지'와 같은 긍정적 감성을 부여하는 연대적 담론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공 캠페인 및 미디어가 '경쟁을 넘어선 공존의 서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전파해야 합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민들이 금메달에 집착하지 않고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경쟁 중심 사고가 와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결론: 공정은 공존을 향해야 합니다

공정 민주주의 효능 격차는 2026년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정치적 병리 현상입니다. 기술 공정의 눈부신 성공이 사회 공정의 참담한 실패를 은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좌절되는 이 역설적 상황은 우리 사회를 정치적 마비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2nm 반도체 공정 기술과 HBM 시장 95% 점유율이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이 청년들의 주거 불안, 중산층의 소득 정체, 세대 간 갈등, 젠더 갈등을 가리는 연막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능력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된 불평등이 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불공정한 게임이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명문대 졸업장, 대기업 입사, 강남 아파트로 이어지는 '성공의 사다리'가 실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어진 '세습의 엘리베이터'였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정은 공존을 향해야 합니다.

절차적 공정만을 외치며 결과의 불평등을 방치하는 것은 진정한 공정이 아닙니다.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개선하는 것, 산업적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 경쟁이 아닌 연대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입니다.

2026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공정 하이퍼루프를 계속 가속화하며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할 것인가, 아니면 궤도를 수정하여 전환적 공정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기술 공정의 성공이 사회 정의의 실패를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한 토대가 되는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적 열망이 현실 정치의 구조 개혁으로 이어지는 사회. 공정이 공존을 향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2026년에 만들어야 할 미래입니다.


Reference

[1] 여론속의여론, [기획]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 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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