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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크-프런트 안보

by Trenza Impact

2025년은 국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해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까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하나의 명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보의 최전선이 전장에서 경제로, 군사력에서 기술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닙니다. 관세입니다. 반도체 수출 통제입니다. AI 기술 격차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트렌자랩은 '테크-프런트 안보(Tech-Front Security)'라고 명명했습니다. 안보의 최전선(Front)이 기술(Technology)과 경제가 만나는 지점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입니다.

2025년 수집된 방대한 국제 트렌드 데이터는 이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관세'라는 키워드가 52,938회 출현하며 전통적인 안보 키워드들을 압도했습니다. '중국'은 65,957회 언급되었지만, 이는 군사적 위협보다는 경제 안보의 변수로서였습니다. 데이터가 말하고 있습니다. 2026년의 안보는 더 이상 과거의 안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 데이터가 포착한 새로운 안보의 풍경

경제가 안보를 집어삼킨 2025년

2025년 국제 트렌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발견은 안보 논의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키워드 빈도 분석 결과를 보면, '관세'가 52,938회로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닙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 정책은 동맹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과거에는 "안보 위협"이라고 하면 북한의 미사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2025년 데이터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보 위협은 "미국이 우리 수출품에 관세를 매기면 어쩌지?", "반도체 장비 수출이 막히면 삼성은 어떻게 되지?" 같은 경제적 불안으로 나타났습니다.


AI와 공급망, 테크-프런트의 두 기둥

테크-프런트 안보는 두 개의 핵심 축으로 작동합니다.

첫 번째는 AI 패권 경쟁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닙니다. 군사 드론, 사이버 방어, 정보 분석, 전략 시뮬레이션까지 모든 안보 영역을 관통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AI', '기술', '산업'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에 집중된 것은 이러한 패권 경쟁이 전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OpenAI, 구글 딥마인드, 중국의 바이두와 알리바바. 이들 기업의 경쟁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 안보 경쟁의 민간 버전입니다. AI 기술에서 뒤처진 국가는 미래 안보 환경에서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두 번째는 공급망 안보의 영구화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2025년 이후, 이 교훈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무역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 아래 영구적인 정책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위한 'Chip 4 동맹',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바이오 의약품의 자국 생산 강화. 이 모든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공급망 안정화지만, 본질은 경쟁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입니다. 특정 국가가 핵심 기술이나 원자재에 의존하도록 만들면, 그 국가는 전략적 취약성을 안게 됩니다. 반대로 핵심 기술을 독점하면 전략적 압박의 수단을 얻게 됩니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고 기술 강국이면서도 원자재는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게, 이는 극도로 어려운 줄타기를 요구합니다.


2. 안보의 새로운 계산법: TSV 지수와 안보 징크스

안보에도 가격표가 붙었습니다

테크-프런트 안보 시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안보를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안보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안보가 절대적 가치였습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비용은 따지지 않는다"는 논리가 통했습니다. 하지만 테크-프런트 안보 환경에서는 안보 비용이 국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국가의 총체적 안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우리는 테크-프런트 안보 가치(Tech-Front Security Value, TSV) 지수를 제안합니다.

TSV 지수: 안보의 가성비를 측정하다

TSV 지수의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TSV = (기술 주권 점수 × 동맹 효율성) ÷ (지정학적 의존 비용 + 전략적 대응 비용)

각 변수를 풀어보겠습니다.

기술 주권 점수(T): 핵심 기술 분야(AI, 반도체, 바이오)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틈새 기술을 확보한 정도를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는 일본과 네덜란드에 의존한다면, T 점수가 낮아집니다. 반대로 우리만이 가진 독보적 기술(예: 초미세 EUV 공정 기술)이 있다면 T 점수가 높아집니다.

