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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중의 짐 안보

by Trenza Impact

2025년은 한국 사회에 '계산의 시간(Time of Calculation)'이었습니다. 국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우리는 안보와 경제, 동맹과 이익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특히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전례 없는 안보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방대한 2025년 데이터(뉴스, SNS, 블로그, 유튜브 등)를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중의 짐 안보(Double Burden Security)'입니다. 이는 외부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국내에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이라는 두 번째 짐을 만들어내는 역설적 현상을 의미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과 피로를 안겨준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이 현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2026년의 전망과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데이터가 말하는 안보의 새로운 얼굴

안보가 경제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2025년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안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키워드 빈도 분석 결과를 보면 이 변화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관세'라는 경제 키워드가 '북한'이나 '전쟁' 같은 전통적 안보 키워드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2025년 한국인들에게 '안보'란 더 이상 군사적 위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미국의 관세 부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공급망 재편 압력 같은 경제적 압박이 북한의 핵 위협보다 더 직접적인 안보 문제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보의 경제화(Security Financialization)' 현상입니다.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역설

감성어 분석 결과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긍정 감성어와 부정 감성어가 동시에 최상위권에 등장했습니다.

긍정 감성어: 안정, 정상, 협력, 최고, 발전, 기대, 신뢰, 안전

부정 감성어: 위기, 비판, 불안, 갈등, 의혹, 부담, 죄, 거짓말

'안정'과 '위기', '협력'과 '갈등'이 동시에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이 패턴을 저는 '희망적 불안(Hopeful Instability)'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국민들은 안정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끊임없이 위기를 제공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죄', '위법', '거짓말' 같은 부정 감성어가 국제 안보보다는 국내 정치 이슈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외부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정치적 논란이 안보 담론을 통해 크게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제1의 짐: 피할 수 없는 외부 압력

트럼프의 거래주의, 동맹을 흔들다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며 국제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편했습니다. 동맹은 더 이상 '공동의 가치'가 아니라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압박: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에는 25%의 상호 관세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거나 자체 국방력을 강화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습니다. 한미동맹의 가치는 '방위비를 얼마나 내느냐'로 환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거래주의(Transactionalism): 동맹 관계가 '투자 대비 수익'으로 계산되는 거래 관계로 전락했습니다. 이는 동맹 유지를 위해 감수해야 할 경제적, 주권적 비용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평균 미국 관세율은 취임 초 2.5%에서 27%까지 급등했으며, 이는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10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566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한국에게 줄타기를 강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며 광범위한 경제 분리(Decoupling)를 가속화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대표적인 국가라는 점입니다.

공급망 안보의 영구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무역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은 Chip 4(반도체 동맹),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을 통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중심 공급망에 참여하면 중국 시장을 잃고,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 미국의 압박을 받는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3. 2026년 전망: 안보=경제 공식의 고착화

안보가 관세가 되고, 관세가 안보가 됩니다

2026년에는 안보 문제가 '관세'와 '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완전히 경제 문제로 고착화될 것입니다. 저는 이를 '안보경제학(Securonomics)'이라고 부릅니다.

체감 위협의 변화:

일반 국민들은 북한의 핵 위협보다,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한 기업 손실"을 더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자원 배분의 왜곡:

안보 대응(군비 증액, 첨단기술 투자, 방위비 증가)이 막대한 재정 압박으로 작용하여, 필수적인 복지·교육·경제 정책 예산을 잠식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왜 우리 세금이 안보에만 쓰이나"라는 불만을 키우게 됩니다.


4. 이중의 짐을 벗어나는 길

비용 중립화 전략: 경제 안보 독립성 확보

첫 번째 대응 전략은 경제적 비용의 충격을 최소화하여 DBS 지수를 낮추는 것입니다.

1. 관세 충격 흡수 체계 구축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관세가 부과될 주요 품목 및 산업에 대한 '관세 충격 흡수 기금(Tariff Shock Buffer Fund)'을 조성해야 합니다.

2. 기술 주권 확보

AI,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 주권 확보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미·중 양측이 모두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적 틈새 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전략적 재계약: 동맹을 거래에서 투자로

두 번째 전략은 동맹 관계를 일방적 요구에서 상호 투자 관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1. 방위비의 '상호 기여' 모델

단순히 현금 분담을 늘리는 대신, 한국의 첨단 기술과 방산 능력이 미군 전력 강화에 직접 기여하는 '비현금 상호 기여'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2. 가치 안보 연대 강화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외교적 완충지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안보 담론의 투명성 강화: 국민적 합의 형성

세 번째 전략은 정치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정책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1. 안보 비용 공개와 사회적 대화

안보 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보 비용 대화 플랫폼'을 마련하여 초당적, 범국민적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2. 전문성 강화와 독립성 확보

대통령과 정부 중심의 경직된 안보 정책 결정을 탈피하고, 국립외교원, KDI 등 독립적 연구기관의 안보 데이터 분석 및 전략 수립 역할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마치며: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한 시대

2026년은 한국이 '이중의 짐 안보'라는 구조적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안정을 찾기 위한 새로운 '계산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안보 문제를 군사적 영역으로만 한정할 수 없습니다. 안보는 경제이고, 경제는 안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이중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명확한 전략입니다.

경제적 비용을 중립화하고, 동맹을 전략적으로 재계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는 다층적이고 투명한 접근만이 '안보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보여준 것처럼, 국민들은 '안정'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 안정은 더 많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한 전략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2026년, 우리는 비용이 아닌 가치로, 거래가 아닌 투자로, 분열이 아닌 합의로 안보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중의 짐 안보' 시대를 넘어서는 유일한 길입니다.


Reference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 분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5)

미중 공급망 재편 경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 (통일연구원, 2025)

2025 국제정세전망 (국립외교원, 2025)

트럼프 2기 상호관세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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