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가격화 동맹'이란, 기존의 동맹 관계가 '공동의 가치(Shared Values)'나 이념적 결속 대신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과 '방어 자력화(Self-Reliance in Defense)' 요구를 중심으로 재조정되는, 철저히 거래적(Transactional)인 관계로 전환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동맹의 '가치'에 눈에 보이는 경제적 '가격표(Price Tag)'가 붙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존중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동맹을 묶는 주된 끈이었다면, 이제는 "당신이 얻는 안보의 가치에 상응하는 경제적 기여를 얼마만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핵심이 됩니다.
이는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이 가져올 거래적 재조정(Transactional Re-alignment) 움직임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즉, 동맹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상호 보호 조약이 아니라, "가치를 지불해야만 유지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격하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맹은 상호 신뢰와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특히 냉전 시기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일동맹, 한미동맹은 이념적 결속과 상호 방위 약속을 핵심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이러한 전통적 동맹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직후부터 NATO 회원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2%에서 5%로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했으며, 2025년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서 이 요구가 공식적으로 수용되었습니다. 이는 동맹의 성격이 가치 공유에서 비용 분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은 거시적 충격과 미시적 대응이 교차하는 2026년 국제 질서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이 현상은 다음 세 가지 핵심적인 변화를 통해 구체화됩니다.
지정경제적 분열의 심화
가치 가격화 동맹이 등장한 근본적인 배경은 '지정경제적 분열(Geo-Economic Fragmentation)'의 고착화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같은 거시적 충격은 국제 규범 체계를 해체하고, 군사 안보를 추월하는 '안보의 경제화'를 초래했습니다.
2025년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으로 급속히 양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열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표준, 공급망, 금융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경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양 진영 간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이 가속화되면서, 각국은 경제적 자립과 공급망 안전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안보의 최전선화
경제 안보가 이제 국가 안보의 최전선(Frontline)이 되었습니다. 관세 정책의 높은 빈도가 보여주듯, 국가 생존이 AI,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 주권 확보에 달려있다고 인식되면서 (테크노-실존 규범, T-EN), 동맹의 목적 역시 군사적 방어뿐 아니라 경제적/기술적 이익 확보로 확장된 것입니다.
2025년 4월, 미국은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들에 대해서는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한때 145%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보호주의를 넘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지정학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경제적 국가술(Economic Statecraft)'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경우,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으며, 동시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했습니다. 이는 관세와 무역, 안보를 연계하는 '원스톱 쇼핑' 전략의 명확한 사례입니다.
거래주의(Transactionalism)로의 회귀
미국-트럼프 중심의 안보 재정립은 동맹을 '거래주의'로 회귀시킵니다. 이는 동맹국 간의 관계를 마치 기업 간의 계약처럼, '주고받는 이익'에 따라 계산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0월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2026년 분담금으로 합의된 1조 5192억 원(약 11억 달러)의 약 9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또한 그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에 비유하며, "우리가 그들을 북한과 다른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발언들은 동맹을 가치 기반이 아닌 철저히 거래적 관계로 보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안보 제공의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이 접근법은 전후 70년 이상 유지되어 온 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이러한 거래적 압력에 대해 '전략적 규범 선별주의(Strategic Norm Selectivism, SNR)'를 취하며 미시적으로 대응합니다. SNR은 규범을 '지켜야 할 질서'가 아니라 '이용해야 할 전략적 도구'로 격하시킵니다.