동맹 효율성(A): 동맹 관계가 일방적 '요구'가 아닌, 상호 '투자'로 작동하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방위비를 더 내라"고만 요구한다면 A는 낮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K-9 자주포 기술을 미군이 도입하고, 한국의 AI 스타트업이 미 국방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A가 높아집니다. 비현금 상호 기여 모델(In-kind Mutual Contribution)로 전환될수록 A는 커집니다.

지정학적 의존 비용(D): 핵심 공급망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으로 인한 잠재적 경제 손실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한국 제조업이 타격을 받습니다. 이것이 D입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면 우리 반도체 기업이 손해를 봅니다. 이것도 D입니다.

전략적 대응 비용(S_C):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쏟아붓는 직접 비용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관세 충격 흡수를 위한 기금 조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TSV > 1이면 성공, TSV < 1이면 안보 징크스

TSV > 1: 안보를 위한 노력이 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기술 독립성과 효율적인 동맹 관계로 얻는 이익이, 의존 비용과 대응 비용보다 큽니다. 안정적인 안보 궤도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TSV < 1: '안보 징크스'에 빠진 상태입니다.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경제적 압박과 국내 갈등을 증폭시켜, 안보 이득을 상회하는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데이터가 보여준 안보 징크스의 실체

2025년 감성어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제 안보 관련 키워드(트럼프, 관세, 미국, 북한)가 등장할 때마다, 국내 수용 키워드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습니다.

"트럼프, 관세, 협상"이라는 단어와 함께 "부담, 위축, 손해, 부족"이라는 부정 감성어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국민들은 동맹의 재조정을 방위비 증액과 관세 장벽으로 인식하고, 이것을 자신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접 연결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안보, 전략, 외교"라는 키워드가 "비판, 의혹, 갈등, 거짓말"과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국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정치 논란과 사회적 비용이, '안보' 담론을 통해 크게 증폭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국제 안보 환경을 "피할 수 없는 외부 위협이 국내 경제 위축과 사회 분열이라는 이중의 짐을 지운다"는 악순환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보 징크스입니다.

TSV 공식으로 표현하면, 분모(D + S_C)가 분자(T × A)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3. 2026년, 테크-프런트 안보는 어떻게 전개될까

'안보=경제' 공식이 완전히 고착됩니다

2026년에는 안보 문제가 관세와 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완전히 경제 문제로 고착될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의 위협 인식이 변화합니다. 북한의 핵 위협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내 직장에 미치는 영향",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타격"을 더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안보 논의의 중심이 '생존(Survival)'에서 '번영(Prosperity)'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정부의 안보 정책 성공 여부도 경제적 성과로 평가받게 됩니다.

정부는 이중고에 직면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방위비·관세 협상을 해야 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유지해야 합니다. 외교적으로 성공해도 국내에서는 "퍼주기 외교" 또는 "굴욕 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비판', '갈등' 같은 부정 감성은 지속적으로 축적될 것입니다.


AI와 우주, 새로운 기술 동맹의 전장

2026년에는 AI와 우주 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군사·안보 영역에 본격 적용됩니다.

주목할 점은 민간 주도 기술의 군사화입니다. AI, 양자 컴퓨팅, 우주 발사체, 위성 기술 등은 민간에서 혁신이 주도되지만, 즉시 군사적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이른바 '민군 이중용도(Dual-Use)'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는 국가 주도의 거대 R&D 투자를 요구합니다. 동시에 첨단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한국판 Palantir나 SpaceX)에 대한 전략적 통제 및 육성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국내에서 '미래 기술 독점 의혹', '특정 기업 특혜' 등의 비판과 엮이며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것입니다. 테크-프런트 안보 전략의 수립과 집행이 곧 국내 정치적 리스크로 직결되는 현상이 가속화됩니다.


4부. 안보 징크스를 넘어서: 다층적 안보 전략의 구축

TSV 지수를 1 이상으로 끌어올려 안정적 궤도에 진입하려면, 대한민국은 다층적 안보 전략을 구축해야 합니다.