동맹국들은 미국 중심의 기술-안보 규범과 중국 중심의 경제-개발 규범 사이에서 국익에 필요한 규범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는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규범을 절대적 원칙이 아닌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취급하는 전략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에서 동맹국이 미국 중심의 기술/안보 규범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대가는 경제적 이익이나 비용 분담으로 청구됩니다. 즉, 안보적 동맹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실리'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2025년 6월, NATO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증액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2014년 합의된 2% 목표의 2.5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군사비로,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사이버 방어, 방산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장 위성락은 이 합의에 대해 "유사한 주문이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NATO와 동일한 GDP 5% 국방비 지출 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4년 GDP의 2.8% 수준인 약 66조 원을 국방비로 지출했는데, 5% 기준을 적용하면 약 118조 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증액해야 합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의 또 다른 대가는 공급망 이중화(Supply Chain Duplication) 비용입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친구국(friend-shoring)'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깁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5년 8월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비용 최소화가 아닌 '회복탄력성 비용(Cost of Resilience)' 운영 모델을 채택해야 합니다. 이는 비용 경쟁력과 민첩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으로, 단일 글로벌 공급망 대신 multiple 소싱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중복성을 추가하며, 공급망 중개자를 활용하고, 합작투자나 계약 제조업체를 통해 공장 투자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비용 증가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베트남이나 인도로 이전하는 경우, 인프라 구축비용, 인력 훈련비용,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제조원가가 15-30%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의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동맹국, 특히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서 '안보 징크스(Security Jinx)'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안보 징크스는 안보 위협 대응이 동맹의 거래주의적 요구(방위비 증액, 공급망 이중화 등)에 의해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과도하게 증대시켜, 최종적으로 안보 이득보다 더 큰 국민적 피로도와 불안정을 야기하는 악순환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만약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로 증액하고, 국방비를 GDP 5%(약 118조 원)로 증액하며, 공급망 이중화 비용으로 추가로 수조 원을 부담한다면, 이는 연간 총 20조 원 이상의 추가 재정 부담을 의미합니다. 이는 2025년 한국 정부 총예산(약 677조 원)의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증세, 사회복지 지출 삭감, 또는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부의 안보 위협(미-중 경쟁, 관세 전쟁)이 국내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제적 비용(부담)'과 '정치적/사회적 갈등(분열)'이라는 '이중의 짐'으로 치환되어 내수화됩니다.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지출이 국내 경제 위축과 사회 분열을 초래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방비 증액을 위해 복지 예산을 삭감하면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공급망 이중화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약 25%에 달하며,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더욱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안보 징크스의 핵심입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의 현상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전통적인 공공재 이론에 기반한 '동맹 가치 가격화 모델(Alliance Value Pricing Model, AVPM)'을 제시합니다.
1. 전통적 동맹의 모델 (공공재 모델)
전통적인 동맹 안보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진 공공재(Public Good)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모든 동맹국은 기여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안보 혜택을 누립니다.
U_i = f(S_Total)
- U_i: 동맹국 i가 얻는 효용(안보 만족도)
- S_Total: 동맹 전체의 총 안보 수준 (모든 동맹국의 기여 합)
이 모델에서는 일부 동맹국이 기여를 최소화하고 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Free-Riding)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NATO의 경우, 2014년 합의된 GDP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2024년까지도 달성하지 못한 국가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2. 가치 가격화 동맹의 모델 (거래적 가격 모델)
'가치 가격화 동맹' 시대에는 동맹 안보가 더 이상 순수한 공공재가 아니라, 일정 부분 가격이 책정된 서비스(Priced Service)로 전환됩니다. 동맹의 효용은 이제 총 안보 수준뿐만 아니라, 동맹국 i의 자발적 경제 기여도(C_i)에 대한 동맹 주도국(H)의 만족도(P_H)에 의해 결정됩니다.
U_i^{VP} = f(S_Total) × P_H(C_i, E)
- U_i^{VP}: 동맹국 i가 '가치 가격화' 체제에서 얻는 효용
- C_i: 동맹국 i의 방위비 분담금, 공급망 이중화 비용 등 경제적 기여 (C_i ≥ C_min)
- E: 동맹 주도국이 요구하는 경제적 목표 벡터 (예: 군수품 구매, 관세 우대, 핵심 기술 협력 등)
- P_H(C_i, E): 동맹 주도국 H의 지각된 만족도 함수
만족도 함수의 특성
P_H는 C_i가 요구 수준 C_min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E에 미달할 경우, 1보다 작은 값(0 < P_H < 1)을 가지며 동맹 효용을 할인(Discount)시킵니다. 이는 동맹국이 요구되는 경제적 기여를 하지 않을 경우, 받는 안보 혜택이 감소함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P_H가 1보다 클 경우(프리미엄 지불), 동맹국 i는 '안전 프리미엄(Security Premium)'을 확보하고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방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장기적 이익을 얻게 됩니다.