전략 1: 안보 비용을 중립화하라

테크-프런트 안보 시대에는 안보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안보의 '가치'를 높이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관세 충격 흡수 체계 구축: 미국의 보편 관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관세가 부과될 주요 품목과 산업을 미리 파악하고 '관세 충격 흡수 기금(Tariff Shock Buffer Fund)'을 조성해야 합니다. 국내 생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수출 다변화 지원을 강화하여 국제 안보 비용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충격(D + S_C)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기술 주권 확보 로드맵: AI,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D)를 낮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미국과 중국 양측이 모두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적 틈새 기술(Niche Technology)'에 집중 투자하여 기술 주권 점수(T)를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특정 AI 반도체 설계, 바이오 신약 플랫폼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다면, 외교적 '전략적 모호성'을 기술적 독립성을 통해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전략 2: 동맹을 '상호 투자' 관계로 재정립하라

트럼프식 거래주의(Transactionalism) 하에서 동맹의 '가격'에 대한 국민 합의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동맹 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방위비 분담금의 '상호 기여' 모델 전환: 단순히 현금 분담을 늘리는 방식 대신, 한국의 첨단 기술(AI, 양자)과 방산 능력이 미군 전력 강화에 직접 기여하는 '비현금 상호 기여(In-kind Mutual Contribution)' 모델로 협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K-방산 무기 체계의 미군 도입, 한국 AI 기업의 미 국방부 프로젝트 참여, 한미 공동 우주 개발 등을 방위비 분담의 일부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이는 동맹 관계를 일방적 '요구(Demand)'가 아닌, 상호 '투자(Investment)' 관계(TSV의 A 증대)로 재정립합니다.

가치 안보 연대(Value Security Coalition) 강화: 기존 한미동맹을 보완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유사 입장국(Like-Minded States)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 일변도의 거래주의적 압박에 대한 외교적 완충지대(Diplomatic Buffer)를 구축하고, 동맹 효율성(A)의 다층적 원천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전략 3: 안보 담론의 투명성을 높여라

국제 안보 위협 대응이 국내 정치·사회적 갈등(S_C)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안보 정책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를 강화해야 합니다.

안보 비용 공개 및 사회적 대화 창구 구축: 안보 정책(방위비 협상 결과, 공급망 재편 비용 등)이 국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초당적·범국민적 사회적 대화 창구(Security Cost Dialogue Platform)를 마련해야 합니다.

데이터에서 나타난 '비판', '의혹', '갈등' 같은 부정 감성어의 발생을 줄이려면, 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National Consensus) 형성이 필수적입니다.

안보 전문가 집단의 독립성 확보: 대통령과 정부 중심의 경직된 안보 정책 결정 과정을 탈피하고, 국립외교원, KDI 등 독립적 연구기관의 안보 데이터 분석 및 전략 수립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테크-프런트 안보 같은 복잡한 영역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의 '안정'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결론: 스마트한 안보 계산이 생존을 결정합니다

2026년 국제 트렌드에서 가장 지배적인 패턴인 '테크-프런트 안보'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국가의 안보와 경제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습니다. 안보의 최전선은 전장이 아니라 기술과 경제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이 새로운 환경에서 승리하는 국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국가가 아닙니다. 가장 스마트하게 안보 비용을 관리하고, 기술적 지렛대를 확보한 국가입니다.

대한민국이 안보 징크스(TSV < 1)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번영의 궤도(TSV > 1)에 진입하려면, 외교적 수사나 단기 대응이 아닌, 기술·경제·외교·국내 정치를 융합한 다층적이고 구조적인 '테크-프런트 전략' 실행이 필수입니다.

첨단 기술 주권(T)을 확보하고, 동맹 관계를 상호 투자 모델(A)로 효율화하며, 외부 압력과 지정학적 의존(D + S_C)으로 인한 안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 이것이 2026년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안보의 새로운 방정식입니다.

미래의 안보는 계산의 문제입니다. 누가 더 정확하게, 더 전략적으로, 더 스마트하게 국익을 계산하느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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