모델의 함의
이 모델은 동맹이 안보를 대가로 경제적 자력화(C_i)를 요구하고, 동맹국이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안보적/경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되는 '규범적 멜로스(Normative Melos)'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설명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멜로스 섬이 아테네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정복당한 역사적 사례처럼, 현대의 중소 동맹국들도 강대국의 경제적 요구를 거부할 경우 안보 지원을 잃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선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에 가까운 구조적 압력입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은 2026년 국제 트렌드가 '파편화 → 실존화 → 징크스'의 연쇄를 통해 발전하는 핵심 동인입니다.
지정경제적 분열 → 동맹의 가치 약화 : 미중 패권 경쟁과 지정경제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전통적인 가치 기반 동맹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념보다는 실리가, 원칙보다는 거래가 동맹 관계를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테크노-실존 규범 → 참여 비용(가격표) 증가 : 기술 안보가 국가 생존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기술/안보 동맹에 대한 참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AI, 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은 이제 막대한 경제적 투자와 공급망 재편을 요구합니다.
안보 징크스 → 구조적 딜레마 : 결국 동맹국들에게 안보 징크스라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겨주는 연쇄 작용의 중심에 가치 가격화 동맹이 서 있습니다.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전략적 규범 선별
새로운 소다자주의적 규범 설정 초기 단계(예: IPEF, AI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규범적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규범 개선 외교를 통해 혼란을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가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나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향후 규범 형성 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2025년 6월 NATO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으로서 NATO와 첫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지역을 넘어 글로벌 안보 규범 형성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안전 프리미엄' 내재화
공급망 이중화가 단기적 '부담'에서 장기적인 '안전 프리미엄' (미국 및 우방국 시장 접근성 확보)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 비용을 경영 환경에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실제로 BCG의 분석에 따르면, 공급망 회복탄력성에 투자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 방어, 고객 신뢰 확보, 정부 지원 수혜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Trusted Supplier)'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간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방위비 협상의 전략적 접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서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총액형' 방위비 결정 방식을 일본식 '소요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소요형은 실제 사용하는 비용만큼 지불하는 방식으로, 급작스러운 인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처를 확대하는 협상도 가능합니다. 현재는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로 제한되어 있지만, 전략자산 전개 비용, 사이버 방어 협력, 우주 안보 협력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되, 이를 통해 한국이 실질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보 기여의 가시화
한국은 주한미군을 단순히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의 핵심 거점이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필수 요소임을 가시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드(THAAD) 배치, 한미 연합 군사훈련 강화, 정보 공유 확대 등을 통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기술 동맹의 강화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해야 합니다. 2025년 6월 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이 미국의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한 경제적 활동을 넘어, 한미 동맹의 경제적·기술적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주도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 IP4 파트너십 등을 통해 지역 안보 네트워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2025년 6월 NATO-IP4 공동성명은 "국제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고,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세계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국방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방산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안보 협력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우수한 방산 기술과 제품은 유럽 등 제3국에 대한 수출 확대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6년, 가치 가격화 동맹은 국제 질서의 새로운 현실입니다. 이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변화이지만, 동시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경우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 기반 동맹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동맹 자체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동맹은 더욱 실용적이고, 유연하며, 목표 지향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이러한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입증함으로써 동맹 관계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장기적 안전 프리미엄을 위한 투자로 재해석하고, 실질적인 안보 역량 강화와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치 가격화 동맹의 시대, 우리는 더 이상 동맹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인 가치 창출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2026년 이후 국제 질서